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가 분해되거나 썩지 않기 때문인데, 실제로는 썩는 플라스틱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딜레마다. 기존 플라스틱의 특성을 요구하면서 반대로 썩기를 바라는 것은 모순이기 때문이다. 현재 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모든 석유화학 업체에서 플라스틱의 폐해를 인식하고 썩는 플라스틱을 연구 개발하고 있다. 일부 제품을 내놓고 있는 업체들도 있다. 썩는 플라스틱 개발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오래갈 것과 썩을 것의 양쪽 요구에 균형을 잡는 일이다. 그런데 그 기준을 잡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본문 중)

성영은(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우리나라의 수출 1위 품목은 누구나 잘 아는 반도체다. 반도체에 이어 수출 비중이 높은 품목이 원유를 정제한 석유제품과 이를 화학적으로 가공한 석유화학제품이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 수입한 이 엄청난 원유를 정제하고 가공하여 다시 되파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의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 석유화학제품의 수출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한다. 석유화학산업이 우리가 이만큼 잘 사는 나라가 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익히 아는 합성수지나 플라스틱 제품이 바로 이 석유화학제품이다. 플라스틱이 우리가 누리는 부의 중요한 원천 중 하나다.

플라스틱은 ‘원하는 모양으로 만든’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플라스티코스’에서 유래했다. 말 그대로 열이나 압력을 가해 원하는 모양을 마음대로 만들 수 있는 화학물질이다. 대부분 플라스틱은 가벼운 탄소와 수소 원자로 이루어져 있어 가볍다. 또, 이 원자들이 길고 단단히 이어져 고분자를 이루고 있어 물이 새지 않고 잘 깨지거나 끊어지지 않는다. 분자가 단단히 연결되어 있어 미생물이 먹어 분해하기가 어렵다. 즉, 잘 썩지 않는 것이다. 원하는 모양을 마음대로 만들 수 있고, 가볍고, 새지 않고, 깨지거나 끊어지지 않고, 잘 썩지도 않고, 가격도 저렴하니 거의 기적의 소재에 가깝다. 당연히 그 용도가 무궁무진하다. 플라스틱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생산되어 플라스틱 없는 현대 문명을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오랫동안 인류가 사용해 오던 금속, 유리, 도자기, 나무, 천연고무, 동물의 가죽 등을 이 플라스틱이 거의 다 대체해버렸다.

