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심각성은 인위적 기후 변화가 더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증거가 명백해지고 있고, 그를 입증하는 증거 또한 늘어나고 있다. 특정 기후 재난의 현상이 폭발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해 더는 이전으로 되돌릴 수 없는 시점인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가 머지않았거나 이미 온 것은 아닐까 염려스럽다. (본문 중)

유미호(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더워도 너무 더웠던 여름이 지났다. 태양 빛을 받아 뜨겁게 달궈진 더운 공기가 위쪽으로 오르다 고기압에 가로막히는 바람에 ‘열돔’ 현상이 생겨 연일 폭염에 시달렸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북미 서부 지역도 이상 고온 현상으로 기온이 섭씨 50도를 웃돌았고 곳곳에서 산불이 장기간 이어졌다. 극지방의 얼음도 빠르게 녹아 그린란드의 빙하가 미국 플로리다 전역을 5cm나 되는 높이의 물로 뒤덮기까지 했다. 하루 평균 80억 톤씩 총 410억 톤의 빙하가 녹아내렸던 것이다.

 

지난해 최고의 폭염을 경험했던 서유럽은, 올여름엔 기록적 폭우에 시달렸는데, 독일과 벨기에에서만 사망한 이들이 210명이다. 중국 정저우시는 폭풍이 강타했는데 하루에 거의 1년 치의 비가 내리면서 20만 명이 대피하는 가운데 300여 명이나 되는 이들이 사망했다.

 

이런 극심한 기상 현상을 두고,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를 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한다. 예컨대, 북미의 폭염과 서유럽의 폭우는 둘 다 대기 정체가 원인인데, 기후 변화 영향으로 대류권과 성층권 사이의 제트 기류가 약해지면서 대기 정체 현상이 심해졌다는 것이다. 지난 20년간 수백 건의 이상 기후를 분석한 ‘카본 브리프’(Carbon Brief)는 지금의 위기는 약 70%가 인간 행위에 의한 것이라고 말한다.

 

문제의 심각성은 인위적 기후 변화가 더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증거가 명백해지고 있고, 그를 입증하는 증거 또한 늘어나고 있다. 특정 기후 재난의 현상이 폭발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해 더는 이전으로 되돌릴 수 없는 시점인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가 머지않았거나 이미 온 것은 아닐까 염려스럽다.

 

지구 생태계 유지에 중요한 자리인 북극권의 온난화도 예사롭지 않다. 북극의 해빙(海氷)이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등, 다른 지역보다 3배 정도 빠르게 기온이 상승하고 있다. 영구 동토층도 녹고 있어서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가 더 많이 방출되어, 폭염과 그에 따른 산불, 대규모 홍수는 물론, 해수면 상승과 폭풍 해일을 일으켜 기후 난민 발생을 부추기고 있다. 현재도 기후 난민이 분쟁 난민보다 3배는 더 많은데(국제난민감시센터, IDMC), 2050년이면 기후 재난으로 최소 12억 명이 살던 곳을 떠나게 될 것이라고 세계경제포럼은 말하고 있다. 그 이유는 극심한 기상 현상이 토지를 황폐화하여 식량 부족과 기아 문제를 야기해 이주 수요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부쩍 잦아지고 강도도 세진 기후 재난은 우리 모두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었다. 3년 전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1.5도에 관한 특별보고서”를 채택할 때만 해도 세기말까지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대비 1.5도 이내로 억제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위험이 닥칠 것이라고 했는데, 벌써 1도 이상 높아졌다. 겨우 0.5도가 남았다. 최근 발표된 6차 평가보고서는 그마저도 10년은 앞당겨질 것으로 예측한다.

 

게다가 지금 당장 온실가스 배출이 멈춰진다고 하더라도 바다는 수 세기 동안 계속 온난화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랬듯 바다는 지구 온도를 상승시키는 과도한 열을 거의 흡수해 해양 생물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고, 올라간 바다 수온은 해수면을 상승시키고 태풍의 위험 또한 심각하게 증가시킬 것이다.

 

이제 우리가 사는 시대는 재난이 일상화된 시대다. 이 시대에 우리가 가장 다급하게 해야 할 것이 있다면 기후 재난으로부터의 안전을 위해 일상생활은 물론 사회적으로 ‘탄소 중립’을 실현하는 일이다. 다행히 세계 각국은 2050년을 전후로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의 순 합계가 0이 되는 탄소 중립을 달성하고자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발표하고 이행해가고 있다.

 

문제는 속도다. 지금의 속도로 2050년이 되기 전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충분히 줄일 수 있을까? 더구나 지금도 기후 재난의 최전방에서 희생되고 있는 가난한 이들과, 자신의 꿈과 미래를 빼앗긴 청소년들, 그리고 이미 지구상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수많은 생물 종들의 고통을 덜어낼 수 있을까? 지금의 탄소 중립을 위한 사회적 노력의 속도로는 기후 재난을 막기에 역부족이다.

