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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고양이에게도 같은 방식의 질문을 해야 한다. 실제로 얼마나 많은 새가 고양이에게 죽고 있는지, 그로 인해 해당 조류의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는지, 다른 원인과 비교했을 때 고양이의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서식지 훼손과 기후 변화, 인공 구조물과 인간의 활동 등 다른 변수도 함께 살펴야 한다. 그래야 고양이가 새들에게 실제로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추정할 수 있다. (본문 중)
김영환(한국성서대학교 강사)
얼마 전 한 유튜버가 길고양이가 야생 조류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해 온라인에서 큰 논란이 되었다. 그는 고양이가 새를 사냥하는 영상들을 공개하면서, 새를 위해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중성화가 아니라 살처분을 포함한 방식으로 개체수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개된 영상에는 실제로 고양이가 새를 사냥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야생에서 길고양이가 새를 사냥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 사실만으로 새를 보호하기 위해 고양이를 죽여야 한다는 결론까지 내릴 수 있을까.

ⓒUnsplash
2023년 필자가 조류 충돌 방지 스티커를 활용한 공익 광고 캠페인에 프로젝트매니저(PM)로 참여했을 때의 일이다. 해당 광고는 그해 대한민국 광고대상 옥외 광고물 부문 대상을 받았다. 당시 캠페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조류 연구자들과 자주 만났는데, 한 연구자에게 “길고양이가 야생의 새를 사냥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물은 적이 있다. 그러자 연구자는 “새는 원래 자연에서 죽어요”라고 대답했다. 처음에는 연구자가 혹시 새의 죽음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인가 싶었다. 그러나 이어지는 그의 설명을 듣고, 곧 나의 질문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새는 야생에서 포식자에게 잡아먹히기도 하고, 질병이나 먹이 부족으로 죽기도 하며, 유리창 같은 인공 구조물에 부딪혀 죽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어떤 고양이가 어떤 새를 죽인 적이 있느냐가 아니라, 고양이들의 포식이 조류의 개체수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있느냐였다.
조류 충돌 문제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우리나라에서 건물 유리창이나 투명방음벽에 부딪혀 죽는 새는 연간 약 800만 마리로 추정된다.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이 전국 56곳을 조사하고 건축물과 방음벽 현황, 사체 발견율 등을 반영해 전체 피해 규모를 추정한 결과다. 조류 충돌이 심각한 문제라는 판단은 몇몇 충돌 장면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실제로 얼마나 많은 새가 충돌로 죽는지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체 피해 규모를 추정했기 때문에 조류 충돌을 공적으로 개입하고 관리해야 할 문제로 판단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고양이에게도 같은 방식의 질문을 해야 한다. 실제로 얼마나 많은 새가 고양이에게 죽고 있는지, 그로 인해 해당 조류의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는지, 다른 원인과 비교했을 때 고양이의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서식지 훼손과 기후 변화, 인공 구조물과 인간의 활동 등 다른 변수도 함께 살펴야 한다. 그래야 고양이가 새들에게 실제로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추정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는 이런 과정이 쉽게 생략된다. 새를 입에 물고 있는 고양이의 모습은 강렬하며, 한눈에 이해된다. 반면 수년간의 조류 개체수 변화나 여러 사망 원인을 함께 비교하고 판단하는 과정은 복잡하고, 한눈에 이해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고양이가 새를 죽이는 장면이 전체 원인을 설명하는 것처럼 쉽게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길고양이 살처분은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주장이다. 설령 고양이의 포식이 특정 조류의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확인되더라도, 곧바로 고양이를 죽여 개체수를 줄여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윤리적인 문제는 물론이고 살처분이 실제로 고양이 개체수를 지속적으로 줄일 수 있는지, 조류 보호에 효과가 있는지, 다른 관리 방법과 비교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도 따져야 한다.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것과 그것을 어떤 방법으로 해결할 것인지는 다른 문제다.
특히 생명을 죽이는 방법을 해결책으로 제시하려면 더욱 엄격한 판단이 필요하다. 잘못된 정보나 판단은 나중에 바로잡을 수 있지만, 이미 죽인 생명은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논란에서 고양이가 야생에서 새를 사냥한다는 사실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고양이의 포식이 실제로 야생조류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먼저다. 그다음에 해결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하나의 사실이 항상 온전한 진실을 보여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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