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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개별 교회 정관은 분명한 신학적 목적을 담아내야 한다. 그리스도의 주권을 확인하고, 성경 말씀에 따라 교회의 질서를 세우며, 모든 교인이 동일한 기준 아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직분자의 권한이 개인의 소유가 되거나 교회의 재산과 권력이 특정 개인에게 집중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분쟁이 발생했을 때도 개인의 힘이 아니라 정해진 절차에 따라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본문 중)

 

신창엽(하나두레교회 장로)

 

정관이 있어야 건강한 교회인가? 반드시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다. 과거에 우리는 정관을 교회 건강성의 한 척도로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정관이 오히려 교회의 건강성을 해치고 분열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보아 왔기 때문이다. 교회의 건강성은 단순히 정관의 유무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개별 교회의 정관이 교회 공동체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관에 대한 규범적, 신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그 내용과 형식을 잘 정비하여 제정해야 한다. 제정 후에는 정관이 교회의 목적 실현에 봉사하는 수단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이에 맞게 잘 사용되도록 해야 한다. 정관은 교회 건강성 유지의 출발점이지 종착점이 아니며, 수단이지 그 자체로 목적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는 교회 정관에 대한 이러한 이해와 고민이 부족했던 것 같다.

 

 

교회 정관의 규범성 이해

 

하나님께서는 창조 때부터 혼돈의 세상에 질서를 부여하셨고, 출애굽 이후에는 하나님 나라의 통치 원리가 담긴 율법을 통해 택하신 백성과 규범적 성격을 가진 언약을 맺으셨다. 하나님의 백성은 인간의 자의적인 질서가 아닌 하나님의 통치 질서를 담아낸 율법에 의해 다스림을 받고 살아가도록 부름받았다. 따라서, 하나님은 그 나라의 통치 원리를 인간의 자기 소견이 아닌 공의로운 하나님의 법을 통해 구현하고자 하신 것이다.

 

이와 같은 하나님의 결정은, 에덴에서의 범죄 이후 죄와 사탄의 지배를 받게 된 인간의 존재론적 한계와 그리스도 안에서 구원받은 신자들도 죄와 불완전함에 빠질 수 있는 인간 본성에 기반하고 있다. 따라서 교회 안에 죄로 오염된 인간의 사적 질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공동체의 질서와 규범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개별 교회 정관 제정의 필요성과 정관의 규범력은 이러한 신학적 이해에 기초한 것이다.

 

한편, 국가적으로는 오랜 시간 축적된 대법원 판례도 ‘법인 아닌 사단’으로서 개별 교회가 스스로 정한 정관의 자치 규범적 성격을 인정하고, 그에 따라 교회 정관의 법적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

 

개별 교회 정관의 신학적 의미와 목적

 

교회 정관의 신학적 의미는 법률적 의미보다 훨씬 깊다. 교회는 세상의 일반적인 모임이나 단체와 다르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그리스도의 몸이며, 하나님께 부름받은 성도들이 말씀과 성령 안에서 함께 예배하고 교제하며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 가는 거룩한 공동체이다.

 

따라서 교회의 질서는 사람이 임의로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다. 교회의 머리는 예수 그리스도이며, 교회의 궁극적인 법은 하나님의 말씀이다. 개별 교회가 정관을 제정한다는 것은 교회가 새로운 법을 만들어 그리스도의 권위를 대신한다는 뜻이 아니다. 이미 주어진 하나님 나라의 통치 원리를 개별 교회의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구현하는 방식의 문제이다. 즉, 정관은 개별 교회가 그리스도의 말씀에 순종하여 교회 공동체를 질서 있게 세워 가기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의 질서와 제도를 세우는 일 역시 단순한 행정의 문제가 아니라 교회의 본질과 하나님 나라의 거룩한 공동체를 지키는 일이어야 한다.

 

따라서 개별 교회 정관은 분명한 신학적 목적을 담아내야 한다. 그리스도의 주권을 확인하고, 성경 말씀에 따라 교회의 질서를 세우며, 모든 교인이 동일한 기준 아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직분자의 권한이 개인의 소유가 되거나 교회의 재산과 권력이 특정 개인에게 집중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분쟁이 발생했을 때도 개인의 힘이 아니라 정해진 절차에 따라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오늘날 교회가 처한 현실과 정관의 필요성

 

오늘날 한국 교회가 처한 역사적 상황은 개별 교회의 정관 제정을 더욱 필요로 하고 있다. 국가의 경제 성장과 더불어 한국 교회도 성장하면서 교회가 보유한 토지와 건물, 금융 자산 등이 증가하였고, 교회 재산의 소유관계와 조직도 복잡해졌다. 이에 따라 교회 안에 다양한 세속적 이해관계가 발생하였다.

