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이주노동자센터 밥상코이노니아> 참여 후기: 이주노동자와 선주민이 함께 나눈 밥상 이야기

 

지난 11월 30일, 약자와 함께하는 운동 전문위원분들과 함께 포천이주노동자센터에서 주관하는 밥상코이노니아에 다녀왔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이주민과 선주민이 함께 대화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소중한 자리였습니다. 반나절 어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안에서 느끼고 배운 점은 매우 깊었습니다.

포천이주노동자센터 – 김달성 목사

포천이주노동자센터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온 문구가 있었습니다. 바로 책상에 놓여 있던 ‘포천이주노동자센터 – 우리는 노예가 아니다’라는 명패였습니다. 단순한 문장이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무척 강렬했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의 기본적인 권리조차 종종 외면받는 현실 속에서 그들이 단순히 일손을 제공하는 존재가 아니라 존엄한 인격체임을 선언하는 이 문구는 이날의 모든 경험과 이야기를 상징적으로 압축해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이 명패는 단지 센터의 이름표가 아니라 이주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하나의 외침처럼 느껴졌습니다.

대화의 시간: 문제 제기와 건강한 토론

첫 번째 순서로 약 한 시간 반 동안 이주민과 선주민이 함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특히 미등록 이주노동자 문제를 둘러싼 논의가 인상적이었습니다. E-9 비자를 가진 한 이주노동자는 “이미 한국에서 일정 기간 일한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언어나 환경 적응 측면에서 유리하므로 등록 전환 정책을 도입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제안을 하셨습니다. 반면, 다른 이주노동자는 “이 과정이 시험을 통해 한국에 들어오고자 하는 다른 이주노동자들의 기회를 빼앗을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표현하셨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상반된 의견들이 단순한 대립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서로의 생각을 경청하고 존중하며 논의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며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주민과 선주민이 이렇게 건강한 방식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문제를 논의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지트 씨의 이야기: 고통 속에서도 이어지는 투쟁

특히 이번 자리에서 방글라데시 출신 아지트 씨의 이야기를 듣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지트 씨는 한국 정부의 알선으로 입국해 A공업이라는 농기계 제조업체에서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초기 건강검진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었지만,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그라인딩 작업과 금속 분진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간질성 폐 질환을 얻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회사가 제공한 안전장비는 고작 면마스크에 불과했으며 회사는 직원들에게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며 병원 방문마저 제대로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2021년 말, 서울의 대형 병원에서 폐 수술을 받으면서 폐 기능의 40%를 잃은 아지트 씨는 이후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했지만 회사 측의 비협조와 공단의 불승인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포천이주노동자센터는 그에게 노무사와 의료 전문가를 연결해 주고 생활비를 지원하며 법적 투쟁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산재 불승인은 2024년까지 이어졌고 현재는 임시 체류비자(G-1) 상태에서 행정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아지트씨는 현재 서울 보광동의 보성교회에서 제공한 숙소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 사연을 들으면서 한국 교회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보성교회처럼 긴급하게 도움이 필요한 이주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면 얼마나 큰 변화가 생길까요? 규모가 있는 한국 교회들이 이러한 사례를 참고하여 실질적인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않기를 소망하게 되었습니다.

 

농장 이주노동자들의 비닐하우스 기숙사

다크 투어: 이주노동자의 현실

이후 저희는 포천이주노동자센터 인근 농장과 공장을 둘러보는 일종의 다크 투어에 참여하였습니다. 포천이주노동자센터의 김달성 목사님이 여러 농장과 공장을 이동하며 이주노동자들의 실태를 상세히 설명해주셨습니다. 추운 겨울 비닐하우스에서 속헹 씨가 돌아가신 지 4주기가 되어가지만, 여전히 비닐하우스 기숙사가 많이 남아있는 모습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비닐하우스 기숙사는 여름에는 숨 막힐 정도로 덥고 겨울에는 견디기 어려울 만큼 추우며 화장실과 샤워실이 하우스 외부에 있는 열악한 환경이었습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도 포천이주노동자센터의 꾸준한 활동 덕분에 일부 지자체에서 공공기숙사를 짓고 사업주들이 아파트나 다가구주택을 기숙사로 활용하는 사례도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심각한 인권 침해 사례들이 존재합니다. 특히, 한 공장에서 사업주가 특수거울을 설치해 여성 이주노동자들의 샤워실을 몰래 엿본 사건은 충격적이었습니다. 현재 해당 공장은 화재로 사라졌지만, 이러한 사건은 이주노동자의 인권이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김달성 목사가 여성 이주노동자 특수거울 불법촬영 사건을 설명중

밥상에서 시작하는 연대

마지막으로 근처 생선구이집에서 이주민과 선주민이 함께 식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 테이블에서 방글라데시 국적의 유학생, 그리고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밥을 먹으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SNS를 교환하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는 모습이 매우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언어의 제약이 있었지만, 유학생에게는 이후의 계획에 대해 묻기도 하고 저희 단체의 이름과 활동을 묻기도 하였습니다. 서로 다른 배경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밥상에서 소통하며 연대의 작은 씨앗을 심는 순간이었습니다.

밥상코이노니아 이후 참가자들 함께

밥상코이노니아: 함께하는 자리, 함께하는 변화

포천이주노동자센터는 매달 밥상코이노니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12월에는 14일 오후에 포천이주노동자센터에서, 22일 오후에는 서울 보성교회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특히 22일 모임은 고 속헹 씨 4주기 추모 행사와 함께 진행된다고 합니다. 이처럼 이주노동자와 선주민이 정기적으로 만날 기회를 마련하는 활동은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중요한 시작점이 되고 있습니다.

이번 밥상코이노니아를 통해 이주민과 선주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변화의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우리의 작은 관심과 실천이 모여 더 큰 변화를 만들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약자함께운동 전문위원 및 포천이주노동자센터 김달성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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