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년간 한국 사회는 정권 교체가 반복되면서, 한때 불인지심을 가지고 정의와 평등을 요구하던 세력도, 권력욕으로 인해 스스로 개혁이 대상이 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교회도 대형 교회가 늘어나면서 맘몬에 절하고 권력의 맛에 넘어가 황폐하게 되었다. (중략) 교회가 정치적 이익 단체가 되면 맛 잃은 소금처럼 길에 버려져 밟히게 된다. 팬데믹 이후의 한국 교회가 청산해야 할 첫 과제가 바로 권력욕과 재물욕에 사로잡힌 패거리 이익 단체로서의 회(association)의 모습이다. 교회는 그런 회가 아니라 숭고한 가르침(敎)을 우선하는 대항 공동체로서의 교회(network)를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본문 중)

옥성득(UCLA 한국기독교학 교수)

 

독립협회가 해산된 후 1899-1902년 중앙 정부의 권위가 무너지고 지방 관리들의 가렴주구가 심해지자, 각종 회와 이익 단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솟아나 조직된다. 황국협회, 보안회, 일진회, 각종 학회들과 더불어 교회도 하나의 회가 되었다. 선교사의 힘을 믿고 마당에 십자기를 걸고 가짜 교회를 만드는 자도 나왔다. 외세(선교사)의 힘을 빌려 법을 어기고 주민에게 돈을 빼앗고 산에 있는 무덤을 함부로 차지하는 묫자리 소송을 일으켰다.

이런 혼란기에 <대한크리스도인회보> 1899년 3월 1일 자에 우리가 잘 아는 다음 기사가 나왔다.

이번에 새로 난 북도 군수 중에 어떤 유세력한 양반 한 분이 말하되 예수교 있는 고을에 갈 수 없으니, 영남 고을로 옮겨 달란다니 어찌하여 예수교 있는 고을에 갈 수 없나뇨. 우리 교는 하나님을 공경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도라, 교를 참 믿는 사람은 어찌 추호나 그른 일을 행하며 관장의 영을 거역하리요. 그러나 관장이 만약 무단히 백성의 재물을 뺏을 지경이면 그것은 용이히 빼앗기지 아닐 터이니 그 양반의 갈 수 없다는 말이 이 까닭인 듯.

돈으로 군수 자리를 산 후에 몇 배 더 돈을 빼앗으려던 양반이 평안도 지방에 부임하기를 꺼리는 이유가 바로 불법에 저항하는 예수교인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짐작하는 기사이다. 이것이 사실이라고 뒷받침해 주는 기사가 1899년 10월 16일 <황성신문>에 실렸다.

 

 

이를 현대어로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 (이 허물이 없음을 슬퍼함) 황해도와 평안도 예수교인들이 관찰사와 군수에게 재산을 무리하게 빼앗긴 일로 내부대신에게 호소하였는데 그 대략은 다음과 같다. “<시경>에 말하지 아니하였는가, ‘불식부지 순제지측’(자기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상제의 법칙을 좇는다)이라 하니, 하늘에 상제의 법칙이 있고 땅에 황제의 법칙이 있거늘, 현금 관찰사와 군수는 별다른 지식이 있는지, 법은 자기가 만든 법이요 관직은 자기를 위한 관직이게 하여, 정해진 공식은 필기구에 따라 돌아가고 금지하는 그물은 재정에 더욱 조밀하여, 곡물 세와 농사짓는 소가 재난을 불러일으키고, 푸른 태장과 큰 나무 차꼬가 이익이 생겨날 구멍을 만든다. 상부에 보고하니 어찌 불효부제가 그리 많고 험지에 모함하니, 간사와 부정이 아닌 것이 없다. 어린아이 코 묻은 동전이라도 혹시 한 개라도 새어 나갈까 두려워하고 싫어하는바, 바라보면 이삼만 냥을 빼앗고 재산을 싹 쓸어 남은 게 없으니, 그 처자가 굶주리며 떨고 있는 형상을 차마 볼 수 없으며, 감옥에 두세 달 갇혀 있으면 누더기 옷으로 보호하기 어려우니 어찌 그 부모의 가슴에 못을 박고 뼈에 고통을 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이는 참을 수 없는 마음(불인지심)이 없고 참을 수 없는 정치를 행함이요, 실로 자기의 육체를 벗겨서 자기의 배를 채우는 것이니, 비록 백성의 곤고함이 극심함을 돌아보지 않고 하느님의 법칙을 따르지 않으니 어찌 하리요? 만민이 크게 우러러 바라보는 것이 법률(장정)을 실천하는 것 외에 있지 않다. 열 개의 손이 가리키는 바에 감히 그 탐학을 행한 것을 숨기리오. 민정의 안위는 수령이 백성을 정성스럽게 보호함에 걸려 있고, 고을 지도자의 현명함은 상부의 채용에 실제로 관련되기 때문에 감히 와서 여러 사람이 다 함께 호소합니다” 하였더라.

어려운 국한문이라 그동안 인용되지 않았지만, 군수와 관찰사를 내무대신에게 고발하는 상소이다. 무고한 사람을 잡아 차꼬에 채우면 그 구멍으로 돈이 나오자, 불법으로 코흘리개 돈까지 빼앗아 자기 배만 채우는 관리들이 나왔다. 그들을 향해 하늘 상제의 자연법과 나라 황제의 법을 지키라고 호소한 예수교인들의 반봉건 반부패 운동이 일어났다. 이런 과도한 세금에 대한 불복종 운동은 근대 시민운동의 효시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한국 개신교는 내적으로 반봉건 계몽 운동, 외적으로 항일 민족 운동을 전개하면서 근대적 민족 종교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것이 교회를 하나의 이익단체인 회로 만들고, 세력화하여 오히려 불법을 행하고 주민들에게 교회당을 짓는 돈을 빼앗고 송사에서 이기기 위해 작당을 하는 교폐로 발전하기도 했다. 우리는 이 측면을 조심스럽게 추적해야 한다. 바른 정치 참여가 권력 추구로 변질될 수 있고, 교회도 권력욕에 사로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30년간 한국 사회는 정권 교체가 반복되면서, 한때 불인지심을 가지고 정의와 평등을 요구하던 세력도, 권력욕으로 인해 스스로 개혁이 대상이 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교회도 대형 교회가 늘어나면서 맘몬에 절하고 권력의 맛에 넘어가 황폐하게 되었다. 지난 20년간 교회가 개혁의 대상이 되어 추락했다. 교회가 정치적 이익 단체가 되면 맛 잃은 소금처럼 길에 버려져 밟히게 된다. 팬데믹 이후의 한국 교회가 청산해야 할 첫 과제가 바로 권력욕과 재물욕에 사로잡힌 패거리 이익 단체로서의 회(association)의 모습이다. 교회는 그런 회가 아니라 숭고한 가르침(敎)을 우선하는 대항 공동체로서의 교회(network)를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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