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직을 우습게 알고 위조와 사기와 표절로 그 자리에 올라간 후, 이것이 탄로 나자 다른 편법으로 성직을 차지한 자들, 그들은 결국 나락으로 떨어져 유황 시궁창에 머리를 박고 물구나무를 서는 인생 대역전을 맛볼 것이다. 세습으로 중대형 교회 목사직을 차지한 죄도 성직 매매에 해당하므로 단테에 의하면 말레볼지아에 갈 죄이다. 점쟁이, 마술사, 거짓 예언자와 동급으로 교회를 망치는 악한 범죄가 바로 성직 매매와 성직 세습이다.(본문 중)
옥성득(UCLA 한국기독교학 교수)
현재 한국 대형교회에서 자행되고 있는 담임 목사직 세습이나 편법 위임은 성직 매매의 일종으로, 가나안 성도를 양산하는 주된 원인이다. 후대 역사가는 이 두 가지 현상을 동전의 양면으로 이해하면서 한국 개신교 쇠퇴의 원인이며 당시대의 과제로 정리할 것이다.
대형교회 성직 매매: 세습과 불법 위임
1321년에 완성된 단테의 『신곡』은 중세 교회의 타락상을 잘 보여준다. 지옥 편은 9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시작하는 글이 오늘 한국 교회 상황을 보여 주는 듯하다. “우리 인생길의 한 중간에서, 나는 올바른 길을 잃어버렸기에, 어두운 숲 속에서 헤매고 있었다.” 제8층은 사기(Fraud) 지옥으로 “말레볼지아”(Malebolge = Evil Ditches)로 불린다. 단테는 성직 매매한 자들을 이 유황불 못에 거꾸로 세워두었다. 돈으로 높은 교직을 차지한 후 하나님께 돌아가야 할 영광을 차지한 사기꾼들이 거꾸로 서서 처벌 받는 불 못이다.
8층 심연에는 인신매매범, 아첨꾼, 위선자, 마술사, 점쟁이, 거짓 예언자, 탐관오리, 교사범, 사회 분열자, 위조범을 위한 불 못도 있다. 자족을 배우지 못하고 나르시시즘에 빠져 돈으로 스펙을 쌓고 고위직을 차지한 후 성취를 과시하며 승승장구하다가, 모든 허위가 발각되어 지옥에 떨어진 자들이다. 그 아래 9층 지옥에는 사탄 루시퍼가 있는데 가롯 유다를 비롯하여 예수를 배반한 자들이 거기에 있다. 그러니 사기와 성직매매는 배교, 반역, 매국에 근접한 죄이다.
목회직을 우습게 알고 위조와 사기와 표절로 그 자리에 올라간 후, 이것이 탄로 나자 다른 편법으로 성직을 차지한 자들, 그들은 결국 나락으로 떨어져 유황 시궁창에 머리를 박고 물구나무를 서는 인생 대역전을 맛볼 것이다. 세습으로 중대형 교회 목사직을 차지한 죄도 성직 매매에 해당하므로 단테에 의하면 말레볼지아에 갈 죄이다. 점쟁이, 마술사, 거짓 예언자와 동급으로 교회를 망치는 악한 범죄가 바로 성직 매매와 성직 세습이다.
종교개혁 당시 세습과 성직 매매로 부정부패를 자행하던 수도원장과 주교와 교황을 향해 루터는 적그리스도, 사탄의 자식이라고 욕했다. 나아가 그는 1545년 사제나 수도원장이나 주교를 ‘사탄의 똥 덩어리’라고 공격했다. 그들은 거대한 수도원 재산을 조카에게 세습하고 면세 특권을 누리고, 수도원 산하 교구목사 자리를 매매하여 재산을 축적했다. 정실인사(情實人事)·족벌주의를 뜻하는 nepotism이라는 단어가 ‘조카(nephew)에게 물려주는 것’에서 유래했는데, 사실은 조카가 아니라 숨겨 둔 사생아였다.
한국에서도 교회가 창업자 시대를 지나고 2세들이 물려받는 시점이 되자 세습이 발생하여 그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세대교체 과정에서 조카가 아니라 아예 대놓고 아들이나 사위에게 물려주는 성직 매매를 버젓이 행하고 있다. 재산과 교권을 물려받은 똥 덩어리 목사들이 부지기수이다. 지금 루터가 한국에 온다면 그 심한 냄새에 기절을 할 것이다.
루터 당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거리에 인분과 오줌이 넘쳐 사회문제가 되었다. 사적인 똥이 공적인 문제가 되었다. 개교회가 법을 지키기 않고 사적으로 세대를 교체하니 그 고약한 냄새 때문에 교회 생태계를 망치는 공적인 문제가 되었다. 130년 전에는 서울 종로 거리에 넘치는 인분이 문제였으나, 이제는 수도권 교회에 넘치는 사탄의 똥이 문제다. 기(자쓰)레기만 문제가 아니라 목(사쓰)레기가 공해가 되었다.
