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화재 희생자 대부분 이주 노동자…”안전·인권 보장 방안 마련해야”
교회협·기윤실, 피해자·유가족 애도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촉구
[뉴스앤조이-엄태빈 기자] 경기도 화성 아리셀 공장에서 6월 24일 발생한 화재로 23명이 사망하고 8명이 다쳤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김종생 총무) 정의평화위원회(원용철 위원장)와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공동대표 정병오·조성돈·조주희)은 6월 25일 성명을 발표해,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위로를 전하는 한편, 참사 희생자 중 18명이 이주 노동자였다는 점에 주목하며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교회협은 이번 사고를 “외국인 노동자들을 비롯한 노동자들을 쓰다 버리는 소모품으로 취급하는 우리 사회의 무책임함이 불러온 인재이자 참사”라며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싼 값에 고용하면서 대피로조차 알려 주지 않은 채 위험천만한 노동으로 내몰았다”고 비판했다.
교회협은 정부에 사고 원인을 명명백백히 밝혀내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교회협은 “2년 전 제정되었지만 온전히 적용되지 못하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엄중히 시행하여 노동 현장 안전에 대한 기업의 책임과 의무를 강력하게 강제해야 한다”며 “어쩔 수 없는 사정에 의해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의 신분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들의 안전과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기윤실도 “이번 사고의 사망자 대부분이 이주 노동자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이는 “우리 사회가 위험의 외주화를 넘어 위험의 이주화를 지속한 결과”라고 했다. 기윤실은 이주 노동자들이 떠받치고 있는 한국 사회 산업 구조에서 이주 노동자들의 노동 인권과 안전에 대한 세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기윤실은 교회와 그리스도인이 정부에 제대로 된 보상과 대책을 요구하고 희생자·유가족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윤실은 “산업 현장의 안전 강화와 이주 노동자의 노동 인권 보장은 일차적으로 정부의 책임”이라며 “생명을 존중하고 나그네를 환대하라는 성경의 말씀을 따르는 교회와 그리스도인들도 동일한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정부의 역할 촉구와 더불어 자발적으로 정성을 모아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아래는 교회협과 기윤실 성명 전문.
아리셀 공장 화재 희생자들에게 하나님의 위로가 함께하시기를 빕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지난 24일,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3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일에 대해 참담함을 금할 수 없으며, 이번 참사로 인해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또한 부상자들의 빠른 치유와 회복을 간절히 기원한다.
물을 사용하는 일반적인 진화 방식으로는 불을 끌 수도 없는 유해 화학물질인 리튬을 취급하면서 화재에 대한 대비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싼 값에 고용하면서 대피로조차 알려 주지 않은 채 위험천만한 노동으로 내몰았다. 그렇게 자본 축적의 도구로 고용된 노동자들은 무섭게 치솟는 불길과 자욱한 연기 속에서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버림받고 죽임당했다.
이번 사고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비롯한 노동자들을 쓰다 버리는 소모품으로 취급하는 우리 사회의 무책임함이 불러온 인재이자 참사이다.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고 원청이 책임지는 사회로 바뀌지 않는 한 이와 같은 사고는 계속해서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정부와 소방 당국은 희생자들을 수습하고 신원을 파악하여 유가족들에게 인계하는 일에 진심을 다하기 바란다. 또한 사고의 원인을 명명백백히 밝혀내고 원청을 포함하여 사고 책임자를 엄중히 처벌해야 하며, 이와 같은 참사가 재발되지 않도록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는 방향으로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더불어 2년 전 제정되었지만 여전히 온전히 적용되지 못하고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엄중히 시행하여 노동 현장의 안전에 대한 기업의 책임과 의무를 강력하게 강제해야 한다. 또한 어쩔 수 없는 사정에 의해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의 신분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들의 안전과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고향 땅과 가족을 떠나 더 나은 삶을 꿈꾸며 한국에 왔다가 목숨을 잃고 상처 입은 희생자들과 생사조차 알지 못한 채 애타는 심정으로 뉴스에 귀 기울이고 있을 고향에 남은 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사죄와 위로의 마음을 전하며,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이 되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일에 온 힘을 다할 것이다.
2024년 6월 25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원용철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희생자에 대한 깊은 애도를 표하며, 원인 규명 및 안전 대책 마련과 더불어 이주 노동자의 노동 환경 개선에 범국민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경기도 화성에서 리튬 일차전지 배터리를 생산하는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18명의 이주 노동자를 포함하여 23명이 사망하고 8명이 중경상을 입은 사건이 발생했다. 사망자의 신원조차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의 참혹한 죽음 앞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
화재 발생의 원인과 작업장의 안전 관리 규정 준수와 관련해서는 정부 합동 감식반의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 결과에 따라 산업안전보건법은 물론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엄격한 책임을 물어 산업 현장의 안전에 대한 사업주의 경각심을 일깨워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안전 관련 미비된 법률과 제도 정비를 통해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고의 사망자 대부분이 이주 노동자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그들 중 많은 수가 일용직 노동자였기에 공장 내부 구조에 익숙하지 않아 사망 피해가 더 컸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위험의 외주화를 넘어 위험의 이주화를 지속한 결과로 보여진다. 저임금과 고위험으로 인해 내국인들이 외면하고 있는 업종과 영역을 이주 노동자들이 떠받치고 있는 한국 사회 산업 구조를 생각할 때, 이주 노동자들의 노동 인권과 안전에 대하여 더욱 세밀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산업 현장의 안전 강화와 이주 노동자의 노동 인권 보장은 일차적으로 정부의 책임이다. 하지만 생명을 존중하고 나그네를 환대하라는 성경의 말씀을 따르는 교회와 그리스도인들도 동일한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 법과 제도의 미비로 인해 정부가 제대로 된 보상과 대책을 취하지 않을 경우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정부의 역할 촉구와 더불어 자발적으로 정성을 모아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기윤실은 이와 관련하여 기독 시민운동으로서의 역할과 감시를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다.
2024년 6월 25일
(사) 기독교윤리실천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