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한국교회가 안으로는 거룩함과 사랑을 회복하고 밖으로는 윤리성과 공공성을 회복하여 신뢰받는 공동체가 되기를 소망하며, 교회의 건강성과 신뢰성 제고를 위해 다양한 사역을 펼쳐왔습니다.

특히 <한국교회의 사회적책임 컨퍼런스>는 시민사회의 한 주체로서 교회의 역할과 책임을 고민하고 비전과 섬김의 현장을 공유하고자 시작된 사역입니다. 그동안 지역공동체(2009-2010), 협동조합(2012), 탈핵 및 대안에너지(2013), 부교역자 인권 및 처우 개선(2015-2016), 경제양극화와 가계 부채 해소(2017), 교회와 공간(2019) 등의 주제를 다루어왔습니다. 지역교회가 시민사회의 다양한 주체들과 소통하고 협력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변화와 성숙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교회 내부의 건강성과 역량을 확인할 수 있도록 지침을 제공하는 의미있는 자리였습니다.

그러한 취지와 맥락을 바탕으로 올해 2025년 <한국교회의 사회적책임 컨퍼런스>는 “지역 사회를 돌보는 교회 : 이웃, 환대, 돌봄”을 주제로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본 컨퍼런스에는 지역교회 교역자와 사회봉사 담당 성도들, 사회복지시설 관련 종사자 등 약 100여명(온/오프라인 합산)이 신청해주셔서, 그 관심과 논의의 필요가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10월 23일 목요일, 성락성결교회 성산홀에서 열린 이번 컨퍼런스의 주요 내용을 간략히 소개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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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한국교회의 사회적책임 컨퍼런스>
“지역 사회를 돌보는 교회 : 이웃, 환대, 돌봄” 행사 스케치

 

내년 3월이 되면 ‘의료․요양 등 지역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돌봄통합지원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됩니다. 법과 제도의 정비를 통해 지자체 단위 및 관련 기관에서 우리 사회에 돌봄이 필요한 이들에 대한 가사, 이동, 주거 등의 제도와 서비스 지원이 확장되고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는 오랫동안 지역사회를 섬겨오며 기독교의 이웃 사랑 정신을 실천하고 환대와 공존의 한국 사회 공동체를 만드는데 기여해왔습니다. ‘돌봄통합지원법’과 지자체의 돌봄 서비스 및 프로그램과 관련하여 교회들은 지역 사회와 파트너십을 맺고 서비스 전달체계의 한 축으로 참여해 고령화, 약자의 고립, 지역사회 소멸 등 한국 사회의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본 컨퍼런스에서는 한국 사회의 돌봄 수요 및 서비스 현황 및 2026년도에 시행되는 ‘돌봄통합지원법’의 의의와 한계를 살펴보고, 왜 지금 다시 한국교회에 이웃과 돌봄에 관한 논의와 준비가 필요한 지, 교회가 한국 사회의 소외와 고립을 해소하는데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마을 안에서 존엄한 돌봄과 환대의 사역을 위해 어떤 태도와 역량을 가져야 할 지 함께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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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 김상덕 교수 (한신대, 기윤실 교회신뢰운동본부장)

인사말 : 지형은 목사 (성락성결교회, 기윤실 이사장)

 

사회를 맡은 김상덕 기윤실 교회신뢰운동본부장님은,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돌봄과 지역사회와의 협력에 대해 두 발제자의 이론적 토대와 더불어 네 개 교회의 섬김 사례를 들을 수 있어 배움과 네트워킹이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본격적인 발제와 사례발표에 앞서, 기윤실 이사장을 맡고 있는 지형은 목사님은 컨퍼런스가 열린 장소인 성락성결교회를 건축할 때, 건물의 구조와 그에 담긴 목회 철학에 대해 설명하며 ‘소통과 개방’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또한 ‘모든 교회는, 그 규모가 어떠하든지 동네교회여야 하며 목회자는 성도들 뿐 아니라 그 지역 이웃들을 섬겨야 한다”며, 교회가 게토화 되지 않고 이웃에게 열려있고 이웃을 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조흥식 서울대 사회복지학 명예교수

임종한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 첫번째 발제를 맡은 조흥식 교수님은 “한국 사회 돌봄 수요 및 돌봄통합지원법의 의의와 한계”에 대해 발표해주셨습니다.

