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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어의 언어적 맥락을 이해하면 청년들이 왜 그토록 ‘갓생 강박’에 집착하는지 보이기 시작한다. 왜 새벽 기상과 영양제 챙겨 먹기, 독서, 운동, 자격증 등으로 빽빽하게 채운 일정표를 만들어 자신을 들볶는지, 왜 주말의 짧은 휴식에도 죄책감을 느끼며 ‘포모’와 ‘비교 지옥’에서 괴로워하는지 말이다. (본문 중)
이정일(작가, 목사)
이제 2030 세대가 쓰는 몇 가지 신조어를 제시하고자 한다. 이중 자신이 아는 단어가 몇 개나 되는지 손꼽아 보기를 바란다.
이 신조어들은 성실함의 가치를 믿었던 시대가 끝났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과거에는 “노력하면 성공한다”라는 공식이 통했지만 이제는 다르다. 성실히 일해도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한 현실과 부모의 자산이 자녀의 출발선을 결정하는 구조가 청년들에게 깊은 상실감을 준다. 벼락 거지, 영끌, 빚투 같은 말들은 시대적 절망감을 직설적으로 보여 주는 증거다.
신조어는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다. 단순히 말의 재미를 넘어, 기존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었던 미세한 감정과 새로운 사회 현상을 명확하게 규정해 주기 때문이다.
과거 X 세대였던 부모 세대는 오렌지족, 야타족, 컴맹, 방가방가 같은 신조어를 썼다. 그때의 신조어에는 젊음의 에너지와 순수함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신조어는 완전히 다르다. ‘영끌’이나 ‘갓생 강박’은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다.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좁힐 수 없는 자산 격차와 구조적 모순을 체감한 청년들이 보내는 SOS 신호이다. 마찬가지로 ‘N잡러’와 ‘조용한 퇴사’는 그들이 각자도생의 정글 속에서 찾아낸 새로운 생존 방정식이다.
새로운 언어의 등장은 삶의 방식이 바뀌었다는 방증이다. 지금의 신조어는 이전 세대가 경험하지 못한 현실, 즉 깊어진 자산 격차와 상대적 고립감, 그리고 그 절망적인 현실에서 생존하기 위해 짓는 청년들의 비명이다.

신조어의 언어적 맥락을 이해하면 청년들이 왜 그토록 ‘갓생 강박’에 집착하는지 보이기 시작한다. 왜 새벽 기상과 영양제 챙겨 먹기, 독서, 운동, 자격증 등으로 빽빽하게 채운 일정표를 만들어 자신을 들볶는지, 왜 주말의 짧은 휴식에도 죄책감을 느끼며 ‘포모’와 ‘비교 지옥’에서 괴로워하는지 말이다.
그들이 느끼는 고단함은 개인의 나약함이 아니다. 가장 친했던 친구들 사이마저 첫 직장의 연봉과 환경에 따라 갈라지는 우정 격차, 그리고 보이지 않는 벽이 주는 상대적 고립감 때문이다.
진짜 안타까운 것은 청년들이 이 격차를 감추려고 화려한 갑옷으로 자신을 위장한다는 점이다. 직장 간판, 연봉, SNS 속 화려한 라이프스타일로 말이다. 이것이 포모(Fear of Missing Out)다. 나만 뒤처지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 커리어와 자기 계발에 목을 매고, SNS로 화려한 주말과 맛집 인증 사진을 올리며, 재테크를 하지 않으면 극심한 패닉을 느낀다. 하지만 세상의 기준에 맞춘 갑옷이 무거워질수록, 그 안의 자아는 더 쉽게 숨이 막혀온다. 이를 깨달은 청년들은 반대로 소외되는 것에서 오는 즐거움, 즉 조모(Joy of Missing Out)를 찾아 탈출을 감행한다.
신조어는 단순한 말장난이나 유행어가 아니라 세상에 보내는 마지막 구조 신호다. 우리가 이 신호가 향하는 맥락을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조어가 보여 주는 불안은 앞으로도 반복되겠지만, 그 맥락을 읽어내는 사람은 세상의 기준에 쉽게 휩쓸리지 않을 것이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이 진짜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아낼 것이고, 자기다운 삶을 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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