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밴드 U2의 역사적인 내한공연이 2019년 12월 8일로 확정되었다. 지난 40년 동안 이 밴드가 보여준 인권 옹호와 평화 활동 때문에, 많은 언론들은 이번 공연이 한반도의 평화 무드에 크게 기여하리라 기대하며 주목하고 있다. U2 멤버 중 세 명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세속적인 대중음악계에서 공개적으로 신앙을 고백하며 중요한 발언들을 해 왔다. 이들의 음악과 여러 활동에 나타난 신앙적 배경을 초창기 활동을 중심으로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하고자 한다.(본문 중)

윤영훈(성결대학교 신학부 교수,『윤영훈의 명곡 묵상』저자)

 

록 밴드 U2의 역사적인 내한공연이 2019년 12월 8일로 확정되었다. 지난 40년 동안 이 밴드가 보여준 인권 옹호와 평화 활동 때문에, 많은 언론들은 이번 공연이 한반도의 평화 무드에 크게 기여하리라 기대하며 주목하고 있다. U2 멤버 중 세 명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세속적인 대중음악계에서 공개적으로 신앙을 고백하며 중요한 발언들을 해 왔다. 이들의 음악과 여러 활동에 나타난 신앙적 배경을 초창기 활동을 중심으로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하고자 한다.

 

 

20세기 최고의 대중전도자 빌리 그레이엄(Billy Graham)은 한 매체에서 U2의 앨범 <Joshua Tree>를 “영혼의 순례기”(a travelogue of the soul)라고 평했다. 그의 이런 평가는 아마도 U2의 오랜 음악 활동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가장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U2는 대중음악 공연과 활동을 통해 진지한 영적 순례의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끊임없는 음악적 실험과 창의적 사운드, 첨단 기술과 예술성의 절묘한 조화, 청중들을 사로잡는 카리스마와 콘서트 미학 등, U2의 음악적 성취는 실로 놀랍다. 하지만 U2가 명성을 얻은 것은 뛰어난 음악성 때문만은 아니다. 이들이 더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음악과 활동을 통해 현실을 주시하고 사회의 문제점들을 비판하는 “매서운 감시 기능”을 발휘해 왔기 때문이다. 더욱 주목할 점은, U2의 거의 모든 노래 가사에는 심오한 기독교 가치관과 신학적 주제들이 담겨져 있다는 것이다.

아일랜드 장로교회의 목회자이자 오랫동안 U2의 종교성을 분석해 온 스티브 스토크먼(Steve Stockman)은, U2에게 기독교 신앙은 규칙적인 종교 활동이 아니라 음악과 삶의 ‘실존적’ 바탕이라고 주장하였다. 스토크먼의 말대로 U2는 종교를 그저 주목받기 위한 수단으로 삼은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 신앙은, 정치적 문제들과 함께 데뷔 시절부터 지금까지 항상 삶과 음악의 가장 중요한 근거이며 주제였다.

 

(좌)Liam Creagh(Red Box 미디어 대표), (우)Steve Stockman 목사. Steve Stockman 목사가 U2를 소개하였다.

 

그렇다면 U2가 자신들의 음악에서 기독교적 가치를 표방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무엇일까? 첫 앨범이 아일랜드에서 크게 성공하여 이들은 언론의 극찬과 주목을 받으며 본격적인 밴드 활동에 들어간다. 하지만 드럼 주자인 래리 뮬렌(Larry Mullen Jr.)이 어머니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실의에 빠지게 된다. 보노(Bono, 리드 보컬) 역시 일찍 어머니를 잃는 아픔을 겪었기에 둘은 서로의 아픔에 깊이 공감했다.

