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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인도와 브라질, 그리고 한국은 이제 지역 안보 문제를 넘어서서 여타 G7 국가들과 함께 전 세계적 문제를 다루는 주요 행위자로 인식되고 있다. 정리하면, 한국은 G7 회원국이 아니다. 하지만 G7 국가들이 해결하려는 문제에 필요한 나라가 되었다. 이것이 한국의 G7 정상 회의 외교의 출발점이다. (본문 중)
박민중(국제정치 칼럼니스트)
이재명 정부 첫 유럽 순방, G7 정상 회의가 개최된 프랑스 에비앙에서 한국의 위치를 확인했다. 이재명 정부의 이번 유럽 외교는 ‘관계 격상’과 ‘G7 초청’이라는 외형보다, 한국이 유럽과 G7의 산업·공급망·AI·에너지 전략에 필요한 나라가 되었다는 점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필요한’ 나라와 ‘주도하는’ 나라는 다르다. 이제 이재명 정부의 실용 외교에 주어진 과제는 그들의 필요를 실제 한국의 국익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번 8박 10일의 순방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벨기에를 시작으로 유럽 연합을 만났다. 이탈리아와 손을 잡았다. 그리고 마지막 무대는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G7 정상 회의였다. 로마에서는 한국과 이탈리아가 서로의 필요를 확인했고, 에비앙에서는 한국이 G7이라는 더 큰 판 안에서 어디에 놓이는지를 확인했다.

<사진 1>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G7 정상 회의에 참석한 정상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사실 한국은 G7 회원국이 아니라 초청국이다. 그러니 의사 결정의 중심에 있지 않다. 이 점은 냉정하게 보아야 한다. 한국 언론이 아무리 G7 정상 회의 2년 연속 참석을 강조해도, 대한민국은 G7의 정식 회원국은 아니다. G7은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그리고 유럽 연합이 중심이다.
그럼, 이번 G7 정상 회담에 한국 정부가 참여한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먼저, G7 정상 회의의 특징을 살펴보자. G7 정상 회의는 전 세계 국가 가운데 7개 국가만 보이는 작은 모임이다. 작기 때문에 강한 모임이다. 사실상 G7 정상 회의는 국제법적 실체도, 상설 사무국도 없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여기에 참여하는 몇 안 되는 정상 간 신뢰가 핵심이다. 그리고 그 정상들은 세계를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정상들이다. 국제법적 실체도, 상설 사무국도 없는 G7 정상 회의에서 정상들은 자유롭게 말하고, 때로 의견 차이가 있어도 그 공간에서 직접 조정할 수 있다.
이런 작지만 강한 정상 회의에 그들은 인도, 브라질, 케냐, 이집트와 함께 한국을 초청했다. 이번 정상 회의를 개최한 프랑스가 케냐를 초청한 것은 아프리카 지역의 주요 의제를 함께 다루겠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고, 이집트를 초청한 것은 중동과 지중해 지역의 안보 문제를 다루고자 한 것이었다. 반면, 인도와 브라질, 그리고 한국은 이제 지역 안보 문제를 넘어서서 여타 G7 국가들과 함께 전 세계적 문제를 다루는 주요 행위자로 인식되고 있다. 정리하면, 한국은 G7 회원국이 아니다. 하지만 G7 국가들이 해결하려는 문제에 필요한 나라가 되었다. 이것이 한국의 G7 정상 회의 외교의 출발점이다.

