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는 배터리로 전기 모터를 돌려서 가는 자동차이다. 전기차는 1860년 납축전지의 발명으로 자동차 발명 초기에 호황을 누렸다가, 헨리 포드가 석유로 가는 오늘날의 내연기관차를 대량 생산하여 대중화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다시 등장한 것이다. 전기차가 다시 등장한 가장 큰 이유는, 1980년대에 개발되어 휴대폰 등에 널리 사용되는 리튬 배터리 때문이다. (중략) 2019년의 노벨 화학상이 그런 리튬 배터리를 처음 개발한 과학자들에게 주어진 것만 봐도 그 일이 얼마나 대단한 일이었는지 알 수 있다.(본문 중)

성영은(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코로나 사태 이후 기후 변화나 지구 생태계 파괴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인류가 그동안 향유해 온 과학기술 문명의 이면에 있던, 애써 외면하고 소홀히 여겼던 문제들이 코로나를 계기로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그 부산물인 쓰레기, 플라스틱, 미세먼지, 온실가스 등이 땅과 바다와 공기를 오염시켜, 인간은 물론 동물과 식물, 심지어 미물인 바이러스조차 살 수 없는 세상을 만들어 놓았다. 전 세계를 멈춘 코로나 바이러스 덕분에 이런 문제에 대해 이만큼이나마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코로나 사태의 고통이 다른 한편으로 우리에게 이런 성찰의 계기를 제공한 것이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날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정한 파리기후협약 복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각 국가들은 앞다투어 온실가스(이산화탄소) 실질 총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환경 에너지 정책을 시행하겠다는 ‘탄소 중립 선언’을 했다. 우리나라도 작년 말, 2050년에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등 국내외 수많은 단체나 글로벌 기업들도 이 목표를 위한 구체적 실천 항목들을 제시하고 있다. 국가나 민간의 이런 활동들이 계기가 되어 코로나 사태 종식 후에는 끝없는 성장에 매달리는 인간의 어리석음에서 벗어나기를 바라게 된다.

현대인의 삶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자동차이다. 우리나라에는 인구 2명당 1대꼴인 2,300만 대의 자동차가 운행 중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14억 대의 자동차가 달리고 있다. 자동차의 수는 지난 25년 만에 2배로 늘었고, 그 증가 속도가 점점 빨라져 15년 뒤인 2036년에는 다시 현재의 두 배인 28~30억대 정도가 될 것이라고 한다. 매년 약 1억 대의 자동차가 새로 생산되는데, 그중 중국이 연간 3천만 대를 구매하고 있다. 중국에서 1년에 증가하는 자동차 수가 우리나라의 총 자동차 수를 넘어서는 것이다. 또 많은 중고차도 폐기되지 않고 좀 더 못사는 나라에 수출되어 계속 운행된다.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의 큰 도시를 방문하면 이런 노후 차량들이 뿜어내는 매연이 온 도시를 뒤덮고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온실가스 배출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16%에 달하고, 선박 등 전체 교통수단을 합치면 25%에 이른다. 여기에 우리가 매연이라고 부르는 자동차 배출 미세먼지까지 추가하면, 현대인의 필수품인 자동차가 지구 환경이나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은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 이런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전기차가 급격히 부상하고 있다. 자동차 회사도 아닌데 전기차를 생산한다는 이유로 미국의 5위 기업으로 도약한 테슬라 열풍이 그 대표적 사례이다. 테슬라의 기업의 가치는 그동안 세계 자동차 업계 1위를 지켜 온 토요타도 넘어설 정도가 되었다. 미국의 1위 기업인 애플도 곧 전기차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 한다. 국내 자동차 회사들도 이런 흐름을 따라서 앞다투어 전기차를 출시하고 있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국내 배터리 생산 업체들의 기업 가치도 연일 높아지고 있다. 이 전기차 기술 덕분에, 유럽, 미국, 중국 등은 이르면 2025년부터, 늦어도 2030년 중반부터는 휘발유나 경유를 쓰는 내연기관차의 생산과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온실가스나 미세먼지 배출이 없는 친환경 자동차의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이제 주위에서 자동차를 구입할 때 전기차도 후보 목록에 올려놓고 고민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전기차는 하이브리드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순수 전기차 등 종류가 다양하다.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연료전지차도 전기로 움직이기에 전기차의 한 종류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전기차 중에 무엇을 사야 할지 여간 고민스러운 게 아니다. 게다가 다양한 친환경 보조금이 있다고 해도 아직 가격이 다소 비싸다는 점도 고려해야 하고, 새로운 기술이기에 안전성이나 인프라의 편리성에 대한 의문도 많다. 그러다 보니, 전기차 배터리와 연료전지를 오래 연구해온 필자에게 전기차 구입에 대한 질문들을 많이 해 온다.

