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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사용의 속도 조절은 인공지능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중요하지 않은 일에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습관을 고쳐야 한다. 인공지능이 소비하는 에너지만큼의 가치가 있는 일인지를 생각해 보면 된다. 시간과 노력을 절약해서 더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지만, 의미 없는 검색이나 재미를 위해 사용하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본문 중)
손화철(한동대 글로벌리더십학부 교수)
2026년 9월 앤트로픽의 CEO 다리오 아모데이는 인공지능 개발의 속도를 조절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였다. 흥미롭게도 앤트로픽과 경쟁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오픈AI의 샘 올트먼과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도 이런 주장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다른 생각도 없지 않다. 또 다른 관련 기업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은 인공지능 개발의 속도 조절론에 회의적이다. 그는 제프리 힌턴(Geoffrey Hinton) 교수가 인공지능이 세상을 멸망하게 만들 가능성이 10-20%는 된다고 경고한 것에 대해 명확한 근거 없이 비관론을 펼치는 것은 비과학적이라고 직격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아모데이를 “완벽한 천사인 척한다”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를 조절하면서 이를 통제할 윤리적, 법적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인공지능 개발 업체로부터 나왔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의미심장하지만, 동시에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아모데이는 이전부터 인공지능의 위험이나 공공적 사용의 필요에 대해 목소리를 내왔지만, 그의 주장에 올트먼이나 머스크도 동의했다면 그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반면 이런 경고를 빅테크 기업이 자기가 만든 인공지능의 성능이 우월함을 은연중에 과시하는 전략으로 보기도 한다. 다른 한편 인공지능 분야의 후발 주자인 회사들은, 다 같이 개발을 멈추자는 제안을 두고 빅테크 기업이 현재의 우위와 기득권을 손쉽게 지키겠다는 의도라며 반발한다. 이처럼 해석은 분분하지만 진실이 과연 어디에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고, 이런 제안이 현실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사람이 더 많은 듯하다.

ⓒPixabay
그런데 개발자 차원에서의 속도 조절론에 상응하는 사용자 차원의 속도 조절론은 충분히 이야기되지 않는다. 교육 분야에서 인공지능의 사용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 있긴 하지만, 인공지능의 개발 자체에 영향을 미칠 정도인 것 같지는 않다. 인공지능에 맡겨야 할 일과 그렇지 않은 일에 대한 논란 역시 결국은 모든 일을 인공지능으로 하게 될 것이라는 막연한 전제를 깔고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현재의 인공지능이 사기업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인공지능 관련 논의에서 상품과 서비스의 소비자인 사용자가 사실상 무시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사실, 인공지능의 개발 속도 조절에 비해 사용 여부나 속도의 조절이 훨씬 쉽고 현실적이다. 개발자는 소수이고, 그들이 가진 기득권을 내려놓고 속도 조절을 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별로 없다. 반면 인공지능의 사용은 개인이나 개별 단체 및 조직이 정할 수 있는 문제다. 내가 인공지능을 특정 분야에서만 쓰기로 정할 수 있고, 개별 정부가 초등학교 교육에서는 인공지능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식의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물론 남들이 쓰는 인공지능을 내가 쓰지 않으면 수십 년 뒤처지게 되리라는 옛 노래의 후렴 같은 진부한 레토릭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이른바 FOMO(Fear Of Missing Out)라 하여 ‘나만 소외되기 싫다’는 생각이 개인과 국가의 단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사용 방법이 점점 좋아지기 때문에, 인공지능 사용을 늦게 시작한다 해도 크게 뒤처질 가능성은 별로 없다. 또 FOMO는 막연한 불안감인 데 반해, 인공지능의 섣부른 사용으로 생기는 부작용은 이미 구체적으로 밝혀져 있다. 인공지능을 작동시키기 위해 저개발 국가들에서 인권 침해적인 저임금 데이터 노동이 이루어지고, 데이터 센터 때문에 엄청난 환경 훼손이 일어나며, 무분별한 인공지능 사용으로 어린 학생들의 사고 능력이 저하되고 있다는 과학적 증거가 쏟아지고 있다.
인공지능 사용자들의 사용 속도 조절이 늘어난다면 개발자들의 개발 속도 조절을 강제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이미 방금 제시한 여러 이슈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면서 인공지능 회사들도 일정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데, 이런 식의 압력이 커진다면 인공지능 개발의 속도나 방식에도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공지능 사용의 속도 조절은 인공지능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중요하지 않은 일에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습관을 고쳐야 한다. 인공지능이 소비하는 에너지만큼의 가치가 있는 일인지를 생각해 보면 된다. 시간과 노력을 절약해서 더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지만, 의미 없는 검색이나 재미를 위해 사용하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인공지능의 사용이 나의 역량을 향상시키는지 점검해야 한다.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는 것이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깊은 사고와 진정한 배움은 노력과 시간의 투자에서 비롯되고, 그 과정을 생략하면 오히려 나에게 손해가 된다.
인공지능의 발전이나 빅테크 기업의 성공에 지나친 의미 부여를 하는 것도 곤란하다. 그들이 큰 혁신을 이루어낸 것은 맞지만, 동시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그들은 일정한 견제와 규제의 틀 속에 머물러야 하고, 그 견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주체는 바로 사용자이다. 같은 맥락에서 정부나 기업, 자기가 속한 조직이 인공지능 만능론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고 경고해야 한다. 원리는 매우 간단하다. 장기적으로 나와 우리에게 진정한 유익을 가져다줄 결정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에 대한 열광이나, 속도를 조절하자고 먼저 말하는 개발자들이 속내를 알아맞히는 데 열중하는 것은 별 도움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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