그때 U2의 멤버들은 더블린의 복음주의 신앙 공동체인 ‘샬롬’(Shalom)을 만나게 된다. 그곳에서 이들은 날마다 성서를 묵상하며 깊은 영적 체험을 하게 된다. 보노의 고백처럼, 그때 그들은 “어머니를 잃고 하나님을 만났다.” 이런 고백은 U2의 데뷔 앨범 <Boy>의 수록곡들의 가사에 잘 담겨있다. 당시의 상황을 U2의 기타리스트인 에지(The Edge)는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당시 더블린에는 중요한 영적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보노는 학교에서 유일하게 진정한 그리스도인 같았어요. 그는 하나님에 대한 감정과 생각을 친구들에게 말하기 시작했었죠. 자연스럽게 나와 래리도 그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고, 우리는 그리스도인이 되었습니다.

보노 역시 이때 경험한 영적 공동체 안에서의 놀라운 체험을 아버지에게 쓴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고백하였다.

우리는 매일 모여 기도하고 성경을 읽었습니다. 삶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신뢰하고 나누었죠. 이 모든 것이 우리에게 힘과 기쁨을 주었습니다. 이것은 술과 약물에 의존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어요. 우리는 깊은 상실과 슬픔에 빠진 사람들이 주변에 있음에도 “삶을 맘껏 즐기기 원해”라고 말하는 음악 산업의 위선적 모습을 보았습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단지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 이상의 염원을 품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 당시에 아무 것도 소유하지 않고 지냈어요. 우리는 모두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 서로 도우며 살았고 작은 돈도 함께 나누었죠. 정말로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헌신하는 교회의 모습이었어요. 거창한 차원이 아니라 한 사람을 변화시키는 소박한 방식으로요.

스토크먼은 U2의 계속된 종교적 신념은 바로 이 시절의 체험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그는 이 공동체가 당시 더블린을 강타한 은사주의적 성령운동에 영향을 받았다고 회상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들은 이후에 이 공동체와 결별했고 많은 부분에서 신앙이 변화했지만, 결코 이곳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U2가 지금 하고 있는 활동의 뿌리는 그 당시 성령께서 뿌리신 씨앗에서 나온 것이다.”

Gloria in te domine. Gloria exultate.

주여 나는 가진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내게 있는 모든 것을 당신께 드립니다.

(U2, “Gloria”)

내일 당신은 오시렵니까? 어린양께 마음을 열라.

그분은 눈먼 자들을 보게 하신다. 그분은 곧 오시리라. 그를 믿으라.

(U2, “Tomorrow”)

이 가사들에서 느껴지듯이, 이 시절에 발표한 U2의 두 번째 앨범 <October>는 U2의 앨범 가운데 가장 기독교적 색깔이 뚜렷하다. 이 앨범의 모든 곡들은 그 양식에서 일반적인 CCM 곡들과 동일하다. 물론 U2의 강렬한 록 사운드는 그대로이며, 상업적으로는 가장 실패한 앨범이었다. 이때 그들은 신앙과 록큰롤의 두 세계 속에서 많은 혼란을 겪었다. 에지는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회상한다.

<October>는 갈등 속에 만들어진 앨범입니다. 록큰롤과 신앙, 이 두 가지는 저에겐 화해될 수 없는 것이었어요. 나는 당시 밴드에 계속 남아야 할 지 떠나야 할 지를 심각하게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이 갈등은 이후에도 완벽하게 풀린 적은 없습니다. 아마도 영원히 계속될 거예요.

 

U2의 2집 앨범 자켓 사진. (출처: Wikipedia)

 

그들은 음악적으로 명성을 얻은 후에도 계속 이 신앙 공동체에 속해 있었다. 그러나 보노는 샬롬이 체계를 갖추며 그가 불편하게 여겼던 제도권 종교를 닮아가자 실망하기 시작했다. 1983년 U2 멤버들이 이 공동체를 떠나는 계기가 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U2의 3집 앨범인 <War>는 전작에 이어 신앙 정체성이 매우 짙은 앨범이었고, 동시에 강한 정치적 비판의식을 드러낸 앨범이기도 하다. 이 앨범은 음악적으로도 매우 훌륭해 당대 모든 평단으로부터 극찬을 받았고, 그들에게 국제적인 명성을 가져다주었다. U2는 전미 순회공연을 했고 많은 호응을 받았다. 고국에 돌아와 다시 샬롬 공동체를 찾았을 때, 그들은 벌어들인 수익 중 상당 부분을 기부하고자 했다. 하지만 샬롬 공동체 지도자는 “그런 식으로” 록 밴드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기부를 거부하였다. U2의 멤버들은 큰 충격을 받았고 곧 심각한 혼란을 겪었다.

