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2-3회 발행되는 <좋은나무>글을 카카오톡으로 받아보시려면(무료),
아래의 버튼을 클릭하여 ‘친구추가’를 해주시고
지인에게 ‘공유’하여 기윤실 <좋은나무>를 소개해주세요
어렸을 때 내게 사치라는 것은 모피 코트나 긴 드레스, 혹은 바닷가에 있는 저택 따위를 의미했다. 조금 자라서는 지성적인 삶을 사는 게 사치라고 믿었다.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한 남자, 혹은 한 여자에게 사랑의 열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바로 사치가 아닐까. (본문 중)
이정일(작가, 목사)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이길 수 없는 싸움을 시작한 것이다. 그런 예감이 없이는 시작할 수 없는 게 사랑이다. 그래서 인간의 감정은 누군가를 만날 때와 헤어질 때 가장 순수하며 가장 빛난다.

사랑도 겨울을 지날 때가 있다. 사랑을 시작할 땐 그 사람의 모든 게 좋아 보였는데 어느 순간 미워지기도 한다. 미워질 때 사랑은 한파를 다 쏟아붓고야 떠날 것이다. 한파에 데어 비루함과 찌질함을 경험하고 나면 묻게 된다. 진짜 사랑이 있을까?
사랑이 흔하다 보니 진실한 사랑은 잘 안 보인다. 그게 왜 귀한지를 『단순한 열정』을 읽으면 알게 된다. 2022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아니 에르노의 소설이다. 작가는 이야기를 끝맺음하며 이렇게 썼다.
어렸을 때 내게 사치라는 것은 모피 코트나 긴 드레스, 혹은 바닷가에 있는 저택 따위를 의미했다. 조금 자라서는 지성적인 삶을 사는 게 사치라고 믿었다.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한 남자, 혹은 한 여자에게 사랑의 열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바로 사치가 아닐까.
그 사람과 함께 늙어가는 것, 이 일을 끝까지 해내는 이가 드물어 사랑이 사치품이 되어가고 있다. 이제야 오래전에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2010년 12월)에서 읽은 글이 이해된다. 그 기사는, 사람들은 중년을 넘어 나이가 들면서 불편한 것을 조금씩 받아들이는데 그때 행복해진다고 썼다.
한 남자 혹은 한 여자를 끝까지 진실하게 사랑하며 사는 이가 드물긴 하다. 하지만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상대에게 공감하고, 자신의 약점이나 감정을 솔직하게 공유하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MZ 세대의 사랑은 어떤가 궁금해 확인해 보니 그들은 낭만보다는 솔직함과 수평적 관계와 가성비를 중요하게 여긴다. 그들에게는 연락의 속도가 마음의 속도이고, 찐텐1) 으로 만나 감정 낭비 없이 솔직하게 대하는 걸 선호한다. 그래서일까, 현실에서의 사랑은 뜨거운 만큼 빨리 식었다. 이별 방식도 쿨하다. 카톡 문자로 알린다.
서영아 작가도 사랑에 덴 경험이 있는 걸까. 「딸에게 미리 쓰는 실연에 대처하는 방식」이란 제목의 시를 썼다.
아무것도 아니란다, 얘야.
그냥 사랑이란다.
사랑은 원래 달고 쓰라리고 떨리고 화끈거리는
봄날의 꿈같은 것.
그냥, 인정해 버려라.
그 사랑이 피었다가 지금 지고 있다고.
시인은 말한다. 손을 놓아야 할 때 어찌할 바 몰라도 그건 어쩔 수 없다고, 감기처럼 앓고 지나가야 그곳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고, 사랑했음에 순수했으니 변명하지 말라고, 이미 너는 아름답고 너는 자랑스럽다고 말이다. 이 시를 읽으니 마음에 지지대가 생긴 것 같다.
나도 슬쩍 시에 기대며 생각한다. 제일 좋은 건 두 사람이 서로를 사랑하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 주는 건 기적이다. 그 기적 같은 일을 해낸다면 행복할 터이나 설령 실패하더라도 자책하지 말자. 최선을 다해 사랑했다면 사랑은 나이테처럼 기억될 것이다. 나무의 나이테는 겨울을 지날 때 만들어진단다.
1) ‘진짜 텐션’(기분의 상태)의 준말-편집자.
* <좋은나무> 글을 다른 매체에 게시하시려면 저자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02-794-6200)으로 연락해 주세요.
* 게시하실 때는 다음과 같이 표기하셔야합니다.
(예시) 이 글은 기윤실 <좋은나무>의 기사를 허락을 받고 전재한 것입니다. https://cemk.org/26627/ (전재 글의 글의 주소 표시)
<좋은나무>글이 유익하셨나요?
발간되는 글을 카카오톡으로 받아보시려면
아래의 버튼을 클릭하여 ‘친구추가’를 해주시고
지인에게 ‘공유’하여 기윤실 <좋은나무>를 소개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