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와의 공존은 불가능하다. 그 이유는 신천지의 ‘거짓말’ 때문이다. 다수의 종교 단체들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한국 사회에서, 거짓말로 포교하고, 거짓말로 신도들을 통제하고, 거짓말로 조직을 유지하는 신천지가 설 곳은 없어야 한다. 자신들의 신앙에 대해 떳떳하고 정정당당한 종교인들만이 종교의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 (중략) 신천지는 그들의 거짓말을 스스로 합리화하며 성경을 그 근거로 들고 있지만, 그들이 ‘거짓말’로 해석한 성경의 ‘모략’이라는 단어는, ‘거짓말’이 아니라 ‘충고’의 의미를 가진 ‘에차’라는 히브리어 단어이다. 성경의 오역이고 의미 훼손이다.(본문 중)

탁지일(부산장신대학교 교회사 교수, 『현대종교』 이사장·편집장)

 

신천지에 대한 ‘마녀사냥’?

신천지뿐만 아니라 교회, 사찰, 성당에서도 코로나19 감염은 발생한다. 그런데 왜 유독 신천지만 문제를 삼는 것일까? 문제의 핵심은 바이러스 ‘감염 확산이 시작된 장소’에 관한 것이 아니라, ‘감염 방지를 위한 조치’가 적절했는지에 관한 것이다.

코로나19는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 우리의 관심은, 집단 감염 발생 후 신천지의 사후 조치가 투명하고 정직하게 이루어졌는가에 있다. 이 점이 추가 감염을 막는 데 가장 민감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천지는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부정확하고 제한적인 정보를 방역당국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로 인해 사회적 공분을 샀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신천지의 비상식적인 행위가 신천지의 이단적 교리 및 포교 방법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이것이 결국 정부와 사회가 신천지에 대해 민감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한 신천지의 비상식적인 대처는 ‘우발적인 비협조’가 아니라 ‘본질적인 한계’였다.

그러므로 신천지를 문제 삼는 것은 신천지에 대한 마녀사냥이 아니다. 다종교 사회인 한국에서 모든 종교 단체들은 교리와 포교에 있어서 떳떳하고 당당해야 한다. 자신의 정체를 감추며 포교하는 행위는 종교 사기에 지나지 않는다. 거짓말을 교리로써 합리화하고 포교에 악용하고 있는 신천지에 대한 교회와 사회의 대처는, 마녀사냥이 아니라, 오늘의 문제 해결과 내일의 대안 마련을 위해 사회적 안전장치를 만들려는 노력이다.

 

이단은 뭐고, 사이비는 또 뭔가

‘이단’은 방송 용어가 아니다. 하지만 구원파에 대한 논란이 거셌던 ‘세월호 사건’과 최태민과 관련된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이후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용어가 되었다. ‘이단’이라는 용어를 우리나라처럼 공적으로 사용하는 나라는 드물다. 대부분 컬트(cult)라는 부정적인 가치판단이 내재된 용어를 사용한다. 한국 사회에서 ‘이단’이라는 용어는, 기독교적 적용의 범주를 넘어, 스스로를 종교라고 주장하지만 사회적 역기능만 주로 노출되는 단체들에 대해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국내외 종교사회학계에서 새로운 종교 운동의 성격을 규정하는 개념들에 대한 일치된 견해는 존재하지 않았다. 국가, 지역, 문화, 종교 등에 따라 다양한 표현들이 존재한다. 일제 조선총독부는 ‘유사 종교’라는 표현을 썼지만, 이는 일제 통치에 비협조적인 단체들도 포함하고 있어,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기에는 부적절한 면이 있다. 해방 이후에는 오히려 ‘사이비 종교’라는 개념이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즉, 종교성을 악용해 돈, 성, 노동력을 착취하는 단체들을 그렇게 불러왔다.

한편, ‘이단’이란 용어는 단독으로 사용될 수 없는 상대적인 개념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반드시 ‘정통’이란 개념이 있어야만 한다. 성경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잘못된 가르침을 주거나’ 혹은 ‘주님의 몸 된 교회를 분열시키는’ 개인이나 단체에 대해 희랍어 ‘하이레시스’, 즉, ‘이단’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하지만 교파주의를 특징으로 하는 우리나라에서 과연 어떤 교리적 표준을 ‘정통’으로 삼을 것인가 하는 것은 까다로운 문제이다. 하지만, 이단 대처에서 정당성과 공신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정통’이 무엇인지를 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정통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세계 교회가 공유하는 보편적인 신앙고백(사도신경과 니케아콘스탄티노플신조)을 기준으로 삼되, 교파를 중요시하는 한국교회에서는 자신의 교회가 속한 교단의 입장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특히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확산되는 상황에서는, 소위 ‘정통’으로 분류되는 교회의 종교사회적 건강성이 이단에 대처하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비윤리적인 기독교 지도자가 신격화된 이단 교주를 비판할 수 없으며, 이기적인 교회가 양의 옷을 입고 이타적인 삶을 연출하는 이단에 응전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종교 자유인가, 종교 통제인가

코로나19 상황에서 신천지를 비판하는 대다수 언론들을 보면서 데자뷔를 느꼈다. 이들 언론들은 세월호 사건 당시 구원파를 비판하면서 시청률과 구독률을 올렸지만, 그 이후에는 구원파가 언론중재위원회에 제기한 사안들에 대해 치밀하게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보다 책임회피적인 정정 및 반론 보도들을 하여, 오히려 구원파에 면죄부를 주는 데 일조했다.

