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라는 이름은 전자 현미경을 통해 본 바이러스의 모양이 태양의 둥근 외곽 불꽃인 코로나의 모양을 닮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주로 동물의 호흡기 속에 머물며 동물 간에 전파되는 바이러스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유전물질인 RNA 조각을 가지고 있는데, 이 유전물질이 동물의 세포 속에서 복제될 때 섞이거나 복제 오류가 많이 일어나 많은 변종이 생긴다. 그렇게 만들어진 변종 코로나바이러스 질환의 예가 2003년 유행한 사스와 2015년 유행한 메르스다. 이번 우한 폐렴도 그렇게 만들어진 변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일으킨 질병이다.(본문 중)
성영은(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라는 전염병으로 난리다. 작년 연말부터 중국 우한에서 유행한 우한 폐렴의 원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이라 밝혀진 이후 붙여진 이름이 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다. 1월 30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이 전염병에 대해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각 나라마다 연일 국가별 감염 환자수와 사망자수와 감염 이동경로까지 상세히 공개하면서 이 전염병의 전파를 온 인류가 실시간 생중계로 시청하고 있다. 그러면서 인류는 의학, 과학, 외교, 정치 등을 총동원하여 이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임하고 있다. 그 덕분에 그동안 전염병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인류가 마침내 이런 질병들에 대해 이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불과 한 세기 전인 1918–1919년에만 해도 전 세계에 유행했던 스페인 독감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30만 명을 포함 전 세계적으로 2.5천만~5천만 명이 사망한 일이 있었다. 이번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 수가 500여 명에 달한다 쳐도 그때와 비교해 보면 승리라고 할 만하다.
인간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전염병은 크게 세균(박테리아)이 원인인 것과 바이러스가 원인인 것으로 나뉜다. 예를 들어 중세에 창궐했던 페스트(흑사병)는 쥐의 벼룩에 사는 페스트균에 의한 세균성 전염병이다. 반면 우리가 잘 아는 감기, 독감, 홍역, 간염, 수두, 에이즈 등은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이다. 이번 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도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이다. 바이러스는 독특한 존재이다. 바이러스는 세포 1개로 이루어진 박테리아와 같은 단세포 생명체가 아니다. 세포를 구성하는 구조나 성분들이 없다.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기관도 없다. 오직 핵산이라 부르는 유전물질인 DNA 혹은 RNA[1] 작은 조각과 단백질 껍질로 이루어져 있을 뿐이다. 물질 혹은 무생물이라 부를 수 있다. 즉 스스로 움직이거나 음식을 먹어 에너지를 얻는 생명 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생명체라 부르기 어렵다. 그런데도 이 바이러스는 우연히 다른 생명체(숙주라 부름)에 들어가면 그 생명체의 세포에 스며들어 그 세포를 이용해 자신을 복제하여 자기와 똑같은 또 다른 바이러스를 만든다. 그렇게 자손을 만든다는 점에서 생명체의 특징도 가지고 있다.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쯤 되는 존재, 혹은 생물도 무생물도 아닌 존재인 셈이다. 그 구조가 단순하기에 당연히 그 크기가 세포 1개로 이루어진 박테리아의 수십 분의 일밖에 안 되어 일반 현미경으로는 관찰이 안 된다. 그래서 인류는 오랫동안 그 존재조차도 몰랐다. 다만 뭔지는 모르지만 병을 일으키는 존재였기에 라틴어로 ‘독’이라는 뜻의 비루스(virus)라는 이름을 붙여서 불렀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전자현미경 덕분에 바이러스의 모양을 잘 볼 수 있게 되었다.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이름은 전자 현미경을 통해 본 바이러스의 모양이 태양의 둥근 외곽 불꽃인 코로나의 모양을 닮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주로 동물의 호흡기 속에 머물며 동물 간에 전파되는 바이러스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유전물질인 RNA 조각을 가지고 있는데, 이 유전물질이 동물의 세포 속에서 복제될 때 섞이거나 복제 오류가 많이 일어나 많은 변종이 생긴다. 그렇게 만들어진 변종 코로나바이러스 질환의 예가 2003년 유행한 사스(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와 2015년 유행한 메르스(중동 호흡기증후군)다. 이번 우한 폐렴도 그렇게 만들어진 변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일으킨 질병이다. 무엇 때문에 어떤 변종은 전염성이 강하고, 또 어떤 변종은 치사율이 높은지 그 원인은 아직 모른다. 그래서 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염성과 치사율을 예측할 수가 없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앞으로 또 어떤 변종이 만들어질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어떻게 동물로부터 인간에게로 전파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박쥐나 뱀이나 밍크를 주목할 뿐이다. 