한국사회는 빠른 속도의 고령화, 핵가족화, 여성의 사회 활동 증가 등으로 인해 전통적 가족 중심의 돌봄 기능이 약화되고 있어 주요 돌봄 서비스 대상인 노인, 장애인, 아동에 대한 돌봄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돌봄 사각지대에 대응하고 기존 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통합돌봄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진행되었으며 2018년부터 정부가 커뮤니티케어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국회에서 현재의 돌봄통합지원법이 제정, 공포 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법의 본격적인 시행이 불과 5개월여 남은 상황에서 관련 시행령과 시행규칙의 제정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지방정부/의료기관/사회복지기관 등 이를 둘러싼 이해집단당사자들의 관심과 필요를 촘촘히 살펴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통합돌봄은 1) 사람중심 돌봄(대상자의 욕구와 자기결정권 존중), 2) 존엄과 존경(탈시설화와 살던 곳에서 나이들어감),  3) 포괄적 접근(신체적, 영적, 심리적, 경제적, 환경적 웰빙), 4) 지역사회 회복과 연대(개인과 가족의 문제가 아닌 지역사회 공동책임으로 인식) 등 네가지 가치를 유념하여야 하며, 이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1) 통합성과 연계성, 2) 지역 주도와 책임성, 3) 보편성과 포괄성, 4) 역량강화와 자기관리 등 네가지 원칙을 기반으로 통합돌봄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통합돌봄지원법의 시행이 가지는 의의로는 1) 고령, 질병, 장애, 사고 등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살던 곳에서 건강하고 존엄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법적으로 제도화 했다는 것, 2) 통합돌봄 사업의 기본계획과 방향 및 추진 절차와 기반조성에 대해 비교적 포괄적이고 체계적으로 정리했다는 것, 3) 돌봄통합지원법을 다른 법률과의 관계에서 우선하도록 명시했다는 것, 4) 돌봄의 대상자가 확대되었다는 것, 5) 생애주기별로/행정시스템별로 분절되었던 서비스를 통합했다는 것을 꼽았습니다.

다만 돌봄 기금 및 시스템 격차로 인한 지역 간의 통합돌봄 불균형, 전달체계 개편의 미비, 통합돌봄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돌봄종사자의 안전정인 공급과 처우개선 미흡, 여전히 주로 노인에게 초점이 맞추어져있는 시스템, 전담 조직의 설치 및 운영에 대한 법적 근거 부족  등은 해결해야할 과제로 남아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두번째 발제를 맡은 임종한 교수님은 통합돌봄을 위한 마을과 교회의 협력 방안에 대해 발표해주셨습니다.

내년에 돌봄통합지원법이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초고령사회, 높은 노인빈곤율, 노인의료비 증가, 저출산 등으로 한국 사회는 이미 위기에 놓여 있으며, 조흥식 교수님이 발표 말미에 언급한 여러 과제들에서 보듯 국가의 돌봄 시스템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이 지점에서 교회의 돌봄 사역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국가와 상호 보완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돌봄 공백을 메우는 것이 지극히 작은 자를 향한 명령에 순종하는 것이며 예수님의 사역 모델을 따르는 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초대교회는 공동체 전체가 가난한 자, 병든 자, 나그네를 돌보는 책임을 가진 형태로 발전했으며, 19세기 의료선교로부터 시작된 한국교회의 돌봄 및 전인적 구제 운동이 한국 근대의료의 제도적 토대를 마련했고, 장기려 박사의 의료보험조합운동이 사회경제적, 신앙적, 제도적 측면에서 의의가 깊다고 소개했습니다. 따라서 교회는 오늘날 통합돌봄의 허브로서 역할을 감당해야 하며, 전인적 돌봄과 관계 중심의 서로 돌봄을 지향할 때 이웃의 모든 필요를 아우르는 돌봄, 돌봄 수혜자가 존엄성의 회복을 통해 다른 이를 돕게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통합돌봄이 성공하려면 ‘민/관/교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야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이는 지자체, 마을공동체, 사회복지관, 자활센터,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과 더불어 교단 노회 시군구별 교회연합이 함께 돌봄에 참여하며 허브역할, 공간 및 인적 자원 제공, 영적 돌봄 지원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거버넌스는 수평적 파트너십으로 공동의 토론, 결정, 실행, 책임을 원칙으로 운영되어야 하며 결국에 의료와 돌봄의 공공성 확보에 기여해야함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장기려 박사로부터 시작된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현황과 성과를 소개하며 주민과 함께 사회적 약자의 건강권을 보호하는데 앞장서 온 역사와 지역기반 환자 중심의료를 구축해 온 노력과 자기돌봄/서로돌봄/공동체돌봄을 확산하고자 했던 노력이 한국 사회 공공성을 세우는데 큰 축이 되었음을 설명했습니다.

