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출산제를 논의하기 전에 미혼모와 그 자녀가 분리되지 않도록 원가족 보호를 위한 지원 체계가 먼저 마련되어야 합니다. 원가족 보호가 우선이라는 말은 듣지만 정작 미혼모 원가족을 지원하는 체계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본문 중)

김민정(사단법인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수원 ‘냉장고 영아 시신 사건’을 계기로 부모 출생 신고 누락 방지를 위한 법안인 ‘출생통보제’가 올해 2023년 6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2021년 6월 법무부 입법예고), 2024년 7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환영의 박수를 보냅니다.

 

지금까지 유지되었던 ‘출생신고제’는 부모가 태어난 자녀의 출생 신고를 해야만 주민등록번호를 부여받을 수 있고, 부모가 출생 신고를 하지 않으면 국가는 아동의 출생에 관해 확인할 수 없었으며, 아이가 세상에 태어났다 해도 국가의 지원과 보호를 받지 못하는 유령 아동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제도였습니다.

 

‘출생통보제’는 의료 기관(조산소 포함)이 아동의 출생 사실을 14일 이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 통보하고, 심평원은 지방자치단체에 이를 통보하게 합니다. 1개월 이내 부모가 출생 신고를 하지 않으면 독촉하고, 이후 7일 이내에도 출생 신고가 되지 않으면 직권으로 아동에 대한 출생 기록을 진행하여 ‘유령 아동’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더불어 119 구조 대원의 구조 일지도 출생 증명 서류로 인정되어 이번 개정안에 반영되었습니다.

 

출생통보제가 시행된다면 기존의 출생신고제의 문제는 해결될 것이고 이 땅에 태어나는 모든 아동은 기본 권리를 보호받게 될 것입니다. 출생통보제를 통해 미혼모들도 아이를 선택하고 자신의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키우게 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바랍니다.

 

출생통보제에 이어서 국회에서는 ‘보호출산제’에 대한 토론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보호출산제란 여성이 임신 사실을 제삼자에게 알리고 싶지 않을 경우, 상담을 거쳐 본인의 뜻에 따라 익명으로 출산하게 하는 제도입니다. 이때 태어나는 아기는 단독으로 호적을 갖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아동이 만 18세가 되어 자신을 낳아준 부모를 찾으려고 해도, 부모의 동의가 없다면, 정보가 남지 않아 사실상 찾기가 어렵게 됩니다. 이것은 아동이 부모가 누구인지 알 권리를 아동의 동의 없이 박탈하는 것입니다.

 

‘보호출산제’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신분 노출 때문에 병원 진료를 꺼리는 임산부를 위해 익명으로 출산(보호출산)할 수 있도록 하여 임산부와 아이의 생명을 안전하게 보호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병원 밖 출산이 생겨나는 이유를 살펴보면, 임신·출산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임신·출산 진료비 지원(국민행복카드)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 임신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거나 너무 늦게 인지하게 된 경우, 출산 예정일을 모르고 긴급하게 출산하는 경우, 병원비 걱정으로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 노출을 꺼리는 경우 등 다양합니다.

 

 

미혼모의 경우, 원치 않은 임신을 했다고 해서 보호출산제를 통해 자신의 출산을 숨기고 살아가게 하는 법이 과연 미혼모를 진정으로 돕는 법인지, 그렇게 엄마와 분리된 채 살아가게 될 아동이 겪을 혼란과 불안은 어떻게 할지 의문이 생깁니다.

 

미혼모는 아이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출산을 선택한 후에도, 양육에 관한 정보를 제대로 얻지도 못하고, 두려움과 막막함, 경제적 어려움 속에 눈물로 아이를 포기하게 됩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엄마와 분리된 아이가 요보호아동 시설로 가면 아이는 의료급여 1종 수급권자가 되며, 정부는 아동 보호 시설에 양육비를 지급합니다. 그리고 아동이 시설을 떠나 국내 입양이 되면 만 18세까지 의료급여 1종 수급권을 지니며 부모 소득과 관계없이 매월 20만 원의 아동 양육비를 지원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심리, 정서 지원이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왜 미혼 엄마와 아이가 분리되면 지원이 이루어지지만, 엄마와 분리되기 전에는 아이를 위해 의료급여나 양육비 지원이 어려운 것입니까? 보호출산제를 논의하기 전에 미혼모와 그 자녀가 분리되지 않도록 원가족 보호를 위한 지원 체계가 먼저 마련되어야 합니다. 원가족 보호가 우선이라는 말은 듣지만 정작 미혼모 원가족을 지원하는 체계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미혼모의 경우는 임신 기간에 상담이 필요하고, 아이가 태어난 뒤에는 적어도 분유와 기저귀 비용 걱정은 하지 않도록 경제적 지원을 해야 하며, 최소 12개월까지는 엄마와 아이가 모두 정서적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세심한 지원과 도움이 필요합니다.1)

 

이제 임신과 출산은 비밀이 되거나 숨겨야 하는 일이 아닌, 세상에 드러내고 모두에게 축하받을 수 있는 일이 되어야 합니다. 미혼모가 출산 사실을 숨기고 아이와 분리되어 살아가는 대신, 이제는 당당하게 책임을 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가 지지하고 인식도 바꿀 때입니다. 청소년 미혼모(만 24세 미만)에게는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학업 중단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원 제도가 개선되어야 합니다.

 

한국미혼모가족협회는 임신에 대한 초기 상담지원과 홍보를 위해 두 가지 제안을 해 봅니다. 하나는, 저렴한 가격으로 쉽게 살 수 있는 임신 테스트기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임신 테스트기’에 상담 대표번호를 앞면 막대에 기록하여 위기 상황에 있거나, 상담이 필요한 사람에게 연락처를 노출하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임신 사실을 알고 병원 진료를 받는 경우, 모든 임산부에게 ‘임신 축하 메시지’를 문자로 발송하면서 상담 대표번호를 알리고 임신·출산 지원에 대해 안내하는 것입니다.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아 기른다고 해서 다른 누군가로부터 비난받을 일은 아닐 것입니다. 미혼모들은 책임을 지고 최선을 다해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훌륭한 엄마들입니다. 미혼모에 대한 따듯한 시선과 관심은 우리 사회를 더욱 따듯하게 만들 것입니다. 당당하고 멋진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미혼 엄마들과 자녀들을 응원해 주세요. 모든 엄마와 아이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1) 현재 임신·출산 진료비 지원(국민행복카드 100만 원), 첫만남이용권(국민행복카드 2백만 원), 부모수당 70만 원(1년), 아동수당 10만 원(만 8세 미만까지) 외 다양한 출산 지원이 있습니다. 개인의 경제적 상황에 따라 또 다른 지원도 받을 수 있으니 가까운 주민센터로 문의를 해보시길 바라며, 미혼모 관련 상담이 필요하시면 카카오톡에서 ‘한국미혼모가족협회’로 문의 주시면 미혼모 당사자 상담사가 다양한 정보를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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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모금은 7월 27일(목)-8월 25일(금)까지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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