<사진 2> G7 정상 회의 확대 회담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출처: MBC)
그러면 한국은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이번 정상 회의에서 무엇을 말했는가.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참여한 세션의 주제와 발언들을 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는 새로운 파트너십과 국제 연대의 재건이었다. 핵심 의제는 ‘국제 개발 원조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개발 협력을 어떻게 다시 설계할 것인가’이었는데, 여기서 이 대통령은 공여국의 공적 재원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고, 수원국 내부의 민간 투자를 촉진하고 경제적 자립을 유도하는 방식의 파트너십을 주장했다.
이건 그냥 원조 이야기가 아니다. 어찌 보면 한국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다. 한국은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된 거의 유일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G7 국가들 앞에서 이 대통령은 ‘도와주는 외교’가 아닌 ‘자립하게 만드는 외교’를 말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건 G7, 아니 전 세계에서 한국만이 가진 독특한 외교 자산이다.
두 번째는 인공지능(AI)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기술 격차가 경제 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글로벌 AI 기본 사회와 AI 허브 구상을 제시했다. G7 국가들 입장에서도 AI는 규제와 혁신의 문제다. 유럽은 안전과 규범을 걱정하고, 미국은 기술 패권을 생각하며, 일본은 산업 경쟁력을 고려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여기에 다른 말을 얹었다. AI를 소수 국가와 소수 기업의 독점물이 아니라, 포용 성장의 도구로 만들자는 것이다.
물론 이 발언만으로 세계 AI 질서가 바뀌지는 않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한국이 G7 정상 회의 무대에서 AI를 단순 산업 정책이 아니라 국제 질서의 언어로 말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반도체를 만들고, 데이터 센터를 짓고, AI 기업을 키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제는 AI 규칙을 만드는 자리에 들어가야 한다.
세 번째는 에너지와 핵심 광물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중동 정세와 호르무즈 해협 사태가 동아시아 에너지 공급망의 취약성을 드러냈다고 보았다. 한국은 에너지 수입국이다. 기름 길이 막히면 산업이 흔들린다. 반도체도, 조선도, 자동차도 에너지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다. 이런 배경에서 이 대통령은 정보 공유, 조기 경보, 비상시 협력, 석유 및 석유 제품 공급망 안정화를 제안했다. IEA(국제에너지기구) 체계를 활용하고, 아시아 에너지 수입국 간 회복력 시스템을 만들자는 구상도 내놨다.
이건 단순히 규범적 선언이 아닌 상당히 현실적인 제안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초래한 중동 위기로 인해 전 세계는 에너지 안보, 공급망 위기를 겪고 있다. 이때 한국은 작지만 가장 강력한 모임인 G7 정상 회의에서 단순히 세계 평화와 같은 추상적 언어가 아닌 에너지 안보와 공급망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제안을 제시한 것이다. 예전의 한국이 아니다.

<사진 3> G7 정상 회의 공식 만찬 자리에서 정상들의 모습 (출처: 대한민국 청와대)
이러므로 기존의 G7 회원국들도 한국이 필요하다. G7 정상 회의는 아직은 세계 경제와 안보 질서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만, 예전처럼 자기들끼리 세계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중국과의 경쟁에서 반도체와 배터리가 필요하다. 러시아와 중동 위기 속에서 에너지와 조선, 해양 안보가 필요하다. AI 규범을 만들려면 실제로 AI 인프라와 반도체 제조 역량을 가진 국가가 필요하다. 개발 협력도 마찬가지다. 서구식 원조 모델만으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그들에게 안성맞춤이다.
그래서 그들은 한국을 불렀다. 이제 정리해 보자. 그럼, 이번 이재명 정부의 G7 정상 회의 외교에서 성과는 무엇인가. 첫째, 한국은 G7의 확장형 논의 구조 안에 들어갔다. 둘째, 개발 협력, AI, 에너지 공급망, 핵심 광물이라는 의제를 한국의 언어로 제시했다. 셋째, 유럽 순방의 앞선 일정, 즉 벨기에·EU·이탈리아 외교와 연결해 한국을 유럽의 기술, 산업, 그리고 규범 파트너로 각인시켰다.
그러므로 앞으로 이재명 정부가 해야 할 외교의 후속 작업도 분명하다. 한국은 아직 G7 정상 회의의 회원국이 아니다. 이에 G7 정상 회의의 규칙을 만드는 중심에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이번 정상 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말한 AI 포용 성장, 에너지 회복력, 개발 협력 구상도 아직은 의제 제기 단계이며 지속성은 약하다. 이에 이재명 정부는 남은 임기 동안 에너지 협력 시스템도, AI 거버넌스도, 개발 금융 개혁도 후속 협의와 예산 배정, 그리고 국내 기업들의 참여를 끌어내야 한다. 그래야 그들이 한국을 더욱 필요로 할 것이다.

<사진 4> 1년 전, 이재명 정부의 첫 외교 무대는 G7 정상 회의였다. 그 자리에서 이재명 정부는 실용 외교를 내세웠다. (출처: 대한민국 정부)
이제 한국 정도라면, G7 정상 회의 회의장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회의장에서 의제를 만들고, 네트워크를 짜고, 한국 기업과 산업과 안보에 이익이 되는 규칙을 끌어내야 한다. G7이라는 무대는 더 이상 한국에게 명예의 무대가 아니다. 협상의 무대다.
이재명 정부가 실용 외교를 내세운다면, 다음 해에는 G7 정상 회의에 ‘초청받았다’가 아니라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G7 정상 회의를 ‘활용했다’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G7 정상 회의는 한국을 필요로 하기 시작했다. 이제 한국은 그 필요를 협상력으로 바꿔야 한다. 그게 실용 외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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