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작은 바이러스를 찾아내고 또 막아내려고 사투하는 의학과 과학의 노력은 눈물겹다. 과도할 정도의 주의를 요구하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그런 면에서 의학이나 과학의 조언은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교양이다. 신자라 할지라도 의학이나 과학을 하나님이 만드신 분야로 알고 하나님이 우리 시대에 이런 식으로 섭리하신다는 것을 믿는 것은 정당한 믿음이고 건전한 태도이다. 집회를 자제하는 많은 한국 교회들의 결정은 이런 점에서 성숙한 판단이다.(본문 중)

성영은(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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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온 나라가 멈춘 듯하다. 학교와 가게와 많은 직장이 문을 닫았다. 뉴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 바이러스 관련 내용 일색이다. 심지어 우리 신자의 의무이면서 권리인 주일예배조차 모여서 드리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의 입국을 금지하는 국가가 많아져 해외로 가는 길도 막히고 있다. 이 모든 일들이 우리 눈에도 보이지 않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미물 때문이다. 이 바이러스는 말 그대로 신종이라 전파력과 치사율을 예측하기 어려워 우리 모두를 막연한 불안으로 몰아넣는다. 엄청난 사망자를 낸 천연두, 스페인 독감, 홍콩 독감, 에이즈, 사스, 에볼라, 메르스 등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을 이미 직간접으로 경험한 터라 우리가 느끼는 공포를 근거 없는 것으로 치부할 수만도 없다. 한편에서는 의학과 과학의 힘으로 이 바이러스를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늘어선 긴 줄이 이 미물 앞에 엄청난 공포를 느끼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는 시민들.

 

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직경이 약 0.1μm(마이크로미터)[1] 크기의 공처럼 생긴 존재이다. 우리 몸의 세포 크기가 대략 10μm-100μm쯤으로 다양하기 때문에, 세포의 크기에 따라 세포 하나를 축구장 크기로 본다면 바이러스는 축구공 정도 크기이며, 탁구대 정도로 본다면 탁구공 정도 크기가 될 것이다. 그러니 이번 사태는 축구장에 정체 모를 축구공 하나가 굴러 들어와서 일으키는 소란이라 할 수 있다. 이 바이러스는 우리가 잘 아는 초미세먼지(PM2.5)보다도 작다. 길이로는 초미세먼지의 1/25, 부피로는 1/15,000의 크기다. 담배연기(0.4~1μm)의 1/4~1/10 길이, 1/100~1/1000 부피를 차지하는 크기이다. 초미세먼지나 담배연기도 그 작은 크기 때문에 쉽게 우리 폐세포까지 도달하여 폐질환을 일으킬 위험이 있어 난리인데, 이 바이러스는 이들보다 훨씬 작은 크기이다. 그러니 이 바이러스가 우리 호흡기 세포 구석구석까지 도달하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고 우리 몸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가 쉽지 않다. 이렇게 작은 바이러스를 찾아내고 또 막아내려고 사투하는 의학과 과학의 노력은 눈물겹다. 과도할 정도의 주의를 요구하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그런 면에서 의학이나 과학의 조언은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교양이다. 신자라 할지라도 의학이나 과학을 하나님이 만드신 분야로 알고 하나님이 우리 시대에 이런 식으로 섭리하신다는 것을 믿는 것은 정당한 믿음이고 건전한 태도이다. 집회를 자제하는 많은 한국 교회들의 결정은 이런 점에서 성숙한 판단이다.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예배 및 각종 모임을 미루고 주일 예배는 생중계하는 교회가 많아졌다. (이미지 출처: 서울영동교회 홈페이지 캡쳐)

 

그렇지만 의학이나 과학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는 하나님이 만드신 창조 세계를 결코 다 알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조금씩 지식을 축적해 갈 뿐이다. 인류가 바이러스의 존재를 알게 된 것도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눈으로 확인하게 된 것은 1950년대 전자현미경이 등장한 이후의 일이다. 그 크기가 너무 작아 그 안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파악하기에는 앞으로도 수없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우리는 바이러스를 이루는 단백질과 유전물질(DNA 혹은 RNA)에 대해 이제 아주 조금 이해한 단계에 와 있을 뿐이다. 거기다 바이러스의 종류는 너무 많고 쉴 새 없이 변종을 만들어 낸다. 이번 코로나19가 가지고 있는 유전물질은 단일 가닥 RNA로 그 크기가 27-34kbase로[2] 복제할 때 계속 다른 배열을 만들기 때문에 변종을 예측하는 일이 몹시 어렵다. 그래서 금방 치료제나 백신이 나올 것처럼 장담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아직도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와 유사한 2004년 사스나 2015년 메르스의 치료제도 만들지 못했다. 인간이 천연두 등 몇 종류의 바이러스는 이겨냈지만 모든 바이러스를 정복하리라 장담하기는 어렵다. 여전히 바이러스 중에서도 독감 바이러스가 계속해서 사망 원인의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그런 점에서 의학이나 과학을 지나치게 신뢰하는 것 또한 신자의 바른 태도가 아니다. 우리 시대 전염병을 하나님의 심판으로 단순 비약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의학이나 과학을 지나치게 신뢰하는 일 또한 신자가 주의할 점이다.

