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배달·테이크아웃 용기의 사용이 급증했다. 한국 플라스틱 포장 용기 협회에 따르면 국내 배달·테이크아웃 용기의 생산량은 2019년 9만 2천 톤에서 2020년 14만 6천 톤으로 약 1.6배 증가했다. 이대로 가다간 2030년까지 16만 7천 톤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환경운동연합의 『2020 자원순환 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사용된 일회용 컵은 249억 개이고, 프렌차이즈 가맹점에서 사용된 일회용 컵은 25억 개이다. (본문 중)

문형욱(기후위기 기독인 연대)

 

창조 세계를 뒤덮은 플라스틱

 

유럽 플라스틱 산업 협회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생산된 전 세계 플라스틱은 3억 6,700만 톤에 달한다.1) 미국 조지아 대학교가 이끈 연구팀에서는 1950년 이후 2015년까지 생산된 플라스틱이 83억 톤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2만 5천 동의 무게이다. 이 중 63억 톤이 쓰레기가 되었다. 플라스틱 쓰레기 중 9%는 재활용이 되었지만, 12%는 소각되었고, 79%는 자연으로 유출된 것으로 조사됐다.2)

 

플라스틱을 먹이와 구분하지 못해 뱃속이 플라스틱으로 가득 차 죽은 새와 물살이들의 사진들은 이미 널리 알려졌다. 산호초도 미세 플라스틱을 흡수하여 괴사와 백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3) 심지어 사람의 혈액과 임산부의 태반에서도 플라스틱이 발견되었다.4)

 

플라스틱 문제는 쓰레기 문제에서 그치지 않는다. 기후 위기도 가속화한다. 구성 성분의 99% 이상이 화석 연료인 플라스틱은 생산에서 소각까지 전체 수명 주기 동안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국제환경법센터(Center for International Environmental Law, CIEL)는 플라스틱의 수명 주기 동안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기준 8억 5천만 톤으로 추산했다. 이는 500메가와트 용량 화력 발전소 189개의 배출량과 맞먹는다.5)

 

우리나라에서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배달·테이크아웃 용기의 사용이 급증했다. 한국 플라스틱 포장 용기 협회에 따르면 국내 배달·테이크아웃 용기의 생산량은 2019년 9만 2천 톤에서 2020년 14만 6천 톤으로 약 1.6배 증가했다. 이대로 가다간 2030년까지 16만 7천 톤으로 증가할 전망이다.6) 환경운동연합의 『2020 자원순환 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사용된 일회용 컵은 249억 개이고, 프렌차이즈 가맹점에서 사용된 일회용 컵은 25억 개이다.7)

 

 

일회용 컵 보증금제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이렇게 심각하게 증가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움직임 중 하나이다. 이 제도는 소비자가 프렌차이즈 카페에서 일회용 컵에 음료를 담아 구입할 때 300원의 보증금을 지불하고, 일회용 컵을 다시 가져와 반납할 때 300원을 돌려주는 제도이다. 2020년, 환경부는 프렌차이즈 카페와 함께 일회용품 보증금제 시행을 약속했다.

 

일회용품 보증금제 시행과 정착을 위해 일하고 있는 단체 ‘컵가디언즈’는 우리보다 앞서 보증금제를 시행한 독일과 스웨덴에서는 플라스틱 재활용률이 80%에 달한다고 말한다.8) 또한, 이 제도의 효력에 대한 더욱 설득력 있는 근거는 현재 시행하고 있는 ‘빈 용기 보증금 제도’이다.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에 의하면 2020년 소주병, 맥주병, 청량음료병의 회수율은 97.9%에 달한다.9) 이에 비춰 봤을 때,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시행되면, 컵가디언즈가 말하는 해외 사례와 마찬가지로, 국내 일회용 컵 재활용률도 80% 이상으로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환경부는 프렌차이즈 카페 105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6월 10일부터 시행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12월 1일까지 유예한다고 발표했다.10) 한 가지 중요한 이유는 보증금제 시행을 적극적으로 준비했어야 할 프렌차이즈 카페 본사들이 시행 과정에 따르는 책임을 가맹점주들에게 떠넘겼기 때문이다.11) 일회용 컵을 제공하고 회수하는 과정에서 보증금을 지불한 컵을 구별하기 위해 바코드가 필요하다. 이 바코드는 가맹점에 일회용 컵을 공급·판매하는 본사에서 인쇄를 하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하지만 대형 프렌차이즈 본사들은 바코드가 인쇄된 컵을 공급하려 하지 않고, 가맹점주들이 스티커를 구입해 일일이 붙이도록 방치했으며, 이후 가맹점주들의 불만이 발생했다. 일부 가맹점주들은 본사에 해결책을 요구하는 대신 ‘일회용 컵 보증금제’ 자체의 폐지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컵을 반환할 때는 씻어서 반환을 해야 하고 씻지 않은 컵은 매장에서 받지 않을 권리가 있음에도, 무조건 받아야만 하는 것처럼 말하는 가짜 뉴스도 돌았다.

