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정권은 나의 권리 넘어 우리의 권리”
기윤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기독 시민의 역할 모색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지난 25일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한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첫 발제를 맡은 박제민 대표(녹색정치연구소)는 ‘나의 권리에서 우리의 권리로’를 주제로 발표하면서 이번 용지 부족 사태로 인한 참정권 침해가 ‘나의 권리’ 차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 행정 실수가 아니라 ‘민주 불가침’의 영역인 참정권이 훼손된 것”이라며 “이번 선거의 문제를 ‘우리의 권리’ 침해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용지 부족 사태 이전부터 물리적 요인과 정보적 한계로 참정권을 침해받아 온 장애인 유권자들을 예로 들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미 투표에서 차별받고 있는 이들의 투표권 보장을 위해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번 지방선거를 포함한 최근 한국의 선거는 ‘정치적 평등’을 위한 조건들에 부합하지 못한 선거였다”며 “선거관리와 제도의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투표를 통해 거대 양당 중심의 권력 교체만이 아니라, 불평등, 기후위기 등 모두가 공감하는 주제를 다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천윤석 변호사(종합법률사무소 이정)는 ‘투표용지 부족 사건과 프레이밍의 정치학’을 주제로 정치와 프레이밍의 관계를 발표했다. 그는 “과거부터 ‘프레임’은 정치활동에서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며 “프레임이 강력한 힘을 가지는 이유는, 지금 프레임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천 변호사는 “주로 정치에 관심이 낮은 사람들이 프레이밍의 영향을 받기 쉽다”며 “유권자들이 해야 할 것은 자기의 역량 한도 내에서 최대한 정치에 관심을 많이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선거가 프레이밍으로 인해 변질되는 것을 경계하며 “형식적·절차적 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세력들이 유의미한 정치세력으로 성장하지 못하도록 연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교회와 교인들의 역할에 관한 질문이 이어졌다. 박제민 대표는 어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교회의 신뢰성 회복’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교회가 공정한 목소리를 낸다는 것에서 신뢰를 잃었다”며 “기독교가 가지고 있는 공공의 가치를 실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선거 가능성에 관한 질문에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천윤석 변호사는 “선거 무효 판결이 나려면 선거 결과에 영향이 있어야 한다. 이번 사태는 그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법적 근거를 통해 주장했다. 기윤실 이상민 대표는 “법적 재선거 논의에 앞서 재선거가 필요한지에 대한 공론화 자체가 있었어야 했는데, 그 논의가 없었다”며 과정 자체에 아쉬움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