 

U2 3집 앨범 자켓 사진. (출처: Wikipedia)

 

이 사건 전에도 U2의 멤버들은 이미 신앙 정체성과 록 음악의 세속성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1980년 1집 발표 후에 첫 번째 미국 순회공연을 하면서 다른 록 밴드들과 동행하게 되었는데, 그들의 퇴폐적이며 타락한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던 것이다. 보노는 당시를 회상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그들과 결코 어울릴 수 없었습니다. 나는 투어 버스의 맨 뒤에 처박혀 계속 성경만 읽었습니다.” 특히 가장 신앙심이 투철했던 에지는 음악 활동을 포기할 것을 심각하게 고려했다. 깊은 고민과 갈등 속에서 보노는 대중음악사에서 간과된 아주 중요한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이전부터 자신이 존경해온 많은 뮤지션들이 그들의 노래 속에 기독교 정신을 담았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록큰롤은 영적인 문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내게 많은 영감을 주었던 훌륭한 아티스트들, 예를 들어 밥 딜런(Bob Dylan), 밴 모리슨(Van Morrison), 패티 스미스(Patti Smith), 알 그린(Al Green), 마빈 게이(Marvin Gaye) 등이 우리와 유사한 형태로 음악과 신앙을 조화시켰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나는 마음이 편해졌고 우리 음악의 길을 찾았습니다.

이후 U2는 이러한 음악 철학을 결코 놓치지 않았다. U2는 샬롬 공동체와 결별하고 자신들의 신앙 여정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 공동체에서 경험한 영적 체험과 성경공부, 그리고 공동체적 나눔의 가치는 그 이후에도 계속 U2를 이끌었다. 이후 U2는 본격적인 음악 활동에 전념했다. 그들은 여전히 신앙과 세상에 대한 긴장을 유지하였고, 영적인 가치와 정치적인 메시지를 함께 아우르는 노래들을 발표하였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들에게 영적인 신념은 정치적인 행동으로 이어져야 했고, 양자는 결코 분리될 수 없는 것이다.

그들은 영적인 삶과 록 밴드로서의 성공은 결코 대립하는 가치가 아님을 발견하였다. 오히려 U2는 자신들이 록 음악을 통해 세상과 하나님 나라를 연결하는 가교가 되기를 다짐하였다. U2가 발견한 음악과 소명은 다른 모든 영역에서도 기독교 문화가 지향할 적절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나는 예술은 사회를 비추는 거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터널이 끝나는 지점에서 길을 비추는 불빛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에지, The Edge)


<좋은나무>를 후원해주세요.

<좋은나무>후원하기


 

관련 글 보기


꽃 피는 봄이 오면: 4월에 다시 부르는 봄의 노래들(윤영훈)

┗ [문화⑤]지금까지 이런 말씀은 없었다: 우리 감성을 사로잡는 말맛(윤영훈)

┗ [문화④]뷰티 인&아웃사이드(윤영훈)

┗ [문화③]진정한 고스트는 어디에?(윤영훈)

┗ [문화②]가족 같은 공동체? 공동체 같은 가족!(윤영훈)


 

좋은나무에 문의·제안하기

  • This field is for validation purposes and should be left unchanged.

관련 글들

2024.11.21

영화 : 여기 사람 있어요! (최주리)

자세히 보기
2024.11.11

: 광장이 광야가 될 때(홍종락)

자세히 보기
2024.10.17

한강, 한국 문학의 새 역사를 쓰다(이정일)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