 

일부 교회에서는 담임 목사의 전횡과 세습, 다툼과 분쟁이 심화되었고, 심각한 도덕적 부패가 드러나기도 했다. 또한 교회가 분열하거나 교단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교회 재산과 교인의 지위, 공동의회의 결의 등에 관한 법적 분쟁도 발생하였다. 이것은 인간의 자기 소견에 따른 질서이며 자본에 지배당한 교회의 세속화와 타락의 현상이다. 자본은 타락한 인간 본성에 기댄 사탄의 강력한 통치 수단이다.

 

이러한 교회의 현실은 하나님 나라의 통치 원리가 구현되어야 할 교회의 질서와 본질이 훼손될 수 있고, 교회가 스스로 거룩한 공동체를 지켜 내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따라서 개별 교회는 하나님 나라의 통치 질서가 선명하게 담긴 정관을 제정함으로써 교회 공동체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정관에 담겨야 할 내용들

 

이와 같이 개별 교회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 때문에 한국 교회에서 정관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배경에서 교회 정관은 하나님 나라의 통치 원리를 구체화할 수 있는 교회의 통치 질서와 구조를 담아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하나님의 통치권 아래 교회의 권한을 행사하는 절차와 권한 위임의 정당성, 교회의 정체성과 목적, 교인의 지위 및 권리와 의무, 교회 기관의 권한과 역할, 각 기관 간의 견제와 균형, 담임 목사의 역할과 권한, 직분자의 책임과 권한의 한계 등을 규정해야 한다.

 

또한 재정과 자산의 소유에 관한 분명한 원칙, 재정의 독립적 관리와 투명성 확보, 자산의 관리와 처분에 관한 원칙, 의사 결정 방식과 회의의 절차, 교회의 공적 책임과 사회 및 국가와의 관계 설정 등에 대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더 나아가 교회 안에서 갈등이나 분쟁이 발생했을 때 이를 제도적으로 해결할 절차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교회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것이다. 목회자도, 장로도, 당회도, 공동의회도 교회의 주인이 아니다. 교회의 주인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따라서 정관은 특정 개인이나 기관에 절대적인 권한을 부여하기보다는 각각의 권한과 한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 이렇게 권한을 분산하고 상호 견제하도록 하는 것은 단순히 세속적인 정치 제도, 특히 민주적 정치 제도를 교회에 도입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에서 죄에 영향을 받는 특정 개인이 교회 권력을 독점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거룩한 교회 공동체를 보호하는 장치를 마련하려는 데 신학적 의미가 있다.

 

한편, 그동안 여성은 교회 구성원의 절반을 차지하면서도 개별 교회의 중요한 의사 결정 과정에서 배제되어 왔다. 이는 시급히 개선해야 할 매우 부끄러운 현실이다. 정관은 교회의 중요한 직분과 의사 결정 과정에 여성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는 여러 이유로 교단 헌법이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제도적 간극을 메우는 작업이며, 21세기 개별 교회에 요구하시는 하나님의 뜻이라고 믿는다.

 

교회의 거룩함과 일치를 위한 정관

 

개별 교회 정관의 궁극적인 목적은 교회의 주인이 사람이 아니라 그리스도이심을 확인하고, 교회 공동체가 말씀에 따라 거룩하게 세워지며, 서로 다른 사람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됨을 지키도록 돕는 데 있다. 즉, 정관은 교회 공동체가 그리스도의 주권 아래 거룩하게 살아가기 위한 수단이며, 하나님 나라의 통치 질서로서 교회의 거룩함과 일치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규범이다.

 

따라서 정관은 인간의 권력을 확대하는 문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인간의 권력을 제한하고 주께 굴복하게 하며, 그리스도의 주권 아래 교회를 세우고 보호하기 위한 약속이어야 한다. 특히 정관은 서로 다른 교인들을 나누고 배제하기 위한 문서가 아니라, 동일한 말씀과 질서 안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공동체의 약속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정관을 통한 교회의 거룩함과 일치는 법률적 필요성을 넘어 신학적 요청이 된다.

 

특히 개별 교회가 정관을 제정할 때는 교회의 자유와 교회 및 교단의 질서, 개인의 양심과 공동체의 질서가 조화를 이루도록 노력해야 한다.

 

좋은 정관은 교회를 더 강하게 만드는 정관이 아니라, 교회를 더 거룩하게 하고 더 평화롭게 하며 더 하나 되게 하는 정관이다. 교회의 거룩함과 질서를 지키고, 교회의 일치를 보호하기 위한 구성원의 약속이며 이를 보장하는 공동체의 규범이어야 한다. 이런 정관이라야 하나님의 통치 질서를 실제적으로 구현하는 정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우리가 정관을 제정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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