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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의집은 크리스천 독서인을 섬깁니다’라는 카피를 걸고 기쁨의 집을 시작한 1994년, 당시는 교회당 밖에서는 기독교 문화를 찾아볼 수 없던 시절이었다. 그때 우리가 함께 향유할 고급스러운 문화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비전을 품었던 것이 기쁨의집이 출발한 계기가 되었다. (본문 중)

 

김현호(기쁨의집 대표)

 

기쁨의집 전경

 

부산역에서 중앙동 방향으로 5분 정도 걸어오다 보면 중앙대로변에서 기쁨의집을 만날 수 있다. 요즘 지방에서는 기독교 서점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한때 6백 곳에 가까웠던 기독교 서점이 현재는 200여 곳만 영업 중이다. 기쁨의집은 지난 5월 16일에 30주년 기념식을 가졌다. 전국에서 축복해 주고 싶어 모인 단골손님들과 지인들, 기독 활동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역의 기독교 문화를 일구어 온 우리의 사역을 축하해 주었다. 김기석 목사님의 특강과 아홉 분의 벗님들이 축복의 말씀이 있었고, 가수 나무엔과 성요한 신부의 노래도 있었으며, 서로 싱그러운 미소와 함께 지난 추억을 나누었다.

 

기쁨의집 30주년 행사

 

‘기쁨의집은 크리스천 독서인을 섬깁니다’라는 카피를 걸고 기쁨의 집을 시작한 1994년, 당시는 교회당 밖에서는 기독교 문화를 찾아볼 수 없던 시절이었다. 그때 우리가 함께 향유할 고급스러운 문화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비전을 품었던 것이 기쁨의집이 출발한 계기가 되었다. 20대 시절 손봉호 교수님의 글을 읽는 중에 ‘우리가 누릴 기독교 문화가 더 거룩하고 고급스러웠으면 좋겠다’는 도전을 받았고, 또, 김세윤 교수님의 말씀 중, 성직이란 ‘목회자의 강단 사역만이 아니며, 하나님의 나라의 한 귀퉁이를 청소하는 청소부의 빗자루질일 수 있다’는 가르침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되어 준비하던 목회의 길을 포기하고 책방 점원으로 일한 지 45년이 되었다. 15년간은 일을 익히고 출판사들과 친분을 쌓았고, ‘교회를 위한 신학’이 필요하다 여겨 다양한 신학책을 읽으며 문서 선교에 대한 비전을 구체화하고자 했다. 당연히 신학과 인문학은 함께 공부해야 된다고 믿었다.

 

부산 초량에 20평 정도의 작은 책방을 열며 ‘문화선교 기쁨의집’을 시작할 때, 기독교 서점이 책을 파는 마트로만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교회 문화를 창의적으로 일으키고, 설교자와 신학자들에게 양서를 보급하고, 저자와 독자들이 서로 깊은 연대를 통해 더 훌륭한 저술을 내고 제대로 독서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당연히 신간 도서들을 독자들에게 소개할 수 있을 만큼 읽어야 했다. 작은 서점이기에 도서관 역할을 할 수는 없으므로, 각 분야에서 완성도가 높은 책을 구해서 진열하고, 좋은 신간은 부산에서도 서울과 동시에 구입할 수 있도록 출판사들과 직거래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당시에는 좋은 책을 소개받을 채널이 별로 없었다. 당연히 북 소믈리에 역할이 필요했다. 그래서 지역 기독교 신문과 방송국에 매주 나가서 신간 양서들을 소개하고 책 소개 글을 써서 기고하는 일에 힘을 쏟았다. 그와 함께 지역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의 영성과 지성의 성숙을 돕기 위한 북 토크, 시 노래 운동, 지역의 기독교 문화유산 홍보, 세계관 운동, 독서 모임, 독서 캠프 등을 진행하여 지역 교회의 문화 개발을 위한 구심점 역할을 하고자 했다.

 

대한민국에서 기독교 서점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는 서점인의 소명 의식의 크기에 달려 있을 것이다. 책은 모든 사역을 가능하게 하는 이론의 공급처이며, 새로운 시야를 열어 주고 동기를 부여해 주는 탁월한 매체다. 당연히 지역의 기독교 리더들의 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책 판매 수익의 일정 부분을 지속적으로 교회 생태계의 변화를 가져올 사역 개발에 투자해야 한다. 씨앗 한 알 속에 과수원이 들어 있다고 한다. 지역에서 과수원을 품은 꽃씨 한 알, 나무가 될 씨앗 하나를 심는 마음으로 오늘도 서점인으로 살아간다.

