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2-3회 발행되는 <좋은나무>글을 카카오톡으로 받아보시려면(무료),
아래의 버튼을 클릭하여 ‘친구추가’를 해주시고
지인에게 ‘공유’하여 기윤실 <좋은나무>를 소개해주세요
진상 규명과 함께 별가족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미래에 관한 일입니다. 이들은 더 이상 참사 없는 세상, 안전 사회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품고 있습니다. 이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로부터 이어져 온 마음이기도 합니다. 이를 위해 “생명안전기본법”을 제정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 법안은 개인의 안전권을 명시하고 국가 책무를 강화하며, 사회적 참사들에 대한 독립적 조사를 수행하는 상설 기구를 설치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삼고 있습니다. (본문 중)
송지훈(성서한국 사무총장)
지난 10월 27일에는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 기억과 추모의 그리스도인 예배’가 있었습니다. 예배에 참석한 이들은 성찬 예식 때 각자의 기도를 적은 포스트잇을 성찬 단에 붙였습니다. 많은 기도문이 붙어 있었지만, 저는 예배에 참석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하 별가족)이 적어서 붙인 기도문에 특별히 눈길이 갔습니다.
“주여! 도와주소서. 진상이 규명되어 159개의 별들이 평안한 안식과 위안을 얻게 해 주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사랑하는 159명 별들의 희생에 대한 진실이 규명되고, 무능했던 국가와 행정가들의 행위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묻고, 별들이 명예를 회복하게 하시고 정의를 세우소서! 아멘.”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궁금해합니다. ‘우리가 별가족들과 연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이 기도문을 읽으며 그들의 간절한 기도를 따라가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여전히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필요하다고 호소합니다. 어떤 분들은 ‘정부도 바뀌었는데 이태원 참사는 이제 어느 정도 해결된 것 아니야?’라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지가 않습니다.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 어디까지 왔나
윤석열 정부가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던 때를 기억하시나요?1) 당시 특별법 통과를 위해 별가족들과 연대하는 시민들은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몸을 던지며 삼보일배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게 불과 1년 전의 일입니다. 정권이 바뀌면서 올해 3주기에는 정부 주관으로 추모 행사가 열렸습니다. 다행스럽고 감사한 일입니다. 그러나 올해가 저물어가는 지금까지도, 이태원 참사에 대해 제대로 책임을 지고 처벌받은 고위직 책임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만 업무상 과실치사(참사 발생 예견 및 방지 대책 미흡, 인명 피해 확대 초래 책임 인정)의 이유로 1심에서 금고 3년 형을 받았을 뿐, 박희영 용산구청장이나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등 핵심 책임자들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이들의 2심 재판은, 현재 진행 중인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로 연기해 달라는 요청에 따라 중지된 상태입니다. 별가족들은 이들뿐만 아니라 한덕수 전 총리,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재수사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몽니를 부렸던 윤석열 정부와 당시의 여당 국민의힘은 총선에서 대패하고 나서야 특별법을 받아들였습니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는 2024년 9월 13일에 공식 출범했지만, 전임 정부의 조직적인 예산 삭감과 자료 제출 거부, 그리고 이어진 탄핵 정국의 혼란 속에서 손발이 묶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6월 17일, 드디어 첫 조사가 개시되었습니다. 특조위는 4개 중앙 행정부처 및 인사혁신처, 그리고 경찰 등 수사 기관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조위는 조사 개시일로부터 1년간, 즉 2026년 6월까지 활동할 수 있으며, 기간 내 활동을 마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특조위 의결로 활동 기간을 3개월 더 연장할 수 있다고 합니다. 활동이 끝나면 보고서 작성에 들어가고, 보고서 작성과 발간을 위한 시간도 필요하면 3개월 더 연장할 수 있다고 합니다.