 

투과 전자 현미경(TEM)으로 관측 후 그래픽화한 코로나바이러스.(출처: 나무위키)

 

그런데 하나님은 왜 바이러스를 만드셨을까? 그보다도, 이렇게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하나님의 창조물이 맞긴 한가? 인간 타락의 영향으로 이 바이러스라는 미물까지도 생존을 위해 독하고 잔인하게 변했을 것이다. 그래도 바이러스를 하나님이 만드셨음은 분명하다. 바이러스를 이루는 물질들이 생명체와 공통된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한 하나님에 의한 창조물로 볼 수 있는 통일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단순한 존재라 해도 이런 신비한 존재를 만들 수 있는 분은 하나님 외에는 없다. 하나님은 물질과 비물질의 중간에 양자역학으로만 이해되는 빛을 만드셨듯이, 생명과 비생명의 중간에 바이러스를 만드셨다. 이렇게 이 세상은 하나님의 창조물로 충만하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겪으며 바이러스를 제거해야 할 악한 대상으로 보지만 사실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우리와 공존하고 있다. 바이러스의 99.9%는 우리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 이 코로나 바이러스도 박쥐의 몸속에서는 별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우리 몸속의 바이러스들이 우리에게 적절한 긴장을 주어 면역체계를 강화시켜 유익을 준다는 연구 보고도 많다. 인류의 85% 속에 산다는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과로하거나 건강이 약해지면 수두나 물집이나 대상포진을 일으킨다. 바이러스가 우리 몸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일에 대해 경고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감기나 독감 바이러스도 마찬가지이다. 아직 우리가 이 미물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해 그렇지 하나님이 이것을 만드신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박테리아나 기생충 등 다른 미물도 마찬가지이다.

이번 감염병 사태는 우리가 아직 완성된 나라에 사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타락한 이 세상 속에서 살고 있음을 기억하게 한다. 어떤 이들은 과학과 의학의 힘으로 마치 바이러스나 질병, 죽음을 이기는 일이 가능한 것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 땅에서 결코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존재를 완전히 없애 버리거나 한발 더 나아가 질병이나 죽음이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없다. 오히려 하나님 나라가 완성될 때까지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각종 위험 속에서 그 위험과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그런 세상 속에서, 또 그런 일들을 통하여 하나님은 때때로 우리를 연단시키시고, 하나님 자신에게로 가까이 이끄신다. 그러니 신자인 우리는 이 땅에서 우리를 위협하는 바이러스와도 공존하며 살 지혜를 찾아야 한다. 이런 미물까지 포함하는 하나님이 만드신 전체 생태계를 더 잘 이해하고 보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동시에 이런 미물에 대한 지식에 근거해 위생이나 환경을 개선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와 더불어 당면한 코로나 바이러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개인과 전체 공동체의 힘을 모으는 데 협력해야 한다. 신자들의 소명과 사명 의식이 적극적으로 요구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기회에 우리 신자들은 교회 집회를 중단하는 소극적 행동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배운 말씀을 이웃 사랑으로 나타내는 적극적 행동들을 찾아 실천하면 좋겠다. 교회가 세상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할 절호의 기회이다. 하나님께서 왜 바이러스를 만드셨고 또 이런 미물을 통해 왜 이런 사태를 허락하셨는지 스스로를 돌아보며 신자들 각자가 자신이 실천할 적극적 일들을 찾아 나가면 좋겠다.


[1] 즉, 약 100nm(나노미터)인데, 1nm는 10억분의 1m이다.

[2] 유전자 염기 배열 개수를 세는 단위. kbase는 킬로바이트(KB) 컴퓨터 용량과 유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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