 

그동안 기쁨의집에서 일구었던 사역을 일일이 다 열거하기는 어렵다. 한동안 진행하다 마감한 일도 있고 지금까지 진행해 오는 사역들도 있다. 대표적인 것들을 소개한다.

 

1. 기쁨의집 문화 강좌

1994년부터 한국 교회의 지성들을 초대하여 특강,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시대의 요청에 따라 수년 전부터는 ‘북 토크’ ‘북 콘서트’란 명칭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쁨의집 북토크

 

2. 독서 모임

사랑별학교 독서 모임과 인문학 독서 모임이 각각 10년 이상 이어지고 있다. 매달 1권의 책을 미리 읽고 모임을 가진다. 영성과 인문학 주제를 중심으로 신앙 서적, 교양서적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인문학 모임에서는 매달 읽고 나눈 내용을 좌담 형식으로 정리하여 「한국기독신문」 “기독교 교양 읽기” 코너에 싣고 있다.

 

3. 독서 캠프

1998년 제1회 캠프를 밀양에서 가진 이후 매년 열고 있다. 2박 3일 또는 3박 4일 동안 우리가 존경하는 저자들을 초청하여 영성, 인문학, 세계관을 배우고, 함께 여행하고, 다양한 기독교 문화를 경험한다. 금년에는 8월 14일부터 17일까지 제주도에서 <순례, 길 위에서 평화를 만나다>란 주제로 27차 캠프가 열린다.

기쁨의집 독서캠프 홍보자료

 

4. 건강한 작은 교회 비전 모임

지속 가능한 교회가 되기 위하여 복음적 가치를 실천하고 있는 목회자들이 함께 하나님의 나라를 꿈꾸는 대안 교회 운동이다. 올해로 8년째, 30여 명의 부산 지역 목회자들이 참석하여 멘토들을 모시고 공부하며, 연대 사역을 개발하고 있다.

 

5. 별이 빛나는 크리스마스

‘양말 한 켤레에 담긴 하늘 사랑’이란 주제로 1999년부터 크리스마스 시즌에 진행하는 행사다. 비그리스도인들을 초대하여 캐럴 연주와 시 낭송을 진행한다. 부산 지역 성도들이 함께 무대를 준비하고 모인 헌금은 필요한 곳에 나누고 있다.

기쁨의집 별이 빛나는 크리스마스 행사

 

6. 목요크리스천포럼

2005년부터 좋은나무 교회당에서 개최해 왔다. 포럼의 선생님으로 김기석 목사, 한완상 전 부총리, 이정배 교수, 최완택 목사, 이덕주 교수, 김운성 목사, 이상규 교수, 박철 목사 등 다양한 패널을 초대하여 부산 지역의 중년 신자들을 위한 교양 강좌를 가졌다.

 

7. 바스락 콘서트

2001년부터 가을에 중년 성도들이 낭만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을 가져오다가, 2013년부터는 종교개혁 기념일을 전후하여 ‘바스락 콘서트’라는 이름의 행사를 좋은날풍경 박보영 가수와 함께 열고 있다. 시와 노래와 연주, 작가들의 에세이를 듣는 시간을 가지며, 수익금으로 예멘 난민 돕기 등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

기쁨의집 바스락 콘서트 홍보자료

 

8. 찾아가는 예배

작은 교회들은 코이노니아의 단절로 외로움을 느낀다. 독캠벗님들과 함께 작은 교회와 공동체를 방문하여 예배하며 좋은날풍경의 콘서트와 밥상 공동체 시간을 가진다. 목회자들에겐 책을 선물해 드린다. 매년 10여 개 교회를 방문하는 것을 목표로 8년간 이어오고 있다.

 

9. 시인 윤동주의 밤

매년 2월 16일은 시인 윤동주의 서거일이다. 그리스도인 청년 윤동주를 기념하여 이날에 윤동주의 밤을 가지는데 24년째 이어오고 있다. 윤동주 시 낭송, 시 노래 공연, 윤동주 연구가들의 강연 등과 함께 시인의 정신을 되새기는 날이다.

기쁨의집 시인 윤동주의 밤 현수막

 

10. 기쁨의집 NGO 사역

2006년부터 부산 지역 교회개혁연대가 발족되어 모범 정관 갖기, 임기제, 재정 투명성, 무기명 헌금제 등을 지역 교회에 이식하는 일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 또한, 성서한국부산연대를 창립하여 ‘사회적 책임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대답’이란 목표로 부산 지역 교회와 함께 다양한 시도를 해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많은 부분이 부족하다. 2005년부터 부산의 기독청년아카데미와 예수살기운동을 시작하여 함께 동역하며 지역 복음주의 NGO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독서 캠프 회원들 중심으로 기독교 문화 운동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브릿지후원회를 통해 우리 지역의 기독교 문화 활동가를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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