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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마찬가지로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모든 교단이 세속화와 인구 구조 변화라는 거대한 사회적 도전에 직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 교회만의 특수성이 교회 쇠퇴를 압박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앞으로 한국 교회의 안정과 회복은 교단의 신학적 성향 자체보다도 다음 세대의 신앙 계승, 건강한 교회 공동체의 형성, 그리고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기독교의 공공성과 신뢰를 얼마나 회복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본문 중)
옥성득(UCLA 한국기독교학 교수)
교인 통계가 모든 것을 말해 주지는 않지만 추세나 흐름은 짐작하게 한다. 다음 세 도표는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 개신교의 주요 교단들이 매우 상이한 성장 경로를 걸어왔음을 보여준다. 이 도표들은 라이언 버지(Ryan Burge)가 미국 개신교 6개 교단의 연례 보고서의 통계를 정리한 것이다. 전체적으로 미국 개신교는 교인 감소라는 공통된 흐름 속에 있지만, 교단별 감소 속도와 규모는 상당한 차이를 나타낸다. 특히 자유주의(mainline) 교단들은 장기간에 걸쳐 급격한 감소를 경험한 반면, 보수 복음주의(evangelical) 및 고백주의(confessional) 교단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하거나 최근 정체하고 있다.

감리회
감리교회의 경우 이러한 차이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미국연합감리교회(UMC)는 1960년대 중반 약 1,100만 명에 달하던 교인이 2024년에는 398만 명으로 감소하여 약 64%의 감소율을 기록하였다. 특히 2020년 이후에는 동성애 문제를 둘러싼 교단 분열과 대규모 탈퇴가 겹치면서 감소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침례회
반면 남침례회(SBC)는 1960년대 약 1,130만 명에서 2000년대 중반 1,630만 명까지 성장한 후 최근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1,230만 명의 교인을 유지하며 미국 최대의 개신교 교단으로 남아 있다. 복음주의 교단 역시 최근 감소세를 피하지는 못하지만, 자유주의 교단과는 다른 성장 궤적을 보여 주고 있다.

장로회
장로교회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난다. 미국장로교회(PCUSA)는 1980년대 초 약 310만 명에서 2024년에는 102만 명으로 감소하여 약 67%의 교인을 잃었다. 반면 보수 장로교단인 미국장로교회(PCA)는 같은 기간 16만 8천 명에서 40만 6천 명으로 약 2.4배 성장하였다. 절대 규모에서는 여전히 PCUSA가 크지만, 양 교단 간의 격차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두 교단은 모두 장로교 전통과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을 역사적 기반으로 공유하지만, 신학과 교회 운영에서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PCUSA는 성경 해석에서 역사비평을 폭넓게 수용하고 다양한 신학적 견해를 허용하는 중도·진보 성향을 발전시켰다. 또한 여성 목사 안수와 동성애자 성직 및 동성 결혼을 허용했으며, 사회 정의와 인권 문제를 교회의 중요한 사명으로 강조했다. 반면 PCA는 성경의 무오성과 절대적 권위를 강조하는 보수적 개혁주의 노선을 유지했으며, 여성 목사 안수와 동성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다. 예배에서도 전통적인 개혁주의 예배를 유지하면서 복음 전도와 교회 개척을 핵심 사역으로 삼았다.
이와 같은 성장률의 차이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가장 먼저 신학적 변화가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1960년대 이후 PCUSA 계열에서는 자유주의 신학과 역사비평, 여성 안수, 사회 운동 참여가 확대되었다. 이러한 변화에 반대한 보수적 교인과 목회자들은 1973년 PCA를 비롯하여 이후 EPC와 ECO 등 새로운 교단으로 이동하거나 새로운 교단을 설립했다. 따라서 PCUSA의 감소는 단순한 교인 이탈이 아니라 상당 부분 보수 교단으로의 이동을 포함한 결과였다.
인구학적 구조도 중요한 차이를 만들었다. PCA는 젊은 가정의 비율이 높고 출산율도 상대적으로 높았으며, 다음 세대로의 신앙 전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반면 PCUSA는 평균 연령이 미국 주요 교단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에 속했으며, 사망자가 세례를 받는 어린이보다 많은 현상이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이러한 고령화는 교세 감소를 더욱 가속화했다.