 

시민들의 인식을 반영하여 시행하려고 했던 ‘일회용품 보증금제’가 가로막힌다면 앞으로 바꿔 나가야 할 다른 문제들을 개선하기도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11월 24일부터 시행 예정인 ‘매장 내 종이컵 사용 금지’, ‘편의점 일회용 비닐 봉투 사용 금지’도 연이어 폐지될 수 있다.12) 쓰레기 문제뿐만 아니라 탄소 배출량 감축과 생태계 회복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지만, 기업을 상대로 하는 필요한 규제들을 발의하고 시행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개인 실천을 넘어

 

IPCC 6차 보고서는 산업의 구조적인 변화 없이는 기후 위기를 극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지구의 온도를 높이는 ‘지구 가열화’ 문제뿐만 아니라, 바다와 온 땅을 뒤덮은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에도 적용되는 말이다.

 

제로 웨이스트, 플로깅 등을 개인적으로 실천하자는 캠페인이 주목을 받으며 정부의 정책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러나 개인들의 실천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기업과 환경부 및 국회에 정책 수립을 요구하는 이들이 없었다면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등장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시민들이 구조적 변화를 추구하는 목소리를 내지 않고 개인적 실천에만 머무른다면, 기업과 자본에 의해 생태계가 파괴되는 지금의 상황을 절대로 바꿀 수 없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쌓여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이고 생태계 파괴는 계속될 것이다. 이렇게 상황이 악화될수록 개인들의 실천은 동력을 잃게 되고, 무력감에 포기하게 되고, 어떤 이들은 극심한 우울감에 빠져들기도 한다. 이미 그런 이들이 우리 주위에 많다.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도록 삶의 습관 변화를 위해, 교회 안에서의 인식의 변화와 실천을 위해 노력하면서, 동시에 우리 사회가 바뀌도록 목소리를 내야 한다. 또한, 교회는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시민단체들과 연대도 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가 당면한 총체적 위기를 적극적으로 극복해 나갈 수 있다. 환경 단체 및 관심 있는 개인들을 중심으로 꾸려진 컵가디언즈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실행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명 운동을 전개하고 기자 회견을 개최하는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기독인들의 참여는 크게 눈에 띄지 않는 것 같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기후 위기 전체 문제의 작은 일부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일회용 컵 보증금제’와 같은 규제들이 더 다양한 부분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생태계 파괴의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성장만을 추구하는 기업들을 통제하지 못하면, 당면한 기후 위기를 막아내기 어렵다. 적절한 시기에 성장을 멈추는 법을 모르는 몸속의 암세포로 인해 생명 자체가 죽음을 맞이하듯이, 어쩌면 우리의 문명도 자본주의의 무한 성장주의를 제어하지 못하고 기후 변화를 막지 못해 스스로 파멸에 이를지도 모른다. 이미 지구는 우리에게 계속 경고를 보내고 있다. 교회와 그리스도인은 세상을 섬기기 위해 부름받았다. 지금 이 시대에 우리의 섬김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자본주의와 성장주의에 고통당하는 창조 세계를 위해 행동하고 목소리를 내야 할 때이다.

 


1) 그린피스, 2021년 플라스틱 집콕조사 일회용의 민낯(2021. 11.), 4. Plastic Europe, “Plastics the Facts 2021”, 12.

2) 환경운동연합, “인류가 생산한 플라스틱의 양은 얼마나 될까?”.

3) “산호가 미세 플라스틱 대량 흡수한다”, <The Science Times>, 2021. 12. 2.

4) “인간 혈액에서 최초로 미세플라스틱 검출 확인”, <뉴스펭귄>, 2022.3. 25.

5) 그린피스, 2021년 플라스틱 집콕조사 일회용의 민낯, 5. CIEL, Plastic & Health: The Hidden Costs of a Plastic Planet(2019.2.).

6) “벗어나기 힘든 배달 중독일회용품 다이어트가 급하다”, <세계일보>, 2022. 04. 28.

7) 환경운동연합, 『2020 자원순환 활동 보고서』, 20.

8) 컵가디언즈2022’ 홈페이지

9)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 “보증금제도 소개”.

10) 환경부,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 관련 환경부 입장”, 2022. 5. 20.

11) “일회용 컵 보증금제 유예프랜차이즈 본사의 일방적인 폭탄 돌리기”, <뉴스펭귄>, 2022. 5. 24.

12) 환경부, “4월부터 카페 매장 내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 다시 못한다”, 2022.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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