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5명 중 4명 “교회 불신”…팬데믹 기간 10%p 하락

개선 과제로 ‘교회 이기주의’ 지적, ‘대면예배 이슈’ 영향 미친 듯
‘우크라 전쟁’ ‘이태원 참사’ 지원 긍정 평가…’공공성 회복’ 제언

 

한국교회 신뢰도가 코로나19 팬데믹 전과 비교해 10%p 이상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태원 참사 등 재난의 어려움에 함께한 긍정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확산 초기 교회와의 관련성 및 대응 미흡 등으로 인한 이미지 하락을 만회하지 못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사장:백종국, 이하 기윤실)이 삼일교회(송태근 목사) 등의 후원으로 전개한 ‘2023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에서다. 기윤실은 2008년부터 한국교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측정을 위한 추적 조사 연구를 실시해 왔으며, 이번 조사는 2010년에 이어 3년 만에 진행했다. 특별히 직전 조사가 국내 코로나19 발생 직전 실시됐던 만큼,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한국교회의 사회 인식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일단 한국교회의 전반적 신뢰도는 ‘신뢰한다’(매우+약간) 21.0%, ‘신뢰하지 않는다’(별로+전혀) 74.0%로, 국민 5명 중 1명만 한국교회를 신뢰했다. 신뢰한다는 응답은 3년 전 조사 결과(31.8%)와 비교해 10.8%p 하락한 결과다. 더구나 무종교인의 교회에 대한 신뢰도는 전체 평균의 절반인 10.6%에 불과했다. 심지어 개신교인들조차 3분의 1이 넘는 37.0%가 한국교회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2020년 조사 당시보다 14.6%p 증가한 수치다.

목사와 기독교인들의 말과 행동에 믿음이 가는지를 묻는 질문에도 각각 20.8%와 20.6%만이 긍정적으로 평가해 전반적인 신뢰도와 유사한 수치를 보였다. 이 역시 2020년에 비해 10%p 내외로 하락한 결과다. 결국 한국교회를 구성하는 목회자나 신자들 역시 세상으로부터 신뢰를 잃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체 종교로 봤을 때는 가톨릭(천주교)이 21.4%로 가장 신뢰하는 종교로 꼽혔고, 다음으로 개신교(기독교) 16.5%, 불교 15.7%의 순이었다. 가톨릭과 불교 역시 기독교와 마찬가지로 직전 조사에 비해 10%p 안팎으로 떨어졌다. 반대로 2020년 조사 당시(20.7%)보다 두 배가 넘는 42.6%의 응답자가 신뢰하는 종교가 없거나 잘 모르겠다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국민들의 종교에 대한 신뢰가 전반적으로 하락했음을 보여준다. 국내 무종교인구가 늘고 있는 현상과 무관치 않은 결과다.

이처럼 한국교회 신뢰도가 급격히 하락한 원인은 한국교회 신뢰도 제고를 위한 개선 과제 응답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응답자 3명 중 1명(34.2%)은 한국교회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교회 이기주의’를 극복해야 한다고 꼽았다. 교회가 사회에 존재하는 기관으로서 사회 공동의 이익보다는 교회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데서 실망감을 나타낸 것이다.

그렇다면 신뢰 회복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절반이 넘는 응답자(55.8%)가 ‘윤리와 도덕 실천 운동’을 꼽은 가운데, ‘봉사 및 구제활동’(17.8%) 환경, 인권 등 사회운동(12.6%), 학교 운영 등 교육 사업 활동(8.1%)이 뒤를 이었다. 신뢰도 조사 초기인 2008년과 2010년에는 ‘봉사 및 구제활동’이 절반에 가까운 응답률로 수위를 차지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당시와 비교해 30%p 내외로 크게 줄었다. 아무리 봉사와 구제 활동을 많이 하더라도 윤리와 도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조사 결과를 분석한 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종교사회학)는 “한국교회의 신뢰도는 국민들이 교회에 대해서 거의 기대감이 없다고 할 정도로 최저 수준”이라고 진단하며, 그렇기에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 한국교회의 현실을 직시하고 문제점을 명확하게 파악해 개선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정 교수는 “일부에서는 신앙생활의 목적이 신뢰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공신력이 떨어지면 교회의 선교와 대사회 활동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면서 신뢰도가 하락하면 기독교의 진리를 전하려고 해도 사람들은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고, 봉사와 구제 활동을 열심히 해도 그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는 교회가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 공공성 회복을 강조했다. 특히 코로나 사태 동안 한국교회 안의 대면예배 관련 이슈가 불거지면서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세상에 배타적이고 이기적인 집단의 이미지가 자리 잡은 만큼, 코로나 이후를 준비하는 이때 한국교회의 신앙관 및 교회관을 바로 세우는 것과 동시에 사회적인 행동이나 발언을 할 때 이것이 미칠 파장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교회 현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토론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마련함으로써 스스로 개선할 수 있는 자정의 노력이 뒷받침 돼야 함을 강조했다.

김진양 부대표(지앤컴리서치)는 온라인 게시글 및 댓글을 대상으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한국교회 신뢰도 하락에 미친 요인을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김 부대표는 직전 조사와 이번 조사 사이 기간 ‘교회발 코로나19 발발’ ‘교회 내 방역수칙 위반’ 등이 파장을 일으켜 신뢰도 하락을 불러왔으나,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태원 참사’ 등 국민적 공감대가 높은 일에 교회가 적극적으로 나섬으로써 국민들의 호감을 얻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 호감의 정도가 앞선 신뢰도 하락 요인을 능가할 수준은 아니었고, 안타깝지만 팬데믹 기간 ‘신천지발 코로나 집단감염’과 언론을 통해 보도된 ‘사이비 종교 내 강력 범죄’마저 기성 정통 교회의 이슈로 인식된 점 역시 신뢰도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물론 부정적 이슈로부터 벗어나 사회와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사회적 문제에서 약자 편에 서는 교회의 자세가 우선돼야겠지만, 부도덕적 불법적 행태를 보이는 이단 및 사이비와 정통 교회를 구분하는 대사회 홍보 강화도 요구된다.

한편 기윤실의 ‘2023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는 1월 11일부터 15일까지 닷새간 여론조사기관인 지앤컴리서치를 통해 전국의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실시했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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