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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재해, 특히 업무상 질병의 예방은 형식적인 안전 수칙과 조치를 넘어 현장의 실제 작업 여건과 노동 환경을 반영해야 하며, 이를 지속적으로 개선·점검해야 한다. 또한 유해 요인 조사와 작업 환경 측정 같은 제도적 장치는 질병의 조기 발견과 예방 기제로 작동해야 하며, 업무상 질병으로 고통받는 노동자의 사후 보상을 가로막는 장벽이 되어서는 안 된다. (본문 중)

 

김영훈1)

 

최근 사회적으로 산업 재해에 대한 관심이 높다. 연이은 산재 사망 사고로 대통령이 직접 SPC삼립 공장을 찾아가 현장 간담회를 열고 경영진을 질책했으며, 올해에만 5명의 사상자를 낸 포스코이앤씨에 대해서는 건설 면허 취소와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적 제재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고용노동부 장관 역시 직을 걸고 산재 발생을 줄이겠다고 한 만큼, 산업 현장 곳곳에서 더욱 엄격한 재해 예방 조치와 안전 수칙 강화가 이루어져 산업 재해가 줄어들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관심은 주로 ‘업무상 사고’에 집중되어 있고, 여전히 ‘업무상 질병’에 대한 이해와 관심은 부족한 실정이다. 업무상 질병에는 직업성 암, 근골격계 질환, 과로로 인한 뇌 심혈관 질환, 장기간 소음 노출로 인한 난청 등 다양한 유형이 있다. 많은 노동자가 이러한 질병도 산재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며, 사업장 역시 예방 조치를 형식적으로만 이행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현장의 동선이나 작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안전 설비와 조치가 오히려 업무상 질병 승인 과정에서 방해물이 되어 사후 보상을 가로막기도 한다.

 

얼마 전 필자는 반복적인 중량물 취급으로 요추간판탈출증(허리 디스크)을 진단받고 수술까지 받은 한 노동자의 산재 사건을 수임했다. 해당 노동자가 수행한 업무는 10~25kg에 이르는 파이프를 작업대 위에 올린 뒤 규격에 맞게 절단·타공하는 단순 반복 작업이었다. 하루 수백 번 중량물을 취급하는 업무였기에 산재 인정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문제는 사업장에 설치된 호이스트였다.

 

사업주는 호이스트가 설치되어 있으므로 노동자가 직접 중량물을 들 일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일차적으로 업무 관련성을 판단하는 근로복지공단의 산업위생사와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도 호이스트의 존재로 인해 업무 관련성을 낮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엔 그 호이스트는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 파이프는 작업대 바로 뒤에 놓여있어 허리를 굽혀 올리면 10초도 걸리지 않는 반면, 호이스트는 작동 속도가 매우 느렸고, 컨트롤러도 작업대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작업대 공간도 좁아 호이스트로 파이프를 올려 제자리에 놓는 것이 쉽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호이스트를 사용하면 2분 이상 소요돼 직접 드는 것보다 10배 이상 시간이 걸렸다. 하루 작업량을 고려하면 호이스트로 작업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본 이미지는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이미지 입니다.

 

현장 조사에서 이러한 점을 주장하며 실제 작업량과 중량물 취급량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설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필자가 대리인으로서 노동자가 실제 현장에서 작업한 방식을 재연하는 영상을 촬영해서 질병판정위원회에 제출하는 것으로 조사는 마무리되었다. 판정위원회에서도 중량물 취급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되었고, 한 위원은 안전 설비가 있음에도 사용하지 않는 것은 노동자의 과실이 아니냐고 질문했다. 산재 보상은 무과실 책임주의에 따라 노동자의 과실 여부를 따지지 않는 것은 차치하고, 호이스트가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사용 불가능하고, 작업 환경에 적합하지 않음을 설득하기도 쉽지 않았다. 다행히 업무 환경에 따라 노동자의 중량물 취급이 인정되어 허리의 질병은 업무상 재해로 승인됐지만, 안전 설비와 수칙이 오히려 사후 보상의 걸림돌이 될 뻔한 사례였다.

 

현행 법령은 위험성 평가, 근골격계 유해 요인 조사 등을 통해 유해 요인과 부담 작업을 확인하고 개선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작업 환경 측정을 통해 소음, 분진, 유해 화학물질 등의 노출 수준을 조사함으로써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하고 쾌적한 작업 환경을 조성하도록 규정한다. 이러한 조치로 노동자들의 직업적 유해 요인 노출 수준을 줄이고 업무상 질병을 예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면 사전 예방 효과가 떨어질 뿐 아니라 이미 발생한 질병의 사후 보상마저 막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예컨대 소음성 난청의 경우, 과거 장기간 소음 작업에 종사하여 감각 신경성 난청 진단을 받았음에도 퇴직 후 한참이 지난 최근 시점의 작업 환경 측정 소음 수준이 기준에 미달하면 근로복지공단은 이를 근거로 업무 관련성을 부정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유해 요인 조사나 측정 결과를 업무상 질병 발생을 부정하는 근거로 사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산업 재해, 특히 업무상 질병의 예방은 형식적인 안전 수칙과 조치를 넘어 현장의 실제 작업 여건과 노동 환경을 반영해야 하며, 이를 지속적으로 개선·점검해야 한다. 또한 유해 요인 조사와 작업 환경 측정 같은 제도적 장치는 질병의 조기 발견과 예방 기제로 작동해야 하며, 업무상 질병으로 고통받는 노동자의 사후 보상을 가로막는 장벽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산업 재해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높은 지금, 현실에 맞는 안전 조치와 설비 개선을 통해 노동자의 건강이 지켜지고, 실제 작업 환경을 고려한 업무 관련성 평가로 공정한 사후 보상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1) 노무법인 청파,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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