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은 우리나라에서 사망 원인 5위이다. 암, 심장질환, 폐렴, 뇌혈관질환 다음으로 큰 원인이다. (중략) 놀라운 것은 자살이 10대, 20대, 30대에서 사망원인 1위라는 것이다. 이 연령대에서는 전체 사망자 중 자살로 인해 죽은 사람의 비율이 월등히 높다. 10대는 35.7%, 20대는 47.2%, 30대는 39.6%에 달한다. (중략) 결코 정상이라고 말할 수 없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이 질병이나 사고가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끊는 자살로 죽을 수 있는가. (본문 중)

조성돈(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 라이프호프 기독교자살예방센터 대표)

 

2018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자살한 사람의 숫자가 전년 대비 증가했다. 2018년 자살사망자는 13,670명으로 2017년에 비해 1,207명이 늘었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한 사람의 숫자를 의미하는 자살률 역시 전년 대비 2.3명이 증가한 26.6명이 되었다. 이는 하루 평균 37.5명이 자살로 생을 마친다는 의미이다.

 

2008~2018년 자살자 수 및 자살률 추이. 자살자 수와 자살률이 2013년부터 꾸준히 감소하다가 2018년에 증가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출처: 통계청)

 

자살은 우리나라에서 사망 원인 5위이다. 암, 심장질환, 폐렴, 뇌혈관질환 다음으로 큰 원인이다. 이후에 당뇨병이나 간질환이 온다. 놀라운 것은 자살이 10대, 20대, 30대에서 사망원인 1위라는 것이다. 이 연령대에서는 전체 사망자 중 자살로 인해 죽은 사람의 비율이 월등히 높다. 10대는 35.7%이고, 20대는 47.2%, 30대는 39.6%에 달한다. 20대의 경우 사망자 중 절반에 가까운 사람이 자살로 죽는다. 결코 정상이라고 말할 수 없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이 질병이나 사고가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끊는 자살로 죽을 수 있는가.

 

사망원인 순위 추이. 본 자료 역시 2018년부터 고의적 살해(자살)로 인한 사망률이 증가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출처: 통계청)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은 하루 이틀 사이의 문제가 아니다. 2003년 이후로 2018년까지 단 한 번을 제외하고 우리나라가 매해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자살예방행동계획’이라는 것을 발표하며 자살예방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가기로 약속했다. 그래서 자살한 사람의 숫자가 가장 많았던 2011년(31.7명)의 절반으로 자살자 수를 줄여 OECD 국가 중 자살률 2위를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숫자를 절반으로 줄여도 겨우 2위 밖에 안 되는 거냐는 의문이 생길 수 있는데, 이는 대한민국의 당시 자살률이 2등이었던 일본이나 헝가리 등과 비교할 때 월등히 높았기 때문이다.

작년에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의 불명예를 잠깐 벗었다. 그런데 이는 2017년에 OECD에 가입한 리투아니아의 자살률이 우리와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즉, 우리의 노력보다는 외부 요인이 작용한 것이다. 그런데 2018년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증가하여 다시 1위를 하게 되었다.

자살예방 운동을 해 온 필자의 입장에서는 이번 결과에 허탈한 마음이 든다. 2011년 이후 자살이 꾸준히 줄어들어 왔고, 그 줄어드는 속도도 빨라서 문재인 정부의 약속처럼 절반으로 줄어들 수도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졌었기 때문이다. 2011년 자살자의 숫자는 15,906명에 달했고 자살률은 31.7명이었다. 그런데 그 후로 자살은 꾸준히 줄어들어서 2017년에는 2011년에 비해 자살자가 약 3,500명이 줄고 비율로는 20% 이상이 줄어들었다. 어떻게 보면 2011년 이후 자살예방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나타냈다고 말할 수 있다.

중요한 한 가지 이유는 2011년에 국회에서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 소위 ‘자살예방법’이라는 것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본격적으로 자살예방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고 실제적으로 자살예방 사업을 했다. 이에 따라 각 광역시나 도별로 자살예방센터가, 그리고 시군구에는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설립됐다. 이로서 자살예방이 실제적으로 이루어졌고, 그 결과는 자살의 빠른 감소로 나타났다.

물론 아직 많은 사람에게 이러한 자살예방 활동이 직접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워낙 바닥에서부터 시작되는 활동이라서 최근 몇 년의 활동으로 채워질 수 없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자살예방 예산이 몇 년 사이에 획기적으로 늘어났다고는 하나 아직 250억 원 수준이다. OECD 국가 자살률 2위에서 이제 5위(18.5명)가 된 일본의 경우는 7,000억 원으로 우리의 약 28배 수준이다.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인구가 2배 정도 많은 것을 감안해도 28배는 너무 큰 차이다. 그만큼 아직 우리나라의 자살예방 노력은 부족한 면이 있다. 아니, 그 정도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이만한 성과를 이룬 것은 기적이라고 볼 수 있다.

 

ⓒpixabay.

 

앞으로 자살예방 정책에는 변화가 필요하다. 본격적인 활동 이후 6년 만에 효과를 어느 정도 보았다면, 이제는 좀 더 생활 밀접형 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동안에는 병원 중심의 정책이 주를 이루었다면, 앞으로는 일반인들도 피부로 경험할 수 있는 자살예방 운동이 펼쳐져야 한다. 자살 위험에 처한 사람들에게 긴급한 도움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로 하여금 그런 위험에 들어가지 않도록 먼저 도와주어야 한다. 또 서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곳들을 제대로 알려 주어야 한다.

보건복지부 장영진 자살예방과장은 최근의 보도자료(2019.9.24)에서 “자살예방은 종교계, 언론계, 재계, 노동계, 관련 전문가 및 시민단체 등이 함께 노력해야 하는 사회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즉 사회가 생명을 살리는 일에 종교계의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지역에서 실제적인 자살예방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는 필자가 대표로 있는 라이프호프 기독교자살예방센터에 관내에서 함께 생명보듬운동을 할 수 있는 교회를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많이 해 오고 있다. 보건소나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에서는 지역에서 함께 캠페인을 펼치고, 지역의 취약한 사람들을 찾아보고 도와줄 수 있는 자원봉사자를 원한다. 또 학교나 지역 모임 등에서 자살예방 교육을 해 줄 수 있는 강사를 구하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교회에서부터 자살예방 활동이 시작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기를 원하고 있다. 아쉬운 것은 아직 헌신하는 교회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서 적어도 교회가 있는 그 동네에서는 삶이 괴로워서 자살하는 사람이 없도록 하겠다는 마음으로 많은 교회들이 생명을 살리는 일에 동참해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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