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더 이상 ‘이방인’ 아닌 ‘곁에 있는 이웃’으로”

기윤실, 지난 11일 대화모임 ‘곁이 된 사람들’ 개최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지난 11일 서울 동대문구 동네극장에서 써클 대화모임 ‘곁이 된 사람들’을 개최했다. 이번 모임은 현장 이주민 인권 활동가와 시민들이 둘러앉아 이주민의 현실을 듣고 한국 사회 안에서 가능한 환대와 연대의 방식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대화모임은 일방적인 강의 형식이 아니라 참가자 전원이 눈을 맞추며 묻고 답하는 써클 대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야기손님으로는 강다영 사무국장(성공회 용산·혜화 나눔의집)과 김기학 대표(바라카 작은도서관)가 참여해 현장에서 마주한 이주민의 삶과 돌봄의 과제를 나눴다.

첫 번째 이야기손님으로 나선 강다영 사무국장은 어린 시절 중국과 필리핀, 홍콩 등에서 이주민이자 이방인으로 살았던 경험을 소개하며 발표를 시작했다. 강 국장은 한국에 들어온 뒤 체류 자격이 없는 이주민 이웃들의 일상 통번역과 병원 동행을 돕다가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체류 자격이 없는 미등록 이주민들에게는 생존과 일상을 지키는 ‘생활인권’ 보장이 절실하다”면서 “미등록 이주민은 건강보험 사각지대에서 과도한 의료비를 감당해야 한다. 제왕절개 수술 한 번에 수천만 원의 빚을 지거나 분유값이 없어 아기에게 설탕물을 먹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공권력 앞에서도 이들의 취약성은 반복된다. 발달장애가 있는 미등록 이주 아동이 실종돼 어머니가 경찰서에 신고하러 갔다가 오히려 신분 미비로 구금될 뻔한 사례도 있었다. 그는 “‘불법체류자’라는 용어는 형사범이라는 낙인을 찍고, 당사자 아동·청소년들에게 학습된 무기력과 상처를 준다”며 “행정 절차나 구조적 한계로 발생한 상태를 나타내는 중립적 표현인 ‘미등록 이주민’으로 불러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이들이 한국 사회의 필수 노동을 감당하고 있다면서 “24시간 공장과 도살장, 농춘 수확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의 노동이 한국 사회를 지탱하고 있다. 혐오에 맞서는 일상 속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기학 대표는 2018년 예멘 난민 사태 당시 바라카 작은도서관을 시작했다. 제주도에서 서울로 올라왔지만 갈 곳이 없던 예멘 난민 가족을 옥탑방에 맞이하고 그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친 일이 도서관 사역의 시작이었다. 김 대표는 예멘 출신 이주민들을 단순한 수혜 대상이 아닌 주체로 세우기 위해 ‘재한예멘인연합회’ 설립을 돕기도 했다.

‘바라카’는 아랍어로 ‘축복’을 뜻하는 말이다. 김 대표는 “특정 종교색을 주입하기보다 신을 경외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기독교와 이슬람의 윤리적 공통분모 위에서 이웃으로 환대할 때 깊은 신뢰가 형성된다”고 말했다. 바라카도서관은 현재 이주배경 아동과 청소년의 학습과 돌봄, 지역사회 연결을 돕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이어진 써클 대화에서는 미등록 이주 아동·청소년의 체류 자격 구제 제도 한계, 학교 현장의 한국어 교육 실태, 지역 교회의 상호 돌봄 역할 등에 대한 질문과 의견이 오갔다. 참가자들은 이주민을 돕는다는 일방향적 시선을 넘어,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관계 맺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기윤실 관계자는 “높은 곳에서 베푸는 동정이 아니라, 서로 눈높이를 맞추고 일상을 나누는 관계 속에서 진정한 환대가 시작된다는 것을 확인한 자리였다”며 “앞으로도 한국 사회 안에서 이주민 이웃들의 다정한 곁을 만드는 다양한 대화와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관련 글들

2026.08.19

[언론보도] 이웃 사랑의 시작은 ‘꼬리표’ 너머 사람을 보는 것 (2026/08/12, 국민일보)

자세히 보기
2026.08.19

[언론보도] "불법 체류자가 아니라 '미등록 이주민'입니다"…기독교가 이 시대의 나그네를 부르는 법(2026/08/14, 뉴스앤조이)

자세히 보기
2026.08.19

[언론보도] 체류·교육·돌봄 고민 나눠…기윤실, 연대의 장 마련 (2026/08/13, GOODTVNEWS)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