그런데 인류가 이 플라스틱을 사용한 지 70여 년도 안 된 지금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플라스틱이 버려지는 순간부터 썩지 않는 쓰레기가 되어 환경을 파괴하고 지구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주기 시작한 것이다. 편리하여 너무 많이 사용하다 보니 썩지 않는 플라스틱의 장점이 이제 단점으로 바뀌어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인류는 지난 70여 년간 약 80억 톤의 플라스틱을 생산했는데, 그중 약 60억 톤을 폐기했다. 폐기된 이 60억 톤 중 50억 톤은 매립하거나 버려졌다 한다. 지금의 속도라면 2050년이 되면 폐플라스틱이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버려진 플라스틱이 썩지 않고 그대로 있거나 아니면 조각나서 미세 플라스틱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플라스틱의 장점이 너무 많아 딱히 다른 대체 물질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 플라스틱이 사용되지 않는 것이 얼마나 되는지 찾아보라. 당장 76억 명의 인류가 플라스틱 대신 다시 자연에서 나는 목재, 유리, 도자기, 금속, 천연고무, 그리고 동물을 죽여 사용한다고 생각해 보라. 플라스틱이 일으키는 생태계 파괴 이상의 대규모 자연 훼손과 생태계 파괴가 일어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플라스틱이 개발되기 전에는 새지 않고 썩지 않는 제품의 재료로 거북 등껍질을 얻기 위해 엄청난 수의 거북을 죽였다. 또, 상아로 각종 장식품을 만들기 위해 코끼리를 매년 수만 마리씩 사냥해서 거의 멸종시켰다. 인간의 삶을 위해 이런 전례가 반복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1) 이런 점에서 인공적으로 개발된 플라스틱이 자연을 지켜준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 더 나아가 엄청난 수의 인류가 지금과 같은 문명의 삶을 살기 위해서 플라스틱 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는 현실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최근 썩는 플라스틱을 개발하여 사용하자는 과학기술적 해결책이 제시되었다. 흔히 바이오 플라스틱이나 생분해성(bio-degradable) 플라스틱으로 불리고 있는 제품들이 그 예이다. 이와 관련하여 개발되고 있는 기술들은 다양하다. 그중 하나가 석유와 같은 화석 원료가 아닌 옥수수나 사탕수수와 같은 식물성 원료로 플라스틱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만든 플라스틱도 결국 같은 구조를 가진 물질이기에 분해가 잘 안 되는 점은 동일하다. 다만 이 플라스틱은 소각한다 해도 원래 썩을 식물을 원료로 했기에 추가로 온실가스가 더 배출되지 않는 장점은 있다. 반대로, 식물성 원료를 이용하여 잘 분해되도록 만들면 플라스틱으로서 가치를 상실하기에 잘 분해되는 이 식물성 원료 일부를 플라스틱에 넣는 제품도 있는데, 이 경우 여전히 플라스틱은 분해되지 않고 오히려 미세 플라스틱으로 조각나 또 다른 환경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다른 예로, 화석 원료를 사용하여 다소 약한 결합을 가지도록 만든 생분해성 플라스틱 제품이 있는데 아직 자연에서 완전히 분해되는 수준은 아니다. 특수한 환경, 즉 온도가 높거나 습도가 높은 경우에만 분해되는 것이다. 토양이나 해양에서 완전 분해되기 위해서는 더 약하게 연결되도록 만들거나 다른 이물질을 넣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강도가 약해져서 플라스틱으로 사용하기에는 여러모로 제한적이다. 그래서 이런저런 썩는 플라스틱에 대해서 아직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 아니다. 무엇보다 이렇게 만드는 플라스틱은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 큰 단점이다.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가 분해되거나 썩지 않기 때문인데, 실제로는 썩는 플라스틱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딜레마다. 기존 플라스틱의 특성을 요구하면서 반대로 썩기를 바라는 것은 모순이기 때문이다. 현재 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모든 석유화학 업체에서 플라스틱의 폐해를 인식하고 썩는 플라스틱을 연구 개발하고 있다. 일부 제품을 내놓고 있는 업체들도 있다. 썩는 플라스틱 개발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오래갈 것과 썩을 것의 양쪽 요구에 균형을 잡는 일이다. 그런데 그 기준을 잡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 이 개발은 나노 기술, 바이오 기술 등 고난도의 높은 기술력을 요구한다. 당연히 가격이 비싼 것을 감수해야 한다. 이런 이유들로 아직 기업들에서의 개발은 높은 환경적 의무감과 관심에도 불구하고 다소 친환경 기업 이미지 제고 차원에 머물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기에 이런 개발에 대해 하나님이 내신 세상을 잘 지킬 의무가 있는 우리 신자들은 당연히 지지와 격려를 보내야 한다. 이 지지와 격려에는 플라스틱이 썩기 위해서는 매끈하고 보기 좋고 잘 찢어지지 않는 기존의 품질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이해하는 일과 심지어 다소 가격이 비싼 것을 감수하는 일이 포함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도 쉬지 않고 환경적 이슈가 되고 있는 버려진 플라스틱 때문에 인류와 지구상의 생명이 멸망할 것처럼 말하면서 플라스틱의 사용 자체를 금지할 것을 주장하는 극단적 환경주의자들도 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대로 이 산업으로 우리가 먹고사는 현실과 80억에 가까운 인류에게 다른 뚜렷한 대안이 아직 없다는 현실을 생각하면 이런 지나친 환경주의의 시각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다소 경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1)  마이클 셀렌버거,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노정태 옮김 (부키, 2021). 저자는 극단적 환경주의를 경계하자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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