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의 행복과 삶의 질(well-being)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방과후 밤 8시까지 돌봄교실 혹은 돌봄 기관에 맡겨진 아동이 행복할 수 있을까? 늘봄학교와 유사한 정책 사례로 초등학교 3시 하교제 도입 논의가 있었다. 전교조 초등교육위원회와 참교육연구소의 3시 하교제 설문 조사 결과, 초등학생 71.2%가 반대했다. 놀이 시간을 늘려 3시에 하교하는 방안인데도 대부분이 반대한 것이다. 늘봄학교 도입과 돌봄 시간 연장에 관해서도 초등학생 대상 설문 조사가 필요하다. (본문 중)

김상규(초등학교 교사, 좋은교사운동 초등정책위원)

 

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가 심화되고 있으며, 합계출산율1)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2017년 1.05명 → 2019년 0.92명 → 2021년 0.8명). 출산율은 2년마다 0.1명씩 감소하는 추세이며,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출산율 0.5명 시대가 조만간 실현될 것이다. 2022년 서울시 거주 양육자 설문 조사에 따르면, 초등기(7~9세) 아동 양육자 84%가 ‘돌봄 공백 해소를 위해 조력자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만큼 저출산과 돌봄 공백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월 9일, 교육부(장관 이주호)는 “늘봄학교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교육·돌봄의 국가 책임을 강화하고, 전국의 모든 초등학생들이 방과후 돌봄 서비스를 희망할 때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2023년에는 시범 운영, 2024년에는 단계적 확산, 2025년에는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으로서, 필요한 예산과 인력을 학교와 교육청에 지원할 예정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늘봄학교 추진 방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늘봄학교 추진방안 주요 내용

□ 초등학교 신입생 학교 적응과 조기 하교에 따른 돌봄 공백 해소를 위해 희망 학생을 대상으로 ‘초1 에듀케어 프로그램’ 시범 운영

□ 아이들이 원하는 미래형·맞춤형 ‘방과후 프로그램’ 운영

 o 놀이·체험부터 체육·예술, 코딩 등 현장 수요에 맞춰 개설

 o 저소득층 자유수강권 한도 확대…누구에게나 동등한 교육 기회 제공

□ 필요할 때 이용 가능한 ‘탄력적 돌봄’으로 학부모 부담 경감

 o 아침·틈새·일시 돌봄 등 유형 다양화, 저녁 돌봄은 저녁 8시까지 단계적 확대

 o 과밀·도시 지역 대기 수요 해소 위해 ‘거점형 돌봄’ 매년 5개소 구축

□ 교육청 중심의 운영 체제 구축, 전담 인력 배치로 교원 업무 경감

 

교육부가 발표한 늘봄학교 추진 방안을 살펴보면 의미 있는 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초1 입학 초기 돌봄 공백 해소를 위한 에듀케어 프로그램이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하원 시간보다 초등학교 1학년의 하교 시간이 빨라서 보호자의 돌봄 공백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므로, 사교육에 의지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초1 입학 초기 프로그램 운영이 필요하다. 그래서 초1 입학 직후인 3월 초와 1학년 1학기에 에듀케어 프로그램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아동 발달 단계와 특성에 맞는 놀이와 체험 중심의 맞춤형 프로그램이 희망 학생에게 제공된다.

 

둘째, 거점형 돌봄 모델 확산이다. 경남교육청의 경우, 2021년부터 거점형 통합돌봄센터 ‘늘봄’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2022년에는 새로운 센터를 개설하여 총 2곳에서 운영 중이다. 학기 중과 방학 중에도 오후 8시까지 안정적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인근 초등학교 10여 곳을 대상으로 통학 버스를 운영하고, 자체 방과후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양육자가 자녀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다양한 지역 사회 돌봄 기관 운영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중앙 정부와 지자체가 협력해야 한다.

 

셋째, 학교 업무 경감을 위한 방과후·늘봄지원 센터 운영이다. 시도교육청에 방과후학교 및 늘봄학교를 지원하는 인력을 배치하고 방과후학교와 늘봄학교 업무를 이관하여 학교를 지원하는 형태이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120명의 지방 공무원을 확보했으며, 시범 교육청(4개 내외)에 배치하여 약 200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시범 사업을 운영할 것이다. 방과후 학교 수강료 관리, 강사·업체 선정, 수강 신청 관리 등 제반 업무 대부분을 지원센터가 담당하는 방향으로 계획하였다.

 

 

교육부의 늘봄학교 도입 계획 발표 이후, 여러 교원 단체들은 반대 혹은 우려를 표명하였다. 늘봄학교 도입 및 운영으로 인한 학교와 교원의 업무 부담 증가 우려가 가장 큰 이유이다. 이전 정부들이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새로운 교육 정책(예, 초등 방과후학교, 초등 돌봄교실)을 추진했는데, 해당 업무를 담당할 인력을 제대로 배치해 주지 않고 비정규직 인력(예, 시간제 노동자)으로 운영했기 때문에, 새로운 업무를 두고 학교 내 직종 간 갈등이 빈번한 상황이다.

 

현행 초등 돌봄교실은 시간제 돌봄 노동자(예, 4~8시간)를 8시간 전일제로 전환하고 행정 업무를 포함한 돌봄 업무를 모두 전담시키는 과정이 시도교육청별로 진행 중이다. 또한, 초등 방과후학교는 초등학교마다 방과후 시간에 방과후 교실을 마련하여 비정규직 방과후 강사들이 각자 프로그램을 개설하여 수강생을 모집하여 수익자(학생) 부담으로 운영하고 있다. 방과후학교 운영에 필요한 행정 업무를 교사들이 부담하는 경우가 흔하고, 힘들어서 기피하는 업무이다.

 

아동의 행복과 삶의 질(well-being)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방과후 밤 8시까지 돌봄교실 혹은 돌봄 기관에 맡겨진 아동이 행복할 수 있을까? 늘봄학교와 유사한 정책 사례로 초등학교 3시 하교제 도입 논의가 있었다. 전교조 초등교육위원회와 참교육연구소의 3시 하교제 설문 조사 결과, 초등학생 71.2%가 반대했다. 놀이 시간을 늘려 3시에 하교하는 방안인데도 대부분이 반대한 것이다. 늘봄학교 도입과 돌봄 시간 연장에 관해서도 초등학생 대상 설문 조사가 필요하다.

 

밤 8시까지 국가 책임 돌봄 서비스를 확대 운영하는 것과 함께, 양육자(보호자)들의 양육 환경과 근로 여건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에 관해, 2023년 고용노동부 업무 계획에는 여성의 경력 단절 예방을 위해 공동 육아 시 육아 휴직 기간을 1년 6개월로 확대하는 방안이 포함되었다. 맞벌이 가정과 한부모 가정이 보편화된 시대가 되었지만, 자녀와 양육자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하는 제도(예, 육아 조퇴)가 마련되기를 소망한다.

 


1) 한 여자가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통계청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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