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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까지 가졌던 직업들은 모두 개인 보호 장구를 착용해야 하는 일들이었다. 짧게 나열하자면 석탄 매장량을 파악하는 기계를 심는 광산 노동자, 물류 센터 포장 직원, 건설 현장 교통 관리원, 지게차 운전원 등이다. 지게차를 비롯해 각종 크고 작은 기계들과 같이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안전 교육 참여와 그것을 실제로 지키는지에 대한 감시와 격려가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진다. (본문 중)

 

유진아(호주 워홀러 청년)

 

Big country, small population, laid-back(넓은 나라, 작은 인구, 여유로운 삶). 호주를 일컫는 말이다. 호주 동료들이 호주랑 한국이 많이 다르냐고, 왜 호주에 왔냐고 물으면 나는 짧게 대답한다. “small country, big population, very competitive”(작은 나라, 많은 인구, 경쟁적인 삶). 호주와 정반대다.

 

내가 호주로 워킹홀리데이(워홀)를 떠나기로 결심했던 이유는 돈이었다. 당시 유튜브에서 ‘호주 워홀, 1년에 1억 번다’와 같은 제목의 영상들이 조회 수를 한창 올리고 있던 때였다. 30대가 가까워지고 있었지만 번듯한 명함도, 돌릴 청첩장도 먼 얘기였던 나는, 돈이라도 많으면 누구에게든지 나를 증명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돈보다 경험이라며 해외를 떠돌았던 20대를 돌아보니, 스스로에겐 떳떳했지만 오랜만에 귀국한 나를 보는 사회적 시선들은 그렇지 않았다. 유학 자금을 벌겠다고 가족과 친구들을 설득하고 가까스로 자동차 면허를 딴 후 호주에 입국했다.

 

블루칼라 노동 현실: 캐주얼(임시직)과 풀타임(정규직)

 

호주 워홀 비자는 3년까지 연장할 수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연장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인구 저밀도 지역에서, 일손이 부족한 농업, 어업, 광산업, 건설업 등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인 노동자 비율이 높은 분야에서 지정된 시간 동안 근무하는 것이다. 내가 했던 첫 번째 일도 야채 공장에서 야채를 손질하는 일이었는데, 야채의 신선도를 보존하기 위해 온도가 낮은 야채 보관소에서 하루에 많으면 8시간을 서서 일해야 했다. 필수 기간인 3개월을 채우고 바로 그만뒀지만, 캐주얼로서 시간당 28불(25,000원)이라는 급여는 초기 정착 비용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게 했다. 호주의 고용 형태는 크게 캐주얼과 풀타임으로 나뉘는데, 캐주얼은 풀타임이 가진 안정성이 없는 대신에 ‘캐주얼 로딩’이 붙어 시급이 더 높다. 이동이 잦은 워홀러 특성상 보통 캐주얼로 많이 근무하고, 나도 지금까지 캐주얼로만 일을 해오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 대우(WorkFair)

 

내가 지금까지 가졌던 직업들은 모두 개인 보호 장구를 착용해야 하는 일들이었다. 짧게 나열하자면 석탄 매장량을 파악하는 기계를 심는 광산 노동자, 물류 센터 포장 직원, 건설 현장 교통 관리원, 지게차 운전원 등이다. 지게차를 비롯해 각종 크고 작은 기계들과 같이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안전 교육 참여와 그것을 실제로 지키는지에 대한 감시와 격려가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진다. 보통 입사 첫날에 오리엔테이션이라고 할 수 있는 ‘인덕션’이 이루어지는데, 오프라인으로 하든 온라인으로 하든 안전 교육이 1순위로 진행되고, 매일 아침 출근해서 하는 팀 미팅도 안전사고와 관련된 보고와 그것을 어떻게 줄여나갈 것인지에 대한 해결 방안의 공유로 이루어진다. 초반에는 일이 바빠서 잠깐이면 괜찮겠지, 한번은 괜찮겠지 하고 작은 안전 수칙을 무시했던 적이 있었는데, 팀 리더로부터 업무 효율보다 안전 수칙이 훨씬 중요하다는 엄중한 경고를 받고 다시는 그런 일을 반복하지 않았다. 실제로 경고를 받은 후에도 같은 일을 반복하던 동료가 해고되는 것도 목격했다.

