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한 조건을 갖춘 컴퓨터와 인터넷만 있으면 어디서든 면접을 볼 수 있고, 큰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서도 넉넉하게 면접 시간을 확보할 수 있으며, 면접 대상자에 대한 편견이 작동하지 않으니 공정한 평가라 볼 수도 있다. 기업들이 이러한 방식을 도입하며 내세우는 이유도 그러하다. 편견 없이 우리에게 맞는 인재를 뽑고 싶다는 것이다.(본문 중)

손화철(한동대학교 글로벌리더십학부 교수, 기술철학)

 

인공지능 면접을 실시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카메라가 설치된 컴퓨터 앞에 앉아 주어지는 질문에 답을 하는 단순한 과정이지만, 인공지능은 면접 대상자의 표정과 안색, 목소리의 높낮이와 떨림, 사용하는 단어나 표현을 통해 그 사람을 평가한다. 외국에서는 심장박동과 뇌파까지 측정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일정한 조건을 갖춘 컴퓨터와 인터넷만 있으면 어디서든 면접을 볼 수 있고, 큰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서도 넉넉하게 면접 시간을 확보할 수 있으며, 면접 대상자에 대한 편견이 작동하지 않으니 공정한 평가라 볼 수도 있다. 기업들이 이러한 방식을 도입하며 내세우는 이유도 그러하다. 편견 없이 우리에게 맞는 인재를 뽑고 싶다는 것이다.

 

YTN science에서 보도한 ‘인공지능 면접관'(출처: YTN science Youtube 갈무리)

 

현재는 인공지능 면접으로 최후 합격자까지 결정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1차 합격자 선별을 신뢰한다면 최종 결정인들 믿지 못할 이유는 없다. 또 입사 면접에서 사용 가능하다면 대학입시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시작한 대학이 있다.) 국회의원과 대통령 선거는 어떤가? 끊임없는 가짜뉴스에 휘둘리는 사람들이 엄청난 세금이 들어가는 선거를 통해 결국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는 정치인을 뽑곤 한다. 그렇다면 차라리 인공지능에게 면접을 통해 정직하고 올바른 사람을 뽑으라고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교회 목사 청빙도 피차 어색하고 비밀스런 과정을 거치는 것보다 인공지능으로 깔끔하게 처리하는 것이 좋을지 모른다.

그런데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이러한 결정이 그야말로 그 구조를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안면과 색깔, 목소리 등의 인식 기술이 좋아지고 인간의 언어와 표정에 대한 데이터,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종합하여 적용되는 면접 자체에 대한 데이터와 입사 이후 면접 대상자의 근무 실적 데이터 등등이 쌓일수록 평가의 정확도는 높아질 가능성이 많다. 이때 ‘정확도’라는 것은 데이터 간의 상관관계이다. 예를 들어 질문에 답하다가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의 향후 6개월 근속 가능성에 대한 상관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런데 수많은 상관관계들이 조합되어 결정이 내려지는 이 모든 과정이 베일에 싸여 있다. 그 상관관계들 중 무엇을 우선하고 무엇을 무시할 것인지, 어느 정도의 상관관계가 있어야 유의미한 것으로 보는지 등등의 얼개는 해당 프로그램을 만든 사람만이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사람조차도 그 프로그램이 특정한 결론에 이른 세세한 과정을 모두 점검할 수는 없다.

2016년 여러 바둑 애호가들의 마음을 어둡게 만들었던 알파고와 이세돌 9단 대국의 예가 인공지능의 판단 근거를 파악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설명해 준다. 특정 순간에 알파고가 둔 수가 적절했는지를 파악할 방법은 없다. 수많은 데이터에 의해 학습된 컴퓨터 프로그램이 엄청난 양의 연산을 통해 그 결정을 내렸는데, 그 결정을 되짚어 올라가면서 점검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알파고 프로그램의 우수성은 이세돌 9단을 이김으로써만 증명된다. 알파고가 뛰어나서 이세돌 9단을 이긴 것이 아니고, 이세돌 9단을 이겼으니 알파고가 뛰어난 것이다. 이세돌 9단을 이긴 후에는 알파고가 어디에 바둑돌을 두어도 사람들은 믿을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네 번째 대국 78수. 이후로 알파고는 실수를 남발하며 패배했다.(출처: YTN NEWS Youtube 갈무리)

 

또 하나의 문제는 앞서 언급한 얼개, 즉 여러 가지 데이터 중 어떤 것을 어떤 비중으로 어디까지 사용할 것인지를 결정할 근거가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만약 입사자 본인이 열심히 노력해서 얻을 수 없는 능력이나 제거할 수 없는 버릇에 대한 데이터가 수집되어 계산에 포함된다면, 면접은 사실상 피검사나 유전자 검사와 비슷해지는 셈이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어떤 신체적인 특징(예를 들어 검은 피부)을 가진 사람이 사회적인 요인으로 잦은 퇴사를 한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다면, 그 특징을 가진 사람은 계속해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만약 인공지능에 인류의 알려진 역사를 데이터로 입력한 후에 노예제나 여성차별에 대한 의견을 물으면 찬성할지도 모른다. 인류의 역사 대부분의 시간 동안 노예 제도와 여성차별은 너무나 당연했기 때문이다.

이 말은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인공지능의 데이터를 관리하는 사람들이 어떤 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인공지능의 결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인공지능은 전혀 중립적이지 않고, 오히려 매우 정치적이다. 인공지능에 대한 여러 가지 논의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인공지능을 누가 어떤 과정과 규칙을 따라 개발하고, 그 기술을 어떤 영역에서 사용하며, 그 결과물을 어디까지 차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매우 중요하다.

단정할 일은 아니지만, 인공지능 면접은 신기하고 참신한 시도가 아니라 위험한 도전인 것 같다. 사람이 하는 면접이 더 공평하고 민주적이어서가 아니다. 실수하고 후회하고 실패하는 인간이 스스로를 극복하려 애쓰는 과정이 때로는 깔끔하게 당면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보다 나을 때가 있고, 그렇게 풀어가야 할 영역이 있다. 첨단 기술 시대에 기술의 영역으로 넘겨야 하는 일과 인간의 것으로 남겨야 하는 것의 구분이 점점 어려운 숙제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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