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4일 극적으로, 송환법을 폐기한다는 행정장관의 발표가 있었는데도 시위는 멈추지 않고 있다. 이 글은 홍콩 그리스도인들 세 명에게 직접 전달받은 현지 상황과 소식을 정리한 것이다. 송환법 폐기 발표 직전에 받은 글들이라 상황이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사태를 이해하는 데는 여전히 유효하다.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고 기도할 일이다.(본문 중)

브랜든(신학교 교수)

프레드(청년사역자)

제시(목사)

김종호(IFES 동아시아지역 부총무)

 

1841년부터 영국의 지배하에 있던 홍콩은 1997년에 중국에 반환된 이후 1국가 2체제의 원칙에 따라 유지되어 왔다. 그런데 최근 ‘송환법’이라는 법안을 둘러싸고 시민들의 시위가 세 달째 이어지고 있으며, 경찰의 폭력적이고 과도한 진압이 연일 뉴스에 보도되고 있다. 지난 9월4일 극적으로, 송환법을 폐기한다는 행정장관의 발표가 있었는데도 시위는 멈추지 않고 있다. 이 글은 홍콩 그리스도인들 세 명에게 직접 전달받은 현지 상황과 소식을 정리한 것이다. 송환법 폐기 발표 직전에 받은 글들이라 상황이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사태를 이해하는 데는 여전히 유효하다.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고 기도할 일이다. (김종호)

 

홍콩 저항운동의 개요(브랜든, 신학교 교수)

홍콩 시위는 중국 정부가 홍콩 시민들을 체포해 본토로 송환해 본토에서 기소, 처벌할 수 있게 하는 송환법의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일어난 것이다. 이는 홍콩의 자율권을 인정한 1국가 2체제의 원칙을 사실상 무너뜨리는 법안이다. 실제로 입법의회의 민주 성향 의원들이 최근 몇 년간 투옥되거나 축출되는 일이 이어졌다. 홍콩의 행정장관인 캐리 람(Carrie Lam)은 이 법안이 다수결로 쉽게 통과되리라 자신했으나, 6월 초 결의에 찬 평화적 시위대의 입법부 건물 봉쇄로 인해 불가피하게 법안 통과가 연기되었다.

이후 시위 사태가 이어지는 동안 정부의 부패상을 낱낱이 확인하게 되었는데, 경찰의 불법 강경 진압, 폭력배 동원, 시민의 자율권 침해 등 불법적인 일에 중국 공산당이 개입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정부는 시위대를 폭도라 부르며 진압하고 있고, 수백 명을 체포, 구금했고, 심지어 고문까지 자행했다. 시위는 이제 법안의 완전 폐기,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구속자 석방, 경찰 폭력에 대한 조사, 약속된 자율권 보장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한걸음 더 나아갔다. 그러나 정부는 시민들의 요구를 들어주기는커녕 더욱 폭력적으로 진압하는 중이다. 하지만 시민들은 현재까지 물러설 마음이 없으며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의 저항과 시위로 맞설 것으로 전망된다.

 

홍콩 시내에서 벌어진 시위를 진압하는 경찰. (출처: BBC)

 

홍콩 저항운동과 청년들(프레드, 청년 사역자)

이번 여름은 대부분의 홍콩 시민들에게 매우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6월 9일 전까지는 청년들 사이에 비관론이 지배적이었다. 홍콩의 본토화 이슈에 대해 청년들은 대체로 무관심하거나 무지했다. 이런 정치적 무관심의 문제는 성(sacred)과 속(secular)을 구분하는 이원론에 익숙한 대다수 기독 청년들 사이에서 더 심각했다. 게다가 정교분리의 원칙을 오해한 나머지 탈정치화로 나간 근본주의, 오순절주의, 복음주의자들도 많았다. 이번 사태가 벌어지기 전까지는 대다수의 기독 학생들은 마치 딴 세상에 사는 청년들처럼 자기 삶을 살기에만 급급했다.