“돌봄은 영리가 목적이 아닌 섬김의 영역이기 때문에 교회가 지역사회 돌봄 역할을 수행하기에 가장 적합하다”는 제주대 신용인 교수의 말을 인용하며, 교회가 가진 인적/물적/공간적 자원을 나누고 자발적 봉사와 헌신, 조직력을 통해 지역 사회에서 공신력있는 활동을 할 수 있고 교회의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며 공적 책임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이를 통해 교회가 지역사회의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며 고립된 개인을 공동체로 연결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교회의 본질과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고 성육신적 선교라는 교회 공동체의 정체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곡강교회의 김종하 목사님, 성락성결교회의 이정민 목사님, 약대중앙교회 이세광 목사님, 오빌교회의 오만종 목사님께서 섬기시는 교회가 각 지역과 이웃을 향하여 어떤 사역을 통해 돌봄과 환대, 나눔을 실천하고 계신지 나누어주셨습니다.

곡강교회는 도농복합형 교회, 선교형 교회의 정체성과 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집 수리에서 시작하여 사랑의 집짓기 사역으로 확장해 16채의 집을 짓게 된 이야기를 소개해주셨고 특히 지역 섬김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삶이라는 말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성락성결교회는 교회 공간과 길을 개방한 것 뿐 아니라 구청과 협력하여 교회 부근의 공간을  주민들을 위해 재탄생시키게 된 이야기 등을 소개주었고, 교회는 세상을 섬기는 공적인 기관으로 부름받았으며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선한 이웃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을 나누어주셨습니다.

♦ 약대중앙교회는 ‘예수 안에서 함께 지어져가는 교회’라는 비전 아래, 교회가 아닌 예수님을 알리는데 힘을 모으고자 약대동 교회 연합을 구성해 함께 지역사회를 섬기고 있습니다. 교회 봉사단에서는 취약계층을 위한 도배, 연탄 나눔 등 주거환경개선 활동을 전개하고 있고, 특히 약대동연합봉사네트워크에서는 마을 장례 지원사업을 통해 무연고자나 홀몸 어르신들을 위한 장례를 감당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마음을 울렸습니다.

♦ 오빌교회는 공공성/다양성/전문성을 토대로 사회적 목회를 지향하며 ‘마을은 나의 교구다! 일터는 나의 교구다!’라는 모토로 지역 사회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특히 민관거버넌스의 협치와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마을 기업, 마을 축제, 교육과 상담 등의 활동을 전개하면서 일선에서 노인, 어린이, 유가족, 다문화가정 등과 함께 하는 지역 돌봄을 실천하는 방법들이 인상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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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의 발제와 네 교회의 사례발표 모두 듣고 나눌 이야기가 많은 주제들이지만 시간이 한정되어 있어 참 아쉬웠습니다. 돌봄통합지원법의 시행을 앞두고 돌봄과 교회의 역할, 지역사회에서 교회의 위치와 협력 방안, 이웃을 환대하고 섬김과 헌신으로 복음을 실천하는 교회의 본질에 대해 두루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으로 이와 관련한 사례와 과제들을 살피며 기윤실도 교회와 함께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애쓰겠습니다. 본  컨퍼런스에 패널로 함께해주신 분들과 관심 갖고 참여해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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