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 사태에 대처하는 코오롱의 모습을 보면 우리 사회에 만연한 결과 우선의 사고방식, 즉 결과가 좋으면 과정은 무시해도 좋다는 태도가 여실히 드러난다. 코오롱 측은 자신들이 개발하여 판매한 약이 특별한 부작용은 나타내지 않았으니, 지금까지 안정성 문제로 사용하지 않던 신장유래세포가 약에 포함되어 있는 것도 괜찮다고 주장한다. 결과가 좋으니 좋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 자신들이 부주의해서 발견하지 못한 오류로 인한 결과를 ‘우연한 발견’으로 돌려 말하는 것은 정직한 태도가 아니다.(본문 중)
손화철(한동대학교 글로벌리더십학부 교수, 기술철학)
인보사(Invossa)는 코오롱 생명과학이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을 통해 개발한 세계 최초의 골관절염 세포 유전자 치료제이다. 퇴행성 관절염 등으로 닳아 없어진 연골을 재생하고 통증을 완화시키는 주사제로 2017년부터 국내 시판되었다. 그런데 주사제의 성분에 본래 고시되었던 연골세포와는 다른, 신장세포에서 유래한 세포가 들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신장유래세포는 무한증식하여 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소지가 있어 치료제에는 사용할 수 없는 세포이다. 그래서 2019년 3월에는 주사제 판매가 중지되었고, 이어서 약품 품목허가도 취소되었다. 이에 따라 이 약품을 생산하는 코오롱티슈진의 코스닥 상장 폐지 심사도 이루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약품 품목허가가 취소되었지만, 코오롱 측은 개발 과정의 실수가 약의 효능과 무관하기 때문에 미국에서 중단된 임상실험을 계속 시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행정 절차의 적정성이나 전문가들의 의학적 판단과 무관하게, 이 약품의 개발과정에서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났다.
결과 우선의 사고방식
인보사 사태에 대처하는 코오롱의 모습을 보면 우리 사회에 만연한 결과 우선의 사고방식, 즉 결과가 좋으면 과정은 무시해도 좋다는 태도가 여실히 드러난다. 코오롱 측은 자신들이 개발하여 판매한 약이 특별한 부작용은 나타내지 않았으니, 지금까지 안정성 문제로 사용하지 않던 신장유래세포가 약에 포함되어 있는 것도 괜찮다고 주장한다. 결과가 좋으니 좋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애당초 신장유래세포가 인보사의 주성분이라는 것을 밝혔다면 식약처에서는 품목허가를 내주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자신들이 부주의해서 발견하지 못한 오류로 인한 결과를 ‘우연한 발견’으로 돌려 말하는 것은 정직한 태도가 아니다.
비슷한 태도가 이 사태를 둘러싼 여러 주체들의 반응에서도 나타난다. 바이오 업계는 이번 사태가 관련 연구개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20여 년간 개발한 약을 포기함으로써 생기는 경제적 손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사람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된 의약과 바이오 산업, 생명공학에서는 우연히 얻어진 ‘성공’보다 예방적인 절차를 지킨 ‘실패’가 더 값지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도 이번 사태의 큰 문제점 중 하나이다. 사실 코오롱의 애매한 태도가 인보사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코오롱 측은 자신들의 실수를 솔직하게 인정하거나 과학적인 설명을 제시하기보다 변명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인보사가 자신의 자식이라며 애착을 보이던 코오롱의 이웅렬 회장은 이번 사태가 일어나기 직전 전격 은퇴한 후 단 한 마디의 입장발표도 하지 않고 있다. 그는 은퇴하면서 고액의 퇴직금으로 입길에 올랐고, 최근에는 소액주주들의 고발 이후 출국금지를 당하여 검찰의 조사를 앞두고 있다.