특조위의 조사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라 재수사 등 후속 조치가 이어질 것입니다. 참사의 책임을 분명히 밝히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어느 한 부분도 묻고 가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별가족들은 특조위의 조사 활동, 바뀐 정부의 태도에 대해서 다행이고 감사하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과연 제대로 진상 규명이 될지 불안감도 늘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 기억과 추모의 그리스도인 예배 사진 photo by 송지훈
안전 사회를 건설하려면
진상 규명과 함께 별가족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미래에 관한 일입니다. 이들은 더 이상 참사 없는 세상, 안전 사회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품고 있습니다. 이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로부터 이어져 온 마음이기도 합니다. 이를 위해 “생명안전기본법”을 제정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 법안은 개인의 안전권을 명시하고 국가 책무를 강화하며, 사회적 참사들에 대한 독립적 조사를 수행하는 상설 기구를 설치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 법안은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발의 후 제대로 된 심의조차 없이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되고 말았습니다. 22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되어 올해 11월경 행안위 심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국회보다는 진전이 있으나,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까지는 갈 길이 멉니다. 우리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기억, 기도, 만남
살다 보면 가까운 지인 중에도 가족을 떠나보내는 분들이 생깁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종종 아픔을 겪는 이웃과 함께 슬픔을 나눕니다. 그런데 어떤 이별은 우리가 헤아리기조차 어렵습니다. 2014년 4월, 저는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러 안산 분향소에 처음 갔던 날 마주했던 슬픔과 충격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3년 전 이태원 거리에서 별이 된 이들을 뉴스로 접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참사가 일어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함께 슬퍼하고 분노하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에 무기력함을 느끼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관련 뉴스와 기사도 줄어듭니다. 일상을 보내며 관심도 처음만큼은 못 하게 됩니다.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겠지만 무거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일상을 지키는 것도 소중한 일입니다. 그리고 나와 우리의 소중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참사 피해자들과 연대하는 일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바쁜 생활을 하면서도, 무기력과 싸우면서도, 아주 작은 일부터 시작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1. 기억: 멀리 떨어진 가족과 친구의 안부가 문득 궁금할 때면 연락을 해 보듯이, 별가족들은 요즘 어떻게 지는지 궁금함을 가져보는 것입니다. AI에게 “최근 이태원 참사 관련 소식을 알려줘”라고 물어보면 금방 알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2. 기도: 내 기도 제목 한 부분에 참사 피해자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처음에는 막연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태원, 세월호, 스텔라데이지호, 아리셀, 무안 여객기 참사 등 알고 있는 참사의 피해자들을 호명하며 기도해 보는 것입니다. 그렇게 기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피해자들과 가족들이 지금 무엇을 가장 갈망하고 있는지 궁금해질 것입니다. 그렇게 기억과 기도는 더 내밀하게 만나고 더 구체적으로 되어갑니다.
3. 만남: 피해자 유가족들을 만나고 함께 기도할 수 있는 자리에 직접 가보시기를 권합니다.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분향소 섬김이와 여러 기도회로 함께 연대해 왔습니다. 저는 그동안 많은 말을 하는 것보다 그 자리에 함께하는 것이 훨씬 소중한 연대라는 것을 배운 것 같습니다. 조금 낯설게 느껴지더라도 한 번쯤은 그런 연대와 기도의 자리에 가보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교회나 공동체에 별가족을 초청해서 그분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고, 그분들의 손을 잡아주시면 가장 좋습니다.
한국 교회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은 거창하기만 한 일이 아닙니다. 힘없고 작은 이들, 고통받는 이들의 곁에 머물러 주는 일은 가장 중요한 실천입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나 성서한국과 같은 단체가 이런 연대의 자리를 자주 소개하고 안내해 줄 것입니다. 어쩌면 그런 안내는 당신을 향한 주님의 초청장일지도 모릅니다.
1) 윤석열 대통령이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에 대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날짜는 2024년 1월 30일이다(편집자).
* <좋은나무> 글을 다른 매체에 게시하시려면 저자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02-794-6200)으로 연락해 주세요.
* 게시하실 때는 다음과 같이 표기하셔야합니다.
(예시) 이 글은 기윤실 <좋은나무>의 기사를 허락을 받고 전재한 것입니다. https://cemk.org/26627/ (전재 글의 글의 주소 표시)
<좋은나무>글이 유익하셨나요?
발간되는 글을 카카오톡으로 받아보시려면
아래의 버튼을 클릭하여 ‘친구추가’를 해주시고
지인에게 ‘공유’하여 기윤실 <좋은나무>를 소개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