포스트코로나(Post Corona19) 상황에서 신천지를 몰락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교회와 사회의 전략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교리적 비판을 넘어, 신천지와 같은 이단 사이비 단체들에 대한 ‘교회적 차원의 자가 면역시스템’과 ‘사회적 차원의 집단 방어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

교회와 사회가 신천지 등의 이단들에 대한 대처를 해 나아가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 정확한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이단 비판은 교회를 향한 부메랑이 되어 언제든 되돌아올 수 있다. 정확한 정보에 기초해야 하며, 추측이나 개연성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또한, 주변 사회의 공감과 동의를 결여한 교회의 이단 대처는 우리들만의 리그에서 벌이는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수 있다. 정확성과 공신력은 다종교 한국 사회에서 이단에 대처할 때 반드시 필요한 조건들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단 사이비 문제에 대처하려는 교회의 노력은,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종교의 자유를 훼손하는 결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신천지와의 공존은 가능한가

신천지와의 공존은 불가능하다. 그 이유는 신천지의 ‘거짓말’ 때문이다. 다수의 종교 단체들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한국 사회에서, 거짓말로 포교하고, 거짓말로 신도들을 통제하고, 거짓말로 조직을 유지하는 신천지가 설 곳은 없어야 한다. 자신들의 신앙에 대해 떳떳하고 정정당당한 종교인들만이 종교의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

‘거짓말’은 신천지의 운명이다. ‘거짓말’이 없는 신천지는 존재하기 어렵다. 신천지는 그들의 거짓말을 스스로 합리화하며 성경을 그 근거로 들고 있지만, 그들이 ‘거짓말’로 해석한 성경의 ‘모략’이라는 단어는, ‘거짓말’이 아니라 ‘충고’의 의미를 가진 ‘에차’라는 히브리어 단어이다. 성경의 오역이고 의미 훼손이다.

거짓말을 합리화하는 소위 ‘모략 교리’ 없는 신천지는 존재할 수 없다. 신천지의 핵심 교리들은 거짓말들의 집합소이다. 이만희 교주의 불로불사와 영생불사 교리도 거짓이고, 14만 4천 구원 교리도 거짓이고, 신천지 신도들이 왕과 같은 제사장이 된다는 교리도 거짓이다. 거짓말 없는 신천지의 존립은 불가능하다. ‘거짓 천지’ 신천지의 몰락을 유도하고 앞당기기 위한 교회와 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 3월 2일,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출처: 엠빅뉴스 Youtube 갈무리)

 

포스트 코로나, 우리의 과제

사회도 신천지의 ‘거짓말’을 용납하지 않았다. 신천지를 탈퇴한 이들이 신천지를 상대로 제기한 소위 ‘청춘반환소송’에서, 2020년 1월 14일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신천지예수교회 및 피고 교회는 다른 교회의 신도나 신도였던 사람들을 상대로 하여 처음에는 신천지예수교회 소속이라는 것을 전혀 알리지 아니한 채 문화 체험 프로그램 또는 성경 공부라는 명목으로 신천지예수교회의 교리 교육을 받게”한 사실을 인정하고, “전도 방법은, 대상자가 정당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기회를 막고 충분한 정보를 전달받지 못하도록 차단하기 위하여, 행위자들이 신천지예수교회 소속이라는 것을 은닉한 채 대상자에게 배려와 친절을 베풀고, 객관적 사실을 알려주는 주위 사람과도 그 관계를 끊게 하거나 악화시키는 형태”로 이루어졌으며, 이는 “헌법에서 보호하는 종교의 자유를 넘어선 것이고, 사기 범행의 기망이나 협박 행위와도 유사하여 이는 우리 사회 공동체 질서 유지를 위한 법 규범과도 배치되는 것이어서 위법성이 있다고 평가된다”라고 판단했다. 교회와 사회에서 신천지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얼마 전 신천지에 빠진 딸을 둔 한 어머니의 편지 내용이 월간 『현대종교』에 게재되었다. 코로나19와 관련된 신천지 뉴스가 나올 때마다 두려움에 떨며 울고 괴로워하는 딸의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고 있는 어머니의 애틋하고 아픈 마음이 담긴 글이었다.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우리들뿐만 아니라, 신천지 이만희의 거짓 교리에 미혹된 20여만 명의 신천지 신도들도 치유와 회복의 대상이다. 이단 문제에서는 ‘정죄와 분리’만이 해법은 아니다. ‘회복과 치유’에 초점을 맞춘 정책과 대안 제시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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