한국의 반기업 정서에는 이유가 있다. 온 국민의 국산품 애용과 정부의 일방적인 특혜로 자란 대기업들이 자기 가족의 사익을 사회적 책임보다 앞세우는 모습을 종종 보이기 때문이다. 코오롱이 이번 사태에 대처하는 방식 역시, 그 의도나 진실과는 무관하게,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신약개발 분야에서조차 이익추구에만 몰두하는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
정부의 역할
인보사 개발 과정에서 정부가 무엇을 했는지, 또 무엇을 해야 했는지도 되짚어 보아야 할 문제다. 인보사는 마모된 관절 연골을 재생하고 통증을 완화하는 약품으로 개발되었다. 그런데 임상실험결과 통증 완화에는 도움이 되지만 연골재생에는 별다른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 2017년 4월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의약품 시판 허가를 받지 못했다. 그런데 불과 두 달 후인 2017년 6월 통증 완화에 효과가 있다는 것에 한정하여 시판 허가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그 이전까지 이 약의 개발과 관련한 승인의 모든 과정에서 이번에 문제가 된 신장유래세포의 혼입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 약품 개발에 들어가는 대규모 투자와 개발 이후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생겨나는 경제적인 효과 등을 의식한 나머지 관리가 소홀해졌을 거라는 의심이 가능하다.
신약 개발을 통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을 돕는 것 역시 정부의 역할이다. 그러나 정부의 일차적인 책임은 국민의 안전이다. 정부가 기본적인 임무에 충실하지 못하면 경제 활성화도 이룰 수 없는 법이다. 식약처의 안이한 관리가 결과적으로는 3,800명의 투약 환자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인보사에 투자했던 수많은 소액주주들에게 큰 손해를 끼쳤다.
언론과 시민 참여의 중요성
이번 인보사 사태는 의약품과 최신 기술 개발 과정에서 언론과 시민이 담당하는 역할이 크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황우석의 복제배아줄기세포가 ‘국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 환호하다가 사기로 밝혀져 허탈해한 것이 불과 10여 년 전이다. 인보사 사태는 개발 과정에 오류가 있었던 약품을 실제로 투약했다는 점에서 황우석 사기 사건보다 더 심각하다. 그런데도 언론의 보도는 성실하지 않고 시민들의 관심은 그리 크지 않다. 사람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문제들의 전개과정에 언론과 시민들이 무책임하거나 무심한 것은 모두에게 손해다. 기술 개발이 전문가의 손과 관료들의 판단에 전적으로 맡겨지고 그 과정에서 일어난 오류들조차 제대로 밝혀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더 복잡해질 기술 사회의 앞날은 어둡다. 인보사 사태 역시 시민들이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만 좀 더 합리적인 방식으로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이다. 언론들의 예리한 취재와 보도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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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보사의 판매 중지와 약품허가 취소가 이루어졌나?
인보사는 사람 연골세포가 담긴 1액과 연골세포에 성장유전자(TGF-β1)를 도입한 형질전환세포가 담긴 2액으로 구성된 주사제이다. 2액의 형질전환세포가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안정성이 확인되지 않은 신장유래포로 밝혀졌다. 이런 사실은 미국 시판을 위한 실험 과정에서 밝혀졌는데, 코오롱 이 사실을 통보 받고도 국내에서의 시판을 지속했다는 혐의가 있다. 이 치료제의 개발과정과 2017년 시판 이후 투약을 받은 사람은 약 3,800명에 달한다.
왜 신장유래세포가 치료제에 들어가게 되었는가?
신장유래세포는 이 약의 제조 과정에서 사용된다. 회사는 태아신장유래세포로부터 성장유전자(TGF-β1)를 분리·정제해 연골세포에 삽입하는데, 이 과정에서 신장세포가 걸러지지 않고 혼입되어 결과적으로 연골세포를 대체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 중에는 이 분리·정제 과정에서 신장유래세포를 걸러내는 것이 어렵지 않은 반면 정상연골세포에 성장유전자를 삽입해서 2액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보는 이들이 있다. 이것이 사실인 경우 처음부터 개발자가 신장유래세포를 사용했다는 의심이 가능하다.
코오롱 생명과학의 입장은 무엇인가?
코오롱 측은 신장유래세포가 혼입되었고, 그것을 오랫동안 발견하지 못한 실수는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일은 고의가 아니며, 그 실수에도 불구하고 개발과정에 취한 여러 예방 조치 때문에 이 약의 안정성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과거에는 신장유래세포가 치료제에 들어간 적이 없지만, 이번에 부지중 인체에 주입하였고, 결과적으로 투약한 환자들에게서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았으므로 오히려 새로운 발견을 한 셈이라는 것이다. 코오롱 측은 이를 세포에 명찰을 잘못 달았을 뿐(신장세포인데 연골세포로 표기함), 약의 효능과 안정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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