 

 

“아무도 경고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재난 영화 <지오스톰>의 첫 대사처럼,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침묵하거나 책임 전가에 급급해하고 있다. 1997년 교토의정서협약 때나 2015년 파리기후협약 때 그랬듯이, 우리는 기후 재난의 경고에 응답하는 책임 있는 합의와 이행은커녕 수십 년에 걸쳐서 기후 과학자들이 보고한 위기 시나리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풍요의 경제와 편리함만을 우선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주목하며 어떤 응답을 하는 것이 옳을까? 특히 ‘하나님의 피조물들의 고통’(롬 8:22)을 이미 알고 있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가 우선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그것은 오는 11월에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되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를 주목하고,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이 기후 재난을 피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중보기도하는 일이다. 수십 년간 협상만 해오던 회의는 이제 중단하고, 모두의 공존을 위한 합의를 끌어내고 그를 실제로 이행해가도록 ‘기후중보기도’를 드릴 수 있다.1)

 

동시에, 마을 안에서는 기후 재난이 발생했을 때 신속히 대응할 수 있게 하는 재난 훈련도 해봄 직하다. 이번 독일 등에 큰 피해를 준 서유럽 홍수를 보면, 기후 재난이 사회적 약자들에게 더 큰 피해를 주고 있기는 하나 사회 기반 시설이 잘 갖춰진 부유한 국가도 기후 재난을 피해갈 수 없었다. 기후 위기 앞에서는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기후 재난에 대한 대응은 단순한 생활 환경 운동 차원이 아니라, 단 한 사람도 재난의 벼랑 끝에 내몰리지 않게 하는 사회 기반 시설 확충은 물론이거니와, 평소 서로의 안전을 살펴 돌보게 하는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 모두를 위한 사회안전망을 갖출 필요가 있다. 주님도 마을과 도시를 두루 다니시며 가르치시고 복음을 전하시면서 병을 고치시고 악한 것을 물리치셨으니,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마을에서 지속가능한 기후에 대해 공부하며 기후 적응 능력을 최대한 키워가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마을 안에 교회 건물이나 별도의 공간을 정해 자립 분산형 햇빛 발전소를 설치해서 공유해도 좋고, 가까운 생산지의 먹을거리와 채식을 즐길 수 있는 마을 식당을 만들거나, 옥상 정원이나 도시 농업을 활성화하는 것도 돌봄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기후 재난의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재활용 방재 적정기술을 익히거나 긴급 상황 시 스스로 대처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마을 재난 학교를 정기적으로 가져보는 것도 좋다. 플로깅(조깅하며 쓰레기를 줍는 것-편집자 주)이나 방재 캠핑, 방재 운동회 등 마을 내 학교나 기업, 지자체와 연계하여 방재 활동을 일상화하는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해보는 것도 해볼 만하다. 마을 내 교회는 물론 여러 자원봉사나 주민자치활동, 사회적 경제 조직들이 서로 연하는 새로운 공공의 영역을 만드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모두를 위한 공존의 마을을 새로이 상상하며 만들어가는 것이다. 특히 기후 재난의 상황에서 가장 힘겨울 이들, 즉, 장애인 및 고령자 등의 사회적 약자는 물론 기후 약자들에게 물리적 심리적 장애가 되는 것들을 살피고 그것을 없애기 위해 계속 논의하며, 민관이 함께 협력할 필요가 있다. 주민 참여 예산 등을 활용하여 기존의 공원, 놀이터, 캠핑장 등을 방재형 생활 SOC2)로 만들고, 그와 연결된 활동을 안내하는 마을 환경 선교사들을 훈련하는 것도 의미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온 세상이 고통을 겪고 있는 지금, 기후 재난이 더하여 우리로 하여금 지구상에서 생존하는 것 자체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더 이상 지구에 상처 내는 일을 중단하고, 그리스도인들이 중심이 되어 기후 재난에 대한 회복력을 갖춘, 서로를 돌보는 교회와 마을 공동체를 세워나가자.

 


1) https://blog.naver.com/ecochrist의 ‘기후중보기도’란에 2021년 11월 1일부터 2주간 개최되는 COP26의 성공적 개최와 더불어, 창조 세계의 돌봄을 위한 기후중보기도문 26가지가 올라가고 있다.

2) 사회간접자본(Social Overhead Capital), 즉 사회 기반 시설을 의미한다. ‘생활 SOC’는 , 생활 편익에 도움이 되는 기반 시설로서 문화, 체육, 보육, 의료, 복지 공원 시설 등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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