단테의 신곡은 지옥을 지나 연옥에 이른다. 천사들은 이곳에서 칼로 단테의 이마 위에 7개의 P자를 새겨준다. 바로 참회해야 할 죄들(Peccata)이다. 오만·질투·분노·태만·탐욕·폭식·애욕의 7죄를 하나씩 회개하며 벼랑을 지나가면 천국의 문 앞에 도달한다. 중세 교회를 망친 게 성직매매와 세습이었고, 지금 한국 교회 일만 악의 뿌리도 성직매매와 세습이다. 오늘 한국 개신교가 이 땅에서 이 목사직 관련 불법을 철저히 참회할 때 천국의 문이 열릴 것이다.
가나안 성도 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1970년대 유신 독재로 민주주의가 압살되고 1975년 4월 인혁당 사건 8인을 공산주의자로 몰아 대법원 판결 후 즉시 사형에 처하자, 반작용으로 사람들은 공산 정권과 무슨 차이가 있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것이 공산주의가 들어오는 발판이 되었다. 1980년 5월 광주 행쟁 기간에 독재의 광기가 무고한 시민들을 학살하자 공산주의가 들어올 문이 열렸다. 1984년 대학가 민족해방(NL) 파는 주체사상으로 무장하고 운동권의 헤게모니를 장악했다. 건국 세대, 산업화 세대에 이어 386세대가 생성되면서 그 일부가 주체사상을 수용했다. 386 세대는 한국 사회의 거대 담론에 관심을 가졌으나, 1990년 전후 공산주의 국가들이 패망하고 냉전이 종식되면서 ‘역사의 종말’(후쿠야마)이 다가오자, 이후 세대는 좀 더 개인의 자유를 추구했고, 곧 탈근대, 다원주의, 신자유주의 세상이 도래했다.
이를 교회 세대에 적용해 보자. 교회는 급변하는 시류에 바로 대처하지 못하고 2선으로 물러나 수구적 반응만 보이게 된다. 1987-2007년 20년간 대형교회가 성장하고 당회장 목사에게 권력이 집중되자 자연스럽게 부패가 심해졌고, 온라인의 발전과 함께 정보가 빠르게 공유되면서 반개독교 운동이 일어났다. 지난 10년 간 우상화된 담임목사는 교회를 신성한 캐슬로 만들고 지배했다. 세습과 표절이 성행하자 ‘당신들의 천국’인 교회를 떠난 교인들이 가나안 성도가 되어 영적 광야를 헤매고 있다.
이제 교회가 선교지가 되었고, 교회 밖 성도들을 품는 것이 미션이 되었다. 미션얼 목회를 하려면 이제 교회 밖에서 해야 한다. 초중고 학생의 97%가 교회 밖에 존재한다. 교회는 세대 전승에 실패했다. 가나안 성도 세대를 위해 교회 밖으로 나갈 때이다.
그 선한 능력을 기대하며 함께 걸어갈 때
신사참배 반대로 감옥 교회에서 ‘옥중 성도’들이 예배드릴 때 가장 많이 부른 찬송은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이었다. 북한에 그들이 없었더라면 기독교는 해방 이후 남한에서 환영받지 못했을 것이다. 1960년에 교회가 침묵했다면 1960년대에 교회는 죽었을 것이다. 1972-79년에 교회가 침묵했다면 기독교는 1980년대에 존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1980-87년에 교회가 침묵했다면 1990년대에 존재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오늘 교회가 교회 내부의 부패와 불법과 세습에 대해서마저 침묵한다면 2020년대에 길에 버려진 소금처럼 발에 밟히는 신세가 될 것이다. 개인적 회개도 없고 구조적 개혁도 없는 한국 교회는 Church-ianity, Pro-pastor-ism으로만 존재하는 좀비가 될 것이다.
우상숭배하는 교회를 떠나 가나안 교회에서 ‘세속 성도’들이 예배드릴 때 가장 많이 부르는 찬송은 무엇일까? 찬송과 기도가 없으면 희망이 없다. 본회퍼는 죽기 전 어머니와 약혼녀에게 보낸 글 “선한 능력으로”에서 “그 선한 능력에 언제나 고요히 감싸여, 그 놀라운 평화와 위로를 누리며, 나 그대들과 함께 걸어가기를 원하네”라고 노래했다. 지나간 어둠의 날들이 무겁고 짓누르는 낙담의 엠마오 길이 힘들지만, 주께서 동행하시며 구원을 이루실 것을 믿음으로 기대할 뿐이다.
1977년 남한 인구의 10%가 개신교인이었다. 이제 40년이 지나 다시 10%로 돌아가고 있다.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도 있을 것이다. 우리 생애에 그 반전을 기대하자. 혹 우리 생애에 성직 매매꾼들이 영광을 누리고 교회에 광풍이 불더라도, 천국에서는 뒤집히는 일이 있음을 믿고 돌베개를 베자. 꿈에서 천국에 오르는 사닥다리를 보자. 늘 찬송하면서 주께 더 나아가자. 주께서 밤낮 함께 하시니 선한 일을 기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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