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는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그냥 큰 택시다. (중략) 그런데 법적으로 <타다>는 내가 빌린 렌터카이고, 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렌터카에 딸려 오는 운전사다. 원래 렌터카로는 택시 영업을 할 수 없고, 렌터카 회사에서 차를 빌릴 때는 차만 빌려야지 운전사를 함께 빌릴 수는 없다. 그런데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는 11~15인승 승합차를 빌릴 때는 운전사도 빌릴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이 있다. 이 예외 조항에 따라 <타다>의 운전사가 함께 오는 것이다. 그러니까 <타다>는 소비자와 렌트 회사, 운전사를 연결해서 사실상 택시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본문 중)
손화철(한동대학교 글로벌리더십학부 교수, 기술철학)
2018년 10월부터 시작된 <타다>는 11인승 카니발 승합차를 이용한 모빌리티 서비스다. 지난 한 해 동안 기존 택시 업계와의 갈등, 대표자의 검찰 기소, 혁신을 방해하는 낡은 법에 대한 비판 등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먼저 도대체 이 서비스의 쟁점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본격적인 논의 이전에 먼저 주지할 것은, ‘모빌리티 서비스’ 혹은 ‘차량공유서비스’ 같은 말들이 초래하는 막연한 오해다. 우버 서비스 같은 경우, 평소에는 내 차를 쓰다가 별로 할 일이 없는 시간에 잠시 다른 사람을 태우는 그야말로 ‘차량 공유’의 개념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전업으로 우버를 이용한 영업을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타다>의 경우도 운전자는 전업으로 그 일을 한다.
<타다>는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그냥 큰 택시다. 많이 사용하는 카카오 택시처럼 앱을 이용해서 서비스를 신청하면 <타다>가 온다. 그런데 법적으로 <타다>는 내가 빌린 렌터카이고, 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렌터카에 딸려 오는 운전사다. 원래 렌터카로는 택시 영업을 할 수 없고, 렌터카 회사에서 차를 빌릴 때는 차만 빌려야지 운전사를 함께 빌릴 수는 없다. 그런데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는 11~15인승 승합차를 빌릴 때는 운전사도 빌릴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이 있다. 이 예외 조항에 따라 <타다>의 운전사가 함께 오는 것이다. 그러니까 <타다>는 소비자와 렌트 회사, 운전사를 연결해서 사실상 택시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현행으로는 11인승 이상의 택시가 없는데, 1,000대의 <타다> 차량이 지난해 7월까지 9개월 만에 100만 이용 건수를 기록한 것을 보면 블루오션을 찾은 셈이다.
문제는 기존 택시는 전혀 다른 조건으로 운행을 한다는 사실이다. 택시는 면허가 있어야 운행할 수 있는데, 면허는 수가 제한되어 있고 매매 가격도 있다. 현재 개인택시의 면허는 약 6~7천만 원에 거래된다고 하는데, 과거에는 1억까지 간 적도 있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택시 면허를 따려면 3년 무사고에 영업용 차량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소유해야 한다. 반면 렌터카에 딸려 오는 <타다>의 운전자에게는 이런 법적인 제한이 따로 없다.
택시업계는 당연히 강력하게 반발했다. 과거 카풀 서비스에 대한 반대와 마찬가지로, 자신들은 조건을 갖추어 영업을 하는데, 아무 진입장벽이 없이 영업을 하는 모빌리티 서비스와 경쟁하니 불리하다는 것이다. <타다> 측은 자신들은 새로운 시장을 찾은 것이고 택시업계의 손해는 증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정부와 국회는 택시업계의 손을 들어 주었다. <타다>의 존립 근거였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개정하여 11~15인승 승합차를 빌릴 때 운전자도 같이 빌릴 수 있는 조건을 6시간 이상 렌트하는 경우 등으로 강화하려 하고 있다. 이 법이 통과되면 1년 반 이후부터 <타다>는 현재와 같은 영업을 못 하게 된다. 검찰은 이미 <타다>를 불법 택시 운행으로 보고 대표자들을 기소했다.
이 논란의 핵심 사안 중 하나는 이 서비스가 과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혁신인가 하는 점이다. <타다> 서비스를 시작한 쏘카의 이재웅 대표는 이 서비스에 대한 정부와 입법부의 판단을 혁신을 거스르는 기득권 수호로 맹비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간단히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만, 모빌리티 분야의 다른 혁신과 비교하면 좋을 것 같다. 카카오 택시 호출은 혁신적이다. 택시와 고객을 효율적으로 연결해 주어 서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쏘카나 그린카 같은 모바일 렌터카 서비스 역시 혁신적이다. 어디서나 렌트를 할 수 있고, 차를 빌리는 시간도 분 단위로 조절할 수 있어서 소비자의 부담도 줄이고 공급자의 차량 운영도 더 원활하다. 이 서비스들의 기존의 시장을 완전히 바꾸면서도 그 틀을 위협하지 않는다.
<타다>는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던 주체들을 연결해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한다는 면에서는 혁신적이지만, 기존의 틀을 강하게 타격한다. 택시 기사들의 입장에서 보면, 차도 소유하지 않고 택시 면허도 없는 사람들이 법의 예외 조항과 ICT 기술을 이용해 사실상 택시와 동일한 영업을 하게 된 것이다. (물론 <타다>는 11인승 이상의 큰 차만 운행한다는 차이도 중요하다.) 우버와 같은 서비스가 세계 여러 나라에서 택시 업계와 충돌한 것도 같은 이유다. 택시 운전사가 되기 위해 까다로운 시험을 쳐야 하는 영국 같은 나라에서는 충돌이 더 심했다. 기존의 택시 사업은 누가 택시 영업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고, 그 규정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그런데 우버나 <타다>와 같은 사업들이 새로운 기술의 가능성으로 무장하고 그 규정을 흔들고 있다. 간단히 말해, 렌터카를 이용하든 자기 차를 이용하든 아무나 택시 영업을 할 수 있게 하라는 것이다.
<타다> 서비스를 혁신이라 규정하든, 편법이라 규정하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혁신이라 해서 모두 허용해야 하는 것이 아니고, 편법이 불법은 아니기 때문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그 혁신이 깨고자 하는 기존의 틀, 혹은 지금 편법에 시달리고 있는 그 규칙의 타당성이다. 택시의 면허 개수와 택시 기사의 자격을 제한한 기존의 규칙이 지금도 타당한지를 물어야 한다. 만약 타당하다면, 기존의 틀을 유지하면서 혹시 그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기존 택시업계가 부당하게 고수하는 기득권이 있는지를 확인해서 고쳐야 할 것이다. 만약 부당하다면, <타다>뿐만 아니라 모든 차량공유서비스에 대한 규제를 풀고 그 대신 과거의 틀에 맞추어 과도한 대가를 치른 사람들의 손해를 보전할 방도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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