 

 

또한 내가 어떤 비자나 고용 형태로 일하든 동등한 노동자로서 법적으로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는 ‘페어 워크’에 대한 안내문이 모든 고용주로부터 제공된다. 나는 지금까지 비교적 큰 규모의 회사에서 일을 해왔고 아직까지는 법적으로 문제 될 일을 겪지 않았지만, 슬프게도 한인 사업체나 한인 중개 업체가 관련된 불법적인 노동자 대우에 대한 이슈들을 몇 번 접한 적 있다. 최근에는 최저 시급 기준을 지키지 않은 유명한 한인 체인 스시 식당에 1,530만 달러라는 기록적인 액수의 벌금이 물려져 화제가 된 적도 있다.1) 이에 대해 해당 기관 위원장이 밝힌 말이 인상적이었는데 “기록적인 벌금이 부과되는 것은 취약한 이주 노동자를 포함 노동자를 고의적이고 반복적으로 착취하는 것이 호주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비난 받을 만한 행위라는 것을 보여 준다”라며, “이주 노동자에게 고의로 낮은 임금을 지불하고 허위 또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기록으로 은폐하려고 하면 결국 발각돼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라고 했다. 내가 지금까지 받았던 안전 교육과 노동자로서의 권리가 허울뿐인 수식이 아닌 실제로 집행되는 법이며, 내가 누리고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라는 것이 몸으로 와 닿았던 사건이었다.

 

급여

 

나는 현재 건초 공장에서 지게차 드라이버로 하루에 12시간씩 주 5일 일을 하고 있고, 일주일에 38시간 이상 근무하면 1.5배와 2배가 되는 시급을 받고 있다. 교통 관리원으로 일했을 때는 차량을 통제할 일이 많은 법정 휴일에는 2.5배가 되는 시급을 받고 일했다. 많은 한국인 워홀러들이 호주에 와서 워홀 비자 만료 이후에 영주권을 따 정착할 계획을 세운다. 앞서 내가 호주에 온 가장 큰 목적이 돈이었다고 했는데, 그것만 생각하면 큰 목표는 이루었다고 할 수 있겠다. 한국에서는 감히 상상하기 어려웠던 내 집 마련, 그것도 정원이 있는 집에서 강아지를 키우며 사는 꿈이 여기서는 만질 수 있는 현실로 다가온다. 많은 워홀러들이 비슷한 소감을 공유한다. 익숙하고 편한 고향을 떠나서 평생 외국인으로 살 것을 감수하게 할 만큼 호주가 가진 좋은 점들을 많이 발견했다. 운전도 못 하고 영어로 전화해야 할 일이 생기면 식은땀을 흘리던 내가, 자동차는 물론 각종 기계들도 능숙하게 다루게 되고 무전기로 소통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인종과 성별, 나이에 상관없이 서로를 이름으로 부르며 같은 일을 하는 동료로 평등하게 대하는 문화가 나에게 성장할 기회를 주었다. 이 글에서는 더 다루지 않았지만, 인종 차별이나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외로움과 답답함도 존재한다. 아찔한 사고들도 몇 번 있었고 의지할 데 없는 외국인으로 사는 것이 서러운 적도 많았다. 그럼에도 워홀 비자는 고민하는 누구나 한 번쯤 시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초기 정착 비용과 영어 준비만 되어 있다면 부딪혀 볼 만하다고 말하고 싶다.

 


1)  Leah Hyein Na, “시급 $14-$18.50로 한인 근로자 착취한 스시 베이에 사상 초유의 1530만 달러 벌금 선고”, <SBS>, 2024.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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