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1월 1일에 유독 큰 의미를 부여한다. 무엇보다도, 새롭게 출발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은 역사 초기부터 세월을 계수하는 법을 발견하고 사용한 듯하다. 창세기 5장을 보면 초기 우리 조상들이 이 세상에서 몇 년을 살았는지 나이를 세면서 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어떻게 날짜를 정하고 계수하였을까?(본문 중)

성영은(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2020년 1월 1일 새해가 시작된 지도 벌써 여러 날이 흘렀다. 년, 월, 주(週, 요일), 일로 표시되는 날짜는 사람이 정한 것이다. 그러니 1월 1일이 어떤 특별한 특징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전날인 12월 31일과도 하루 24시간이라는 점에서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1월 1일에 유독 큰 의미를 부여한다. 무엇보다도, 새롭게 출발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은 역사 초기부터 세월을 계수하는 법을 발견하고 사용한 듯하다. 창세기 5장을 보면 초기 우리 조상들이 이 세상에서 몇 년을 살았는지 나이를 세면서 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어떻게 날짜를 정하고 계수하였을까?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스틸컷

 

그들도 지금 우리처럼 하늘에 있는 천체의 규칙적인 운동에서 그 답을 찾았을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처음부터 해와 달과 별로 하여금 주야를 나뉘게 하고, 징조와 사시와 일자와 연한을 이루게 만드셨다(창 1:14). 그래서 우리도 지구의 공전, 달의 공전, 지구의 자전으로 년, 월, 일을 정하고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이미 해와 달의 천문 현상을 이용한 태양력(양력)을 만들어 사용했고, 날들을 수학의 10진법을 이용해 10일 단위로 구분하였다. 반면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는 태양태음력(음력)을 사용하는데, 7일 단위를 구분하고 하루 24시간을 사용하였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도 이런 방식으로 오래전부터 날짜를 계수하고 살았다.

아브라함이 살았던 메소포타미아, 야곱과 그 가족이 옮겨가서 큰 민족을 이루었던 애굽(이집트), 모세의 인도로 애굽을 나와 여호수아와 이스라엘이 함께 들어가 정착한 가나안, 그들이 포로 생활을 한 바벨론, 예수님과 제자들이 살던 로마 시대, 그리고 그 이후 오늘날까지 각 지역과 시대에는 각각 다른 날짜 계산법이 있었다. 교회사 속에서도 신자들은 각각 다른 날짜 계산법을 가지고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안식일, 절기, 혹은 주일을 지켰고 또 지키며 살고 있다.

고대 이집트의 태양력(양력)은 태양이 지구를 한번 공전하는 365일(정확히는 365.2422일)을 1년으로 정하여 사용하였다. 이와 다르게 1년을 정의할 수 있는 방법이 1년에 12번 지구를 공전하는 달을 이용하는 것이다. 달의 공전 주기인 29.5일(정확히는 29.53059일)을 12번 곱하면 1년은 354일이 된다. 이것은 태양력에 비해 1년당 11일이 짧기 때문에 해가 갈수록 태양에 의한 계절 변화와 큰 차이가 나는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3년에 1달 정도의 윤달을 넣은 태양태음력(음력)이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과 우리나라가 속한 동양에서 널리 사용되었다. 윤달은 지역마다 문화와 종교에 따라 각기 다르게 넣었다. 고대 유대력도 이 음력을 사용했는데 유대 절기에 맞춰 윤달을 넣어 사용하였다. 그래서 유대 음력과 바벨론 포로기에 사용한 바벨론 음력은 차이가 있다. 음력은 양력과 달리 천문을 관측하여 그 지역의 형편에 따라 그때그때 윤달을 넣어야 하므로 복잡했다. 당시 점성술사 혹은 천문학자의 주 업무가 천문 관측을 통해 이 달력을 만드는 일이었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중국의 역법을 그대로 사용하다가 세종 때 와서야 천문 현상을 직접 관측하여 우리 자체의 역법(曆法)인 『칠정산(七政算)』(1444)을 만들어 쓰기 시작했다. 칠정이란 해와 달, 그리고 5행성을 말한다. 이 도입과정의 이야기를 다룬 「천문」이라는 영화가 현재 상영되고 있다.

 

태양력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고대 이집트 달력. 나일강의 물이 불기 시작하는 시점을 한 해의 시작으로 삼았다고 한다. 물이 불기 시작하고 새벽하늘에 시리우스성이 뜨면 얼마 후부터 범람이 시작되었다. 이집트는 나일강의 범람을 이용해 농사를 지었기 때문에 나일강의 변화는 그들에게 큰 관심사였다.