 

 

전기차는 배터리(‘이차전지’라고도 하는데,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여 긴 시간 동안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전지를 말한다)로 전기 모터를 돌려서 가는 자동차이다. 전기차는 1860년 납축전지의 발명으로 자동차 발명 초기에 호황을 누렸다가, 헨리 포드가 석유로 가는 오늘날의 내연기관차를 대량 생산하여 대중화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다시 등장한 것이다. 전기차가 다시 등장한 가장 큰 이유는, 1980년대에 개발되어 휴대폰 등에 널리 사용되는 리튬 배터리 때문이다. 리튬 배터리는 납축전지보다 훨씬 가볍고 성능이 뛰어나다. 2019년의 노벨 화학상이 그런 리튬 배터리를 처음 개발한 과학자들에게 주어진 것만 봐도 그 일이 얼마나 대단한 일이었는지 알 수 있다.

전기차의 종류는 내연기관 엔진과 함께 작은 배터리와 전기 모터를 보조로 넣은 하이브리드 차, 배터리의 비중을 키워 엔진보다 더 크게 만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 엔진을 완전히 없애고 배터리로만 가는 순수 전기차가 있다. 배터리로만 가는 순수 전기차의 경우는 아직 기존의 내연기관차만큼 성능을 내지는 못하고 있는데, 엄청난 연구 개발이 진행되고 있어 조만간 가능하게 될 것이다. 전기차의 가장 큰 장점은 온실가스나 미세먼지 배출이 적거나 거의 없다는 점이다. 물론, 전기차가 사용할 전기를 만드는 발전소나 배터리 공장에서 온실가스가 나오지 않느냐는 반론이 있다. 그러나 수많은 자동차가 뿜어내는 온실가스보다 발전소나 공장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포집이나 처리가 용이한 면이 있다. 또,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발전소나 배터리 생산 공정을 만드는 것도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전기차와 유사한 연료전지차(혹은 수소차)는 수소를 연료로 전기를 만들어 쓰면서 움직이는 자동차다. 수소로 직접 전기를 만들기 때문에 전기차처럼 전기를 충전할 필요가 없다. 그 원리는 이렇다. 물은 H2O라는 분자식을 가진 수소(H)와 산소(O)로 이루어진 물질이다. 그래서 물을 전기로 분해하면 수소와 산소가 나온다. 반대로 수소와 산소를 합치면 물이 되면서 전기가 발생한다. 이렇게 전기를 만드는 장치를 연료전지라고 한다. 연료전지는 1960년대 이후 우주선에서 사용하고 있는 장치이다. 우주선과 동일하게 수소와 산소(공기)를 흘려 전기를 만들고, 그 전기로 전기 모터를 돌리는 것이 수소차이다. 수소는 휘발유나 경유처럼 액체로 만들어 수소 통에 채워 사용하기에, 수소 충전에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고 장기적으로는 현재의 주유소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당장은 수소 충전소가 많지 않아 불편하다. 또 수소차가 늘어날 경우 수소를 저렴하게 대량 생산해야 하는 일도 숙제도 남아 있다. 이를 위해 물을 분해하여 수소를 만드는 공정에 대한 연구 개발과 투자가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필자는 이 분야의 초창기부터 관련 연구를 계속해 오면서, 2020년쯤 되면 전기차 시대가 올 것이라는 희망을 품곤 했었는데, 정말로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전기차 시대가 우리 눈앞에 다가오는 것을 보면, 인간이 한편으로는 지구 환경을 다 망칠 정도로 어리석어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위기 상황에서 대안을 찾아가는 데도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느낀다. 물론, 과학기술이 일으킨 문제점을 전기차와 같은 또 다른 과학기술로 풀려는 시도가 정말 바른 방향인지는 신중히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다. 끝없는 인간의 욕구를 다 채우면서 지구 환경이나 생태계도 보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런 지구적 위기를 막기 위한 창조적인 노력을 보면, 인간이 비록 타락하였을지라도 여전히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존재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예상치 못했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가 전기차 시대를 앞당기는 데도 큰 기여를 하는 것 같다. 이 미물이 인류에게 지구 환경의 소중함에 대한 경각심을 주어, 지금까지와는 좀 다른 길을 가라고 말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대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바꾼 세상의 모습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전기차 시대를 맞는 신자들도 이런 새로운 기술의 흐름 앞에서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어떻게 더 잘 보존하고 돌볼 것인가를 생각하면 좋겠다.

 

웹진 NOW(2019년 4월호)와의 인터뷰에서 필자는 전기차와 수소차 중 어느 것이 더 낫다 말하기 어렵고, 친환경을 추구하는 시대에 그 둘은 상호 공존할 기술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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