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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은 커피의 나라답게 거리엔 카페가 즐비하다. 베트남 커피는 ‘핀’(Phin)이라는 프랑스에서 전래한 베트남 고유의 커피 도구를 사용하여 진한 에스프레소와 같은 원액을 추출해 연유를 섞어 얼음을 넣고 차갑게 마시는 ‘카페 쓰어다’(Cà phê sữa đá)가 대표적인 카페 메뉴이다. 한국처럼 대학생들은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많이 하고 있으며, 커피가 재배되는 지역에서는 많은 소수 민족들이 커피를 재배하고 있다. (본문 중)
김희망(가명, 선교사, 기아대책)
프랑스인들의 선교
베트남에 커피나무가 처음 들어온 것은 1857년 프랑스 선교사에 의한 것이었다. 베트남으로 파송된 프랑스 가톨릭 선교사들은 베트남에 교회를 세우고 신자들을 양성하는 과정에서 생계유지와 교회 운영을 위한 재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프랑스와 유럽에서 인기 있는 커피를 재배하기 위해 커피나무를 베트남에 심었다. 당시 인도차이나반도로 진출할 계획이 있었던 프랑스는 본국에서 커피를 재배할 수 없었기에 식민지에서의 커피 플랜테이션 농업을 장려하고 있었다. 베트남의 기후는 커피 재배에 적합했기 때문에 커피는 베트남 땅에 쉽게 뿌리를 내릴 수 있었다. 하지만 베트남에 커피를 전한 선교사들은 박해를 받아 순교했다. 이후 프랑스는 이를 구실로 베트남을 침략해 식민지로 삼았고, 커피 플랜테이션 농업을 본격화했다. 그리고 가톨릭교회를 후원하며 선교사들이 베트남 전국에 지역마다 가톨릭교회를 세우고 교세를 확장하는 것을 도왔다. 프랑스의 식민 지배는 약 100년 동안 지속되었으나 이후 베트남은 인도차이나 전쟁(1946-1954)과 베트남 전쟁(1955-1975)를 거쳐 프랑스를 철수시키고 사회주의 공화국을 수립했다. 그리고 현재의 베트남은 세계 2위의 커피 생산국이자, 세계 1위의 로부스타 생산국으로 자리 잡았고, 대도시마다 세워진 성당은 관광 명소가 되었다.
무너진 크리스텐덤
크리스텐덤(Christendom)1) 국가였던 프랑스는 1789년 프랑스 혁명으로 인해 세속주의가 발전하기 시작하면서 국가와 종교가 서서히 분리되기 시작했다. 이후 베트남을 침략한 프랑스 제2제정(1852-1870, 나폴레옹 3세)에서의 종교 정책은 가톨릭교회와의 협력으로 복귀했다. 이러한 과도기적인 상황 속에서 유럽은 크리스텐덤이 쇠퇴하고 있었으나 식민지에서는 여전히 크리스텐덤적 선교 방식이 지속되었다. 선교사를 정복에 이용하였고 국가는 정복과 함께 선교에 협력했다. 베트남인들 중에는 정복자들로부터 후원을 받기 위해 개종하는 사례들도 있었다. 그러나 베트남에는 54개 민족이 각기 고유한 풍습을 가지고 있었으며, 조상 숭배 전통이 뿌리가 깊어 프랑스가 이들의 문화를 완전히 동화시키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프랑스는 가톨릭을 보호하고 지원하면서도 베트남의 종교들과 타종교들도 인정하며 사회 통합을 유지하려 했다. 이렇게 균열이 일어난 크리스텐덤의 틈새에 미국의 개신교 선교사들도 베트남으로 들어와 교회를 세울 수 있었다.
그런데 세상이 뒤집혔다. 베트남이 공산화되면서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 했다. 베트남 공산당은 기독교에 대해 엄격한 통제를 시행했고, 현재까지도 베트남에서 기독교인은 공무원, 교사, 의사가 되거나 승진하는 데에 차별을 받는다. 이렇게 베트남에서 크리스텐덤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고, 그때부터는 신앙을 지키는 소수의 사람들만 자발적으로 예배를 드렸다. 교회는 가정에서 모였고, 교회의 교인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선 집집마다 집안 가운데에 있는 조상을 숭배하는 제단인 ‘반터’(Bàn thờ)를 부숴야 했다. 이들에게 신자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믿는다는 입술의 고백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믿음에 합당한 행동을 해야 했고, 세상에서 소외되는 삶을 감수해야만 했다. 2018년 베트남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베트남 인구의 1.1%가 개신교인이다.