다만 바이러스는 스스로는 움직이지 못하기에 동물과 인간, 그리고 인간과 인간 사이에 어떤 접촉을 통해 전파되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래서 이 질병 감염의 예방법으로 서로 접촉을 피하고, 마스크를 쓰고, 손을 자주 씻고, 화장실을 청결하게 하라고 말하는 것이다. 사람에게 전파된 이 바이러스는 사람의 호흡기 세포에 붙어 자신의 유전물질인 RNA를 세포 속에 밀어 넣어 복제하여 새로운 바이러스를 만든다. 신기하게도 우리 몸은 이 바이러스의 은밀한 침투를 즉각 알아채고 면역물질을 만들어 바이러스의 공격을 막아 내려 한다. 고열과 콧물과 기침 등의 증상은 우리 몸이 이 바이러스를 파괴하고 몰아내기 위한 전투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기침이나 콧물로 우리 몸에서 쫓겨난 바이러스가 기침이나 콧물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어 계속 번식하는 것을 보면 기침이나 콧물과 같은 증상이 오히려 바이러스의 생존을 위한 전투 전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고열은 바이러스의 활동을 무력화시키는 방법이다. 목욕을 하거나 몸을 따뜻하게 하고 따뜻한 물이나 차를 마시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처럼 보이지도 않는 미물인 바이러스지만, 그것과 맞서 싸우는 일이 사람에게는 상당히 힘든 일이다. 그래서 감염자는 지치고, 힘이 빠지고, 노곤해지고, 기력이 쇠하고, 머리가 아프고, 호흡이 곤란해진다. 그런데 이 바이러스는 온전한 생명체도 아닌지라 죽일 수 있는 존재도 아니다. 즉, 우리 몸의 세포 속에 침투한 이물질이라서 우리 세포를 파괴하지 않고는 제거하기가 어렵다. 스스로 음식을 먹는 데서 에너지를 얻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대사를 차단하여 굶겨 죽일 수도 없다. 그래서 우리 몸이 면역체계를 이용하여 스스로 이겨내기를 기다리거나, 바이러스가 스스로 나가주기를 기다려야 한다.
항바이러스제라는 바이러스 치료제는 우리 몸의 세포를 파괴하여 바이러스를 제거하기 때문에 에이즈나 간염과 같이 우리 생명에 위협을 주는 심각한 병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한다. 그래서 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전쟁을 치르는 사람이 스스로 면역물질을 방출하여 잘 싸우거나, 바이러스가 물러날 때까지 지치지 않고 잘 견디도록 수분도 공급하고 열도 내려주고 영양분도 공급하고 잘 쉬도록 돕는 간접 치료를 한다. 다만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우 상황을 예측하기가 어려워 간접 치료에 더해 에이즈 치료에 사용하는 항바이러스제 치료까지 병행했다고 한다. 그렇다고는 해도 아직 이 바이러스의 정체를 잘 모르기에 바이러스를 파괴할 치료제 개발에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다른 바이러스의 경우에는 아직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백신이라 부르는 소량의 바이러스를 주입하기도 한다. 약한 적과 미리 한번 싸워 전투력을 올리게 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아직 백신이 없다. 설령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독감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계속 변종을 만들어내기에 이 모든 바이러스를 이겨낼 백신을 만드는 일도 어렵다. 즉, 이 바이러스는 생명체는 아니지만 생명체의 특징도 가지고 있어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계속 변화하는 것이다.
이번 전염병을 일으킨 바이러스라는 존재의 특징을 이해하면 인간이 바이러스를 막아 낸다는 것에는 한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식물의 유전자는 복제될 때 그 정보가 거의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박테리아 같은 작은 생명체나 바이러스 수준의 존재로 내려가면 복제 시 유전정보가 서로 섞이거나 계속 변종을 일으켜 어떤 것이 나올지 예측하기 어렵다. 과학의 발달로 연일 이런 전염병들에 대한 각종 지식이 축적되어 인류가 전염병을 이겨내는 데 획기적 성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매해 발생하는 AI(조류독감), 아프리카돼지열병, 구제역,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에볼라 등 동물과 인간에 대한 각종 바이러스 전염병들을 보면 이것들과의 싸움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만 봐도 이 전염병 전파를 막기 위해 동물을 집단적으로 생매장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과학이나 의학으로 이 전염병을 이겨내는 것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사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과학이 심어준 막연하고 잘못된 믿음이다.
인간의 타락 이후 이 땅은 인간과 동물 그리고 한낱 미물에 불과한 박테리아나 바이러스까지 각자의 생존을 위한 끝없고 고달픈 싸움을 벌이는 현장이 되었다. 이 싸움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셔야만 끝날 것이다. 전염병 사태가 실시간으로 중계되면서 우리로 하여금 온통 의학과 과학에만 의지하게 하는 이 현실은 우리 신자들에게는 도전이면서 동시에 믿음을 돌아볼 좋은 기회이다. 주님이 사랑하시는 자신의 백성들이 살아가는 이곳에 이런 전염병을 허락하신 뜻을 잘 살펴 주님께 더 가까이 나아가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1] 리보핵산(Ribonucleic acid)의 약자로 구조는 DNA와 아주 유사하지만 DNA보다 화학적 반응성이 더 좋고, 세포의 핵이 아닌 세포질에서도 복제가 가능한 유전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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