1국가 2체제 원칙을 수호하기 위해 이렇게 대학생, 중고생, 심지어 초등생까지 송환법에 저항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많은 기독 학생들이 이런 사회운동의 “신참”으로 동참했다. 내가 관찰한 바로는, 젊은이들이 이 상황을 영화 어벤져스의 엔드 게임 같은 절망적인 상황으로 느끼는 것 같다. 기독 학생들은 이런 문제에 대한 신학적인 정리나 통합된 의견이 있는 건 아닌데도 본능적으로 이 시위에 참여하며 다수의 움직임을 따르고 있는 것 같다.

정부가 시위대의 요구를 계속 묵살하고 있고 진전이 없기에, 일부 시민은 경찰과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재까지 행정장관은 시민들을 비난하고 시위대의 폭력에 대해 경고하는 발언만 하고 있어 시민들의 분노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상황이 너무 절망적이고 암울하기에 일반 청년들처럼 기독 청년들도 우울과 낙심을 경험하고 있다. 감사한 것은, 여러 청년 사역자들이 그들과 함께하며 상황 너머에 계신 하나님의 관점으로 현실을 보자고 격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고민거리는 폭력의 윤리성 문제이다. 현재 경찰의 폭력에 대항해 우리도 폭력을 써도 되는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각 학교의 학생회들이 동맹휴업을 선언하기 시작했다. 기독 학생들 역시 이런 새로운 사회참여의 흐름에 어떻게 반응할지 고민하고 있다.

 

지난 9월 2일, 홍콩 동맹휴학에 동참한 대학생들이 중국의 송환법에 반대하는 집회를 얼었다. (출처: VOA)

 

시위현장의 인류애: 홍콩사람들의 아름다움(제시, 목사)

 

6월 9일부터 시작된 시위 이후로 서로 알지도 못하던 사람들이 팀을 이뤄 다음과 같은 일에 헌신하고 있다.

시위 팀: 시위 중 장비(마스크, 헬멧, 보안경 등)가 없는 사람들을 보호한다.

자동차 팀(무료 교통제공): 일부 지역에서 지하철이 끊어지거나 자정 넘은 시간에 시위가 끝나면 시위 참가자들을 집까지 데려다주기 위해 자동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내가 본 것만 해도 200명이 넘는 자가용 운전자들이 줄을 지어 대기하고 있었다.

사회 복지/목회자 팀: 현장에 상주하며 갈등 상황에 중재하고 16살 미만의 어린아이들이 체포되면 경찰서에 동행하고 다른 팀들을 위한 법적, 의료적 지원을 연결해 준다.

어르신 팀(20-30명): 경찰들 앞을 가로막아 시위대가 도망갈 수 있게 시간을 벌어 준다.

식품/식당 팀: 기증받은 슈퍼마켓 상품권을 제공하고, 시위 중에 음식과 물을 공급하며, 시위 현장 인근의 식당에서는 무료로 식사를 제공한다.

일자리 제공: 일부 사업주들은 체포되어 실직한 사람들을 채용해 준다.

의료/법률 지원 팀: 의사, 변호사들이 무료로 봉사한다.

전단지 홍보 팀: 포스터나 전단을 제작해 사람들의 사기를 돋우고 향후 시위에 사람들을 모은다.

임시 숙소 제공: 부모에게서 쫓겨나 당장 집에 갈 수 없는 시위 참가자들을 집에 머물게 해준다. 공항 근처에서 시위를 마치고 집에 돌아갈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호텔을 잡아 준다.

 

이렇게 홍콩시민들은 악과 싸우며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고 있다.

 

홍콩을 위해 어떻게 기도해야 할까?(김종호)

홍콩 시민들이 이 어려운 시기를 이겨낼 힘과 위로를 주님께서 공급해 주시고, 학교마다 동맹휴업 등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형편인데,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학생들이 현재의 상황을 바르게 판단하고 다음 행보를 잘 내디딜 수 있게 해 달라고, 또 중국의 힘이 시민들을 향한 압제나 국제사회의 긴장을 일으키는 데 사용되지 않고 평화를 가져오는 도구로 사용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자.

 

* 편지를 보내온 홍콩인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을 사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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