 

양력과 음력을 같이 사용하던 로마는 B.C. 46년, 황제였던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1년을 365일이 아닌 365.25일의 좀 더 정확한 공전주기를 기준으로 0.25일 x 4년 = 1일에 따라 4년마다 1년이 366일이 되도록 윤년을 도입한 양력인 율리우스력을 제정하여 사용하였다. 그런데 이렇게 해도 365.25일은 정확한 공전주기인 365.2422일과는 1000년에 7.8일의 오차가 발생한다. 그래서 1582년 로마교황 그레고리 13세는 400년에 윤년을 100번이 아닌 97번으로 줄인 그레고리력을 제작 공표하였다. 그리고 그해 10월 4일을 10월 15일로 바꾸어 버렸다. 지난 1,600여 년간 발생한 오차 11일을 역사에서 없애 버린 것이다. 그 직접적 배경은 325년 니케아 공의회에서 부활절을 춘분 후 첫 보름날 다음 주일로 정했는데 16세기에 와서 춘분이 3월 21일경에서 3월 10일경으로 당겨져 버렸다. 교황은 이를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해 11일을 없애버린 것이다. 이 새로운 달력은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교황이 제정한 것이라 하여 개신교 국가에서는 이 달력을 받아들이지 않아 그 후 약 2세기 동안 유럽 전역이 두 개의 달력을 사용하는 일이 벌어졌다. 영국은 1752년, 미국은 1775년, 러시아는 1918년이 되어서야 그레고리력을 받아들인다. 러시아 정교회는 지금도 공식적으로는 교황의 이 달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러시아 정교회의 성탄절은 지금도 여전히 율리우스력으로 12월 25일, 즉 그레고리력으로 1월 7일이다. 우리나라는 1895년 을미개혁 때 이 그레고리력의 양력을 받아들인다.

 

한국 역서 중 최초로 양력이 반영된 역서인 “대조선개국오백오년력”의 표지(좌)와 내지 첫면(우). (출처: 국사관논총103집)

 

로마는 이집트의 양력과 함께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사용한 7요제를 도입하여 사용했다. 321년 로마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해, 달,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의 5행성에서 이름을 따와 7일 단위의 요일을 정하고, 336년에 안식일을 일요일로 확정한다. 우리나라는 고대 이집트처럼 한 달을 초순, 중순, 하순 10일 단위로 구분하여 사용하다가 1895년 을미개혁 때 이 7요제를 도입한다. 7요제 도입 전의 우리나라는 절기에 따라 놀고 쉬기도 하였지만 7일마다 규칙적으로 쉬는 개념은 없었다. 지금은 주일 뿐 아니라 토요일까지도 쉬는 경우가 많아 7요제의 고마움을 잘 모르지만 쉬는 날이 없던 7요제 도입 전과 후의 차이는 매우 컸다. 이 덕분에 우리 신자는 주일을 하나님께 예배드리면서 쉴 수 있게 되었다. 필자는 노동의 역사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 잘 모르지만 7요제에 따라 하루를 쉬는 것에는 기독교가 크게 기여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하루를 24시간으로 나눈 곳은 고대 메소포타미아였다. 그것이 로마로 이어졌다. 구약시대에도 해시계로 시간을 정하고 사용한 듯하다(왕하 20:9-11, 사 38:8 참고). 그런데 하루의 시작을 언제로 할 것인가는 차이가 있었다. 예를 들어, 유대는 지금의 오후 6시를 하루의 시작으로 봐서 이 오후 6시가 오전 12시간의 시작점이 되었고 다음 날 아침 6시가 오후 12시간의 시작점이 되었다. 반면 로마는 지금의 밤 12시를 하루의 시작점으로 하여 낮 12시가 오후 12시간의 시작점이 되도록 하였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시간 체계와 같다. 이 하루의 시간 체계 차이가 신약 성경 여기저기에 나타난다. 막 15:25, 34에 예수님이 제3시에 십자가에 달리시고 제9시에 운명하신다. 그런데 요 19:14에 보면 예수님이 빌라도 앞에서 재판을 받는 시간이 제6시로 되어 있다. 마가복음과 요한복음이 같은 시간 체계를 사용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이다. 오히려 마가복음은 유대 시간으로 요한복음은 로마 시간으로 기록했다고 보면 쉽게 이해된다. 즉 지금 우리의 시간으로 오전 6시에 빌라도 앞에서 재판을 받으시고 오전 9시 십자가에 달리셔서 오후 3시에 운명하신 것이다. 하루의 이 시간 체계는 1925년이 되어서야 전 세계가 자정을 하루의 시작으로 통일해서 사용하게 되었다.

이렇게 년, 월, 주(週, 요일), 일은 사람이 정했고, 시대와 장소에 따라 이 날짜가 다 달랐다. 그리고 각 날짜 계산법은 완전하지 않고 또 각기 장단점이 있다. 지금의 그레고리력 양력도 미세하지만 여전히 오차가 있다. 양력이 사용하기에 간편하지만 농사나 우리 일상에 달의 운동이 영향을 미치는 점에서 여전히 음력도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양력과 음력을 같이 사용하고 있다. 설날도 양력설과 음력설 2개가 있다. 태어난 날짜로 운명을 보는 사주가 유행한다. 하지만 날짜 계산법의 이런 불완전성을 생각하면 어리석은 일이다. 따라서 날짜 자체에 큰 의미를 두고 살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렇지만 하나님이 만드신 천체의 움직임에 따라 정한 2020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우리가 날짜로는 어제와 오늘과 내일을 말할 수는 있지만, 이 날짜로 표시되는 시간은 결코 붙잡을 수 없다. 올 한 해도 흘러가는 이 시간을 아끼고 지혜롭게 사용하면 좋겠다. 이것이 하늘의 천체를 통해 날짜를 정하여 살게 하신 하나님의 뜻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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