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인 2022년, 우리의 방위 산업은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본 폴란드는 다음 목표가 자기 나라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인지 군비 강화를 위해 우리의 무기를 대량으로 구매했다. 다른 동유럽, 중동, 아시아 등에서도 우리 무기의 인기가 높다. 그래서 K-팝 등의 한류 문화의 용어를 차용해 ‘K-방산 열풍’이라는 용어를 붙일 정도이다. (본문 중)

성영은(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2월 24일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2014년부터 시작된 분쟁이 그때를 기점으로 전면전으로 확대되어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가 쉽게 이길 것 같았던 전쟁이 우크라이나의 결사 항전에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언제 끝날지 기약하기 어렵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전쟁에는 벌써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소모전이라느니 또 각국의 첨단 군사 장비들의 시험장이라느니 하는 평가가 따라붙고 있다. 이 전쟁에 위치 정보 시스템, 드론, 드론 교란 장치, 해상 드론(무인 보트) 등 현대 과학기술로 무장한 군수 장비들이 총동원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엄청나게 투입되는 무기로 인해 이제 우리나라에까지 그 여파가 미치고 있다. 미국, 프랑스, 독일 등의 무기 재고가 바닥나면서 새로운 무기 생산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우리나라가 무기 지원 요청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이 우리 무기를 구매하여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바닥난 자국의 무기를 보충하는 식의 간접 지원도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동안 무기 수출에서 우리나라는 총 무기 거래량의 2.8%인 세계 8위를 기록했다. 미국이 39%로 압도적인 1위이고, 러시아, 프랑스, 중국, 독일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더 의미 있는 통계는 우리나라의 무기 수출 증가율이 세계 1위라는 점이다. 이런 추세에 맞추어 우리 정부는 2027년 미국, 러시아, 프랑스에 이어 세계 4대 방산(방위 산업 혹은 군수 산업) 수출국으로서 세계 무기 시장 점유율 5%의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방위 산업을 미래 경제 성장을 위한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한다.

 

지난해인 2022년, 우리의 방위 산업은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본 폴란드는 다음 목표가 자기 나라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인지 군비 강화를 위해 우리의 무기를 대량으로 구매했다. 다른 동유럽, 중동, 아시아 등에서도 우리 무기의 인기가 높다. 그래서 K-팝 등의 한류 문화의 용어를 차용해 ‘K-방산 열풍’이라는 용어를 붙일 정도이다. K-방산 열풍에는 몇 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다. 무엇보다 수준 높은 우리의 전자, 기계, 자동차 등의 기술력이 이 방산 분야에 접목되었다는 점이다. K-방산의 대포, 탱크, 전투기, 각종 군수용 전자 장비 등이 그 예들이다. 그리고 많은 국방비 지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 국방비는 금액으로는 세계 10위이지만, 국민 1인당 국방비는 미국에 이어 2위, GDP 대비 국방비 비중은 2.56%로 미국, 러시아에 이어 세계 3위이다. 여기에 남북 대치 상황에서의 실전에 방불한 군사 훈련, 자주국방을 위한 노력, 미 동맹국으로서의 미국 무기와의 호환성 등도 K-방산 열풍의 원인이 되고 있다.

 

해당 글과 관련없는 이미지 입니다.

 

오늘날에도 전쟁에 사용되는 무기는 첨단 과학기술에 많이 의존한다. 미국의 경우 국방 예산의 약 15%가 과학기술 연구 개발 비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니 과학기술은 전쟁 덕분에 발전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실제로 과학기술의 엄청난 발전이 제1, 2차 세계대전을 통해 이루어졌다.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첨단 무기 사용으로 실전에서 축적된 기술이 다시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나라의 방위 산업 발전 전략에 들어 있는 기계, 항공, 소재, 부품, 장비 등은 다 일반 산업에서도 그대로 필요한 기술들이다. 이런 점에서 과학기술 시대 우리가 누리는 지금의 부와 경제 활동의 근원을 추적해 보면 전쟁과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전쟁의 비도덕성을 생각해 볼 때, 전쟁과 연관돼 발전해 가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삶이 사회의 악과 무관하다고 선을 긋기란 진짜 어려운 일인 듯하다.

 

기독교의 입장에서 방위 산업과 관련하여 어디까지가 선이고 어디에서부터 악인지 구분하기가 무척 어렵다. 그 경계가 분명하지 않다. 신앙인에게는 사람을 죽이는 무기로 부를 축적하겠다는 K-방산의 인기가 우려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이런 산업이 평화, 사랑, 용서를 가르치는 기독교와 배치되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 땅에서 전쟁이 그치지 않고 있고, 대부분의 나라에서 방어를 이유로 국방비 지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인류 평화를 가장 크게 부르짖는 미국이나 일부 선진국들이 전 세계 무기 산업을 거의 독점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전쟁 중 무기 지원과 전후의 천문학적 액수의 재건 사업으로 이 몇몇 선진국들의 부를 키우는 것으로 마무리될 것이란 예측이 뒤따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땅에서 “뱀같이 지혜롭고 비둘기같이 순결하라”(마 10:16)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따르기란 그리 단순하거나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외무역법 등이 ‘평화로운 목적으로만 사용될 경우’로 무기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또한 여러 국제기구(체제)나 UN무기거래조약 등 각종 조약이나 협약이 같은 목적으로 무기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이런 국내법과 국제법들은 우리 기독교의 가치를 다소 수용하고 있다 볼 수 있다.1) 그러니 평화와 사랑과 용서의 메시지를 선포하는 일에 앞장서면서 방위 산업에서 이런 국내외 법을 잘 지키도록 하는 일에 힘쓰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1) 무기 수출에 대한 기독교의 입장을 ChatGPT에게 물어보았다. ChatGPT는 기독교의 다양한 의견을 일반적으로 정리한 것이기에 타당하다고 생각하여 일부 첨삭하여 각주로 소개한다. “무기 수출에 대한 신자의 입장은 다양할 수 있는데, 이는 이 문제에 대한 통일된 관점이 없기 때문이다. 일부 기독교인들은 무기 수출을 도덕적 문제로 보고 무기 판매의 잠재적 결과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또 일부는 정의로운 전쟁의 원칙을 말한다. 정당한 전쟁의 원칙은 군사력이 최후의 수단으로 자기방어 또는 타인의 방어를 위해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무기를 포함한 모든 자원이 모든 사람을 위해 책임감 있게 사용되어야 한다는 청지기 정신을 강조한다. 또 다른 기독교인들은 무기 판매가 분쟁을 부채질하고 무기가 판매되는 지역의 불안정에 기여할 가능성을 고려한다. 정부의 탄압이나 내전의 경우에 무기가 인권을 침해하는 데 사용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다양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기독교인들은 이 문제에 윤리적 측면과 세계 평화와 정의의 증진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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