월드와이드웹의 놀라운 소통 능력에는 감탄하면서도, 정작 그 혁명적 기능 중 하나인 하이퍼링크(hyperlink)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는 별로 없다. 인터넷 검색을 하다 보면 단어가 파란색으로 되어 있고 밑줄이 쳐져 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 단어를 클릭하면 바로 해당 창으로 넘어가게 된다. 인터넷 화면상에 있는 여러 배너들 역시 다른 창으로 옮겨가는 하이퍼링크이다. 이렇게 바로바로 정보를 연결해 가는 것은 우리가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는 방식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본문 중)
손화철(한동대학교 교수, 기술철학)
2019년 3월 12일 구글 검색엔진의 로고는 월드와이드웹(World Wide Web, WWW) 30주년을 기념하는 디자인으로 꾸며졌다. 월드와이드웹은 애초에 일반인들이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1990년 초반부터 대중화가 시작되어 본격적인 인터넷 세상을 열었다. 구글 로고를 클릭해 들어간 위키피디아는 월드와이드웹의 역사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1989년 3월 스위스와 프랑스 사이에 위치한 유럽 입자 물리 연구소(CERN)의 소프트웨어 공학자인 팀 버너스리 등의 제안으로 시작되어 연구, 개발되었다. 원래는 세계의 여러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일하는 물리학자들 상호 간의 신속한 정보교환과 공동연구를 위해 고안되었다. 문자나 사진, 동영상, 음성 등이 조합된 데이터베이스인 사이트의 정보를 전용 열람용 소프트웨어인 웹 브라우저를 통해 입수한다. 또한 입수한 정보를 간단한 방식으로 전송하는 것도 가능하다. (위키피디아, “월드와이드웹”, 2019년 3월 12일 확인)
지난 30년 동안 월드와이드웹이 미친 영향은 심대하다. 이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엄청난 정보가 사용 가능하게 되었고, 전혀 새로운 방식의 의사소통이 생겨났다. 새로운 산업과 상업 활동이 생겨나고 수많은 기업들이 명멸했다. 월드와이드웹이 인간이 사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월드와이드웹의 놀라운 소통 능력에는 감탄하면서도, 정작 그 혁명적 기능 중 하나인 하이퍼링크(hyperlink)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는 별로 없다. 인터넷 검색을 하다 보면 단어가 파란색으로 되어 있고 밑줄이 쳐져 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 단어를 클릭하면 바로 해당 창으로 넘어가게 된다. 인터넷 화면상에 있는 여러 배너들 역시 다른 창으로 옮겨가는 하이퍼링크이다. 이렇게 바로바로 정보를 연결해 가는 것은 우리가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는 방식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이 변화를 설명하는 데 사전의 예가 적절하다. 종이 사전으로 ‘사랑’이라는 단어의 뜻을 찾기 위해서는 자음의 순서와 모음의 순서를 알아야 한다. ‘ㅅ’ 부분을 먼저 찾고, 다음으로 ‘ㅏ’를 찾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디지털 사전에서는 그냥 ‘사랑’이라고 쓴 다음 엔터를 누르면 바로 사랑의 정의가 나오기 때문에 자음과 모음의 순서를 알 필요가 없다. 더 나아가 ‘사랑’이라는 단어의 뜻인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에서 ‘존재’라는 말에 링크가 걸려 있으면 바로 그 단어를 클릭해서 존재의 정의가 나오는 다음 창으로 들어가게 된다.
여기서 하이퍼링크로 연결되어 있는 정보들은 서로 특별한 관련도 없고 위계도 없다. 하이퍼링크를 통해 다음 검색어를 찾아가다 보면 ‘거북이’로부터 ‘고대 그리스 철학’으로 금방 넘어갈 수 있다. 인터넷 사전에서 자음과 모음의 순서를 외울 필요가 없는 것처럼, 하이퍼링크의 환경에서는 지식과 정보의 체계적인 연관관계가 완전히 무시된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오늘날 온라인 추천 시스템이라는 새로운 기능이 발전하고 있다. 가장 간단한 예는 연관 검색어나 추천 상품 같은 것인데, 하이퍼링크가 여전히 내가 고르는 정보를 손쉽게 찾을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면, 온라인 추천 시스템은 내가 선택할 만한 것을 보기 좋게 가져다 놓아서 검색을 유도한다. 인터넷과 컴퓨터 기술이 발전하면서 단순히 정보를 주고받거나 검색하는 것을 넘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이용해서 사용자의 입맛에 맞는 정보를 제공하게 되었다. 이제는 사용자의 과거 사용 기록을 바탕으로 광고와 각종 정보를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다. 온라인 포털에서 제주도 항공권을 검색한 후에는 한동안 제주도 여행 상품 광고가 자주 눈에 띄게 되는데, 그게 바로 맞춤형 광고이다.
여기서 하이퍼링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새로운 지식과 정보의 습득 방식이 등장한다. 내가 찾고 싶은 정보를 능동적으로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찾고 싶을 것 같은 정보를 알고리즘이 찾아 주는 방식이다. 이제 검색자는 수동적이 되는데, 이는 하이퍼링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하이퍼리드’(hyperlead)라고 부를만 하다. 사용자를 특정한 정보로 이끌되, 지나칠 정도로 친절하게 이끄는 시스템이다. 하이퍼리드를 통한 지식과 정보의 습득은 내 마음에 드는 정보를 선호하는 우리의 확증편향[1]을 심화시키고, 과거의 정보에 기인해서 미래를 예측하기 때문에 진취적이 되는 것을 방해한다. 그런 면에서 정보의 체계성을 무너뜨린 하이퍼링크와는 또 다른 우려를 낳는다.
물론 하이퍼링크와 하이퍼리드를 통한 지식과 정보의 전달과 습득이 가지는 장점이 없지 않고, 지난 30년간의 기술발전이 이룩한 긍정적인 변화도 많다. 그러나 이제야말로 나날이 새로워지는 기술진보에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이 필요한 때가 되었고, 하이퍼리드는 그 중요한 계기다. 지식과 정보가 우리에게 이런저런 방식으로 제공된다고 해서 그 지식과 정보 자체의 객관성과 타당성, 그리고 체계성 여부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의사소통과 정보의 습득은 더 빠르고 광범위해져서 그에 대해 반추하고 숙고할 여유가 줄었다는 사실과, 하이퍼링크와 하이퍼리드가 정보의 정확한 전달을 일부분 방해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최근 한국 교회 안에 널리 퍼지고 있는 가짜뉴스와 극우적 입장이 하이퍼리드에 따른 정보편식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1] 자신의 가치관, 신념, 판단 따위와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그 외의 정보는 무시하는 사고방식 (우리말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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