커피의 나라에서 살아가기
이러한 변화 속에서 베트남 선교사들은 새로운 방식으로 베트남에 접근하고 있다. 1986년 도이머이(Đổi Mới, ‘쇄신’) 정책으로 베트남은 개방되었지만, 여전히 베트남은 외국인에 의한 자국민의 포교 활동이 제한된다. 그리고 선교사는 공인된 외국인 교회 내에서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한 설교 허가권을 받아 통제와 감시 하에 1년 이내의 종교 비자를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창의적 접근 지역’으로 구분되는 베트남에서 현지인들과 지속적으로 접촉할 수 있는 선교사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비즈니스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베트남에 체류할 수 있는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투자자로서 회사를 설립하든지, 회사에 고용된 상태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로 많은 선교사들이 종교 비자 대신 비즈니스 비자를 활용했다. 그런데 이전에는 실제 비즈니스를 하지 않으면서 비자를 받기 위해 회사를 설립한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실제 경영 실적이 없이 비자 플랫폼(Visa Platform)으로 운영되는 회사들의 비자 신청이 거부되고 있다.
베트남은 커피의 나라답게 거리엔 카페가 즐비하다. 베트남 커피는 ‘핀’(Phin)이라는 프랑스에서 전래한 베트남 고유의 커피 도구를 사용하여 진한 에스프레소와 같은 원액을 추출해 연유를 섞어 얼음을 넣고 차갑게 마시는 ‘카페 쓰어다’(Cà phê sữa đá)가 대표적인 카페 메뉴이다. 한국처럼 대학생들은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많이 하고 있으며, 커피가 재배되는 지역에서는 많은 소수 민족들이 커피를 재배하고 있다. 이러한 커피의 나라인 베트남에서 비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중 한 가지는 카페를 창업하는 것이다. 카페 창업을 통해 현지인들에게 고용 기회를 제공하고 자연스럽게 현지인들과 관계를 형성한다. 비즈니스 현장은 선교사가 현지인과 함께 살아가고 또 다른 현지인들을 고객으로서 만나는 접촉점이 된다. 커피 비즈니스는 공안의 감시를 피하면서 커피 산지 탐방을 통해 소수 민족에게까지 다가갈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
카페와 베트남 선교
선교란 무엇인가? 칼 하르텐슈타인은 선교는 본질적으로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라고 정의했다. 레슬리 뉴비긴은 ‘삼위일체 하나님의 구원 계획과 그 과정’이라고 보았고, 데이비드 보쉬는 “예수님의 제자들이 그 과정 속에서 선교사가 되도록 부름을 받았다”고 설명한다. 크리스토퍼 라이트는 구약성경을 선교적 관점에서 해석할 때, 창세기 12:1-3을 인용하며 ‘가라’와 ‘복이 되라’의 개념을 제시한다. 닫힌 지역인 베트남에서 선교는 가서 복이 되는 것에서부터 출발할 수 있으며, 이것은 비즈니스 선교를 통해 실현 가능하다. 현지인들은 일자리와 성장을 필요로 하고 선교사는 안정적인 거주가 가능한 신분을 제공받으면서 떡과 복음을 함께 전할 수 있다.
그러나 “비즈니스 선교에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수익을 내는 실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전문성이다(마츠 투네하그). 필자는 선교사 이전에 커피 전문가로서 활동함으로써 전문가(Expert) 비자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대학생들에게 커피를 가르치면서 복음을 전하고, 그들과 함께 카페를 운영하며 소수 민족의 커피 수출을 돕고, 베트남의 소외된 곳들을 찾아가 도우며, 궁극적으로는 신앙 공동체가 성장하여 다른 공동체를 돕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섬기고 있다. 그리고 카페는 불특정 다수의 인원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주일에는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서 두 베트남 교회에 예배 장소로도 제공하고 있다. 한때 정복의 도구로 베트남 땅에 전해진 커피가 이제는 삶 속에서 사랑과 섬김을 전하는 도구로 변화하고 있다. 커피 비즈니스 선교를 통해 베트남에서 지속 가능한 선교의 길이 열리길 기대한다.
1) 크리스텐덤이란 기독교가 중심이 된 종교적, 문화적 문명을 뜻하며, 특히 중세 유럽에서 교회와 국가가 결합된 사회 체제를 가리킨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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