선교 전략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PCA는 교회 개척과 대학 캠퍼스 사역, 도시 선교에 지속적으로 투자했으며, 개혁주의 신학교와 대학 사역을 통해 젊은 층을 적극적으로 확보했다. 이에 비해 PCUSA는 기존 교회의 유지와 사회봉사에 더 큰 비중을 두었으며, 새로운 교회 개척과 젊은 세대 확보에서는 상대적으로 성과가 제한되었다.
지역적 인구 이동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 인구는 지난 수십 년 동안 텍사스, 플로리다, 조지아, 테네시, 캐롤라이나 등 남부 지역으로 크게 이동했다. PCA는 이러한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인구 증가의 혜택을 받았다. 반면 PCUSA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진행된 북동부와 러스트벨트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교세가 감소했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를 단순히 ‘보수 교단은 성장하고 진보 교단은 쇠퇴한다’는 공식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PCA 역시 최근에는 성장세가 크게 둔화했으며, 교인 증가율은 거의 정체 상태에 이르렀다. 이는 미국 사회 전체에서 종교 참여가 감소하는 세속화 현상이 보수 교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루터회
장로교회보다 규모가 큰 루터교회 역시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미국복음루터교회(ELCA)는 교인이 1988년 530만 명에서 2024년 270만 명으로 거의 절반 가까이 감소하였다. 특히 2009년 이후 인간의 성과 목회자 안수 문제를 둘러싼 논쟁 이후 감소가 더욱 가속화되었다. 반면 루터교 미주리시노드(LCMS)는 같은 기간 260만 명에서 170만 명으로 감소하였지만 감소 폭은 약 35%에 그쳐 ELCA보다 훨씬 완만하였다. 두 교단 모두 감소하고 있으나, 감소의 정도와 속도에서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이 네 사례를 종합하면, 미국 개신교의 변화는 단순한 교인 감소가 아니라, 교단별 구조적 재편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자유주의 성향의 주류 교단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절반 이상 교인을 잃으며 급격한 축소를 경험한 반면, 보수 복음주의 및 고백주의 교단들은 상당 기간 성장하거나 비교적 안정적인 규모를 유지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보수 교단들 역시 미국 사회 전반의 세속화와 종교 참여 감소의 영향을 받기 시작하면서 완만한 감소세에 들어섰다. 따라서 오늘날 미국 개신교의 특징은 ‘자유주의 교단의 급격한 쇠퇴와 보수 교단의 상대적 안정’으로 요약할 수 있으며, 동시에 모든 교단이 탈종교화라는 공통의 사회적 도전에 직면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미국의 변화는 오늘날 한국 교회의 상황에 어떤 시사점을 줄까? 한국에서도 신학적으로 진보적인 교단의 쇠퇴와 보수 교단의 성장세가 이어졌다. 그러나 지난 20년 가까이 대형 교회의 성장 둔화, 출산율 감소, 청년층의 교회 이탈, 종교 전반에 대한 사회적 신뢰 하락 등으로 인해 보수 교단들 역시 급격히 쇠퇴했다. 다시 말해 미국이 먼저 경험한 자유주의 교단의 쇠퇴와 보수 교단의 완만한 쇠퇴라는 흐름과 달리, 한국에서는 후자의 급쇠퇴라는 특이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모든 교단이 세속화와 인구 구조 변화라는 거대한 사회적 도전에 직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 교회만의 특수성이 교회 쇠퇴를 압박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앞으로 한국 교회의 안정과 회복은 교단의 신학적 성향 자체보다도 다음 세대의 신앙 계승, 건강한 교회 공동체의 형성, 그리고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기독교의 공공성과 신뢰를 얼마나 회복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교회 통계를 놓고 보수화가 답이라는 결론에 이른다면, 이 글을 오독한 것이다. 보수와 진보 모두 쇠퇴하는 마당에, 보수가 답이 아니라 회복탄력성을 위해 다음 세대 육성, 건강한 공동체 형성, 공적 신뢰성 회복에 나설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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