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윤실 청년운동본부는 청년들의 이슈를 담아내는 청년포럼을 개최합니다. 사회와 교회에서 청년들이 마주하는 담론들을 청년들의 목소리로 들어보고자 합니다.

지난 7월 30일(월)에는 ‘결혼과 비혼 사이’라는 주제로 포럼이 진행되었습니다.

 

>> 자료집 보기 https://cemk.org/resource/9211/
>> 국민일보 기사 보기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987621&code=23111111&cp=nv
>> 데일리굿뉴스 기사 보기 http://www.goodnews1.com/news/news_view.asp?seq=82047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7월 마지막주 월요일, 100주년사회봉사관에서는 기윤실 청년포럼이 개최되었습니다. 슬기로운 청년생활 제 2탄!

교회 안에서 청년들에게 들려지는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사회의 흐름, 청년들의 현실과는 조금 동떨어져있지 않나 하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결혼과 비혼 사이’라는 주제를 택했습니다.

 

기윤실에서 ‘비혼’에 대해 다룬다는 것이 조심스럽기도 했지만, 이것은 외면할 수 없는 청년들의 고민이자 이 세대를 이해하기 위해 들여다봐야할 현상이었습니다.

포럼의 기획의도가 청년들의 마음에 닿았던 것일까요. 당일까지도 포럼 신청이 들어왔고, 총 참가자는 42명이었습니다. 평소 기윤실 행사의 두배에 달하는 수에 담당자는 당황했습니다.

 

 

먼저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신하영 연구위원의 발제로 포럼을 시작했습니다.

한국 사회 비혼 동향과 정책 현황을 전해주셨습니다.

결혼하지 않은 한국 교회의 현주소는 오늘날 한국 사회 청년들을 말하는 소위 N포세대와 같고, 연애, 결혼, 출산, 내집마련, 관계, 꿈 등을 비자발적으로 포기할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는 포기가 아닌 ‘박탈’이라는 용어가 맞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특히 여성들의 결혼 기피 현상의 원인으로는 결혼 후 경력단절, 가사노동과 더불어 임신, 출산, 양육의 부담이 여성에게 과중하게 전가되는 현실을 꼽았습니다.

그렇다면 교회 청년들은 어떠할까요. 결혼하지 않은 한국 교회 청년들이 마주하는 현실은 그야말로 불편한 말과 고된 노동의 연속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중장년층의 기준에서 결혼적령기에 해당한다고 여겨지는 나이의 청년들은 성차별적 언어, 사생활을 침해하는 언어를 자주 마주할 뿐만 아니라, 가계를 책임지거나 육아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시간적 여유가 있는 존재로 취급되어 교회 곳곳에 불려다니며 무급 노동을 제공하지만, 중요한 의사결정이나 활동에는 속하지 못합니다.

작금의 한국 사회의 비혼 상황은 젊은이들의 문화라기보다는 그들이 처한 현실이요 사회가 마주한 현상에 가깝다고 했습니다. ‘독신’이 ‘신념’이라면, ‘비혼’은 ‘상태’라는 개념도 덧붙였습니다. ‘비혼’ 현상은 폭주족이나 불법영상물처럼 근절하거나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아야 할 문제가 아니라, 이 현상이 일어난 원인을 구조에서부터 찾고 그 상태가 완화되도록 노력해야하는 문제라는 것입니다.

신하영 연구위원은 비혼을 선택하게 되는 의사결정 구조는 사회적 경제적 요인들의 복잡한 상호작용이 만들어낸 새로운 합리적 선택의 깔때기라고 보았습니다. ‘유전기혼, 무전비혼’ 이라는 말을 소개하며, 청년들은 당장 눈앞의 생존과 손에 잡히지 않는 혹시 모를 연애, 결혼의 행복 사이에서 결국 생존을 선택하는 것이고, 그것은 철이 없어서 비혼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철이 들고 세상을 너무 잘 알아서 비혼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봐야한다고 말했습니다.

발제를 맺으며, 교회는 청년들의 있는 그대로의 상태를 인정해주고, 약함에 대한 경멸을 멈추고, 다름에 대한 벽을 허물어 주길, 청년들은 교회공동체에 자신의 상태를 인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자신의 약함과 다름에 솔직해지기를 호소했습니다.

 

 

 

두번째 발제는 개신교 기반의 크리스천페미니즘 운동, 믿는페미의 폴 짝 활동가가 맡아주셨습니다.

어렸을 때 부터 ‘결혼하지 않을거예요, 혼자 살 거예요”라며 선포하고 다녔다는 폴짝 활동가는, 그런 말과 선택이 어린 날의 치기 혹은 미성숙함으로 받아들여졌던 상황들을 이야기하며 발제를 시작했습니다.

독신을 선택했던 이유는, 가족이라는 것이 족쇄처럼 여겨져 자유로운 삶을 선택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 가부장제를 기반으로 한 현재의 가족제도에 동의할수 없고, 가족 정책이 포용할수 있는 가족의 범위가 너무 협소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와 선택이 과연 교회에서 받아들여질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있다고 했습니다.

폴짝 활동가는 교회가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 갇혀있다고 지적하며, 성인 여자와 남자로 이루어진 부부와 자녀로 이루어진 ‘핵가족’이 정상가족으로 간주되면, 그 외의 가족형태(이혼 및 재혼가구, 무자녀가구, 동거가구, 조손 가구, 다문화가구 등)는 비정상이 될수 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그렇기에 교회 안에서 비혼을 선택한 이들은 정상가족을 꾸리지 못한 어딘가 문제있는 존재로 의심과 걱정을 받는 동시에, 곧 정상가족으로 편입될 이들로 여겨진다는 것입니다.

2016년 서울시의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27.6%이고, 이 비율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라며, 교회가 지키고자 하는 전통적 가족관과 비혼에 대한 시선이 사회 구성원들이 삶을 선택하는 방식과는 이질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습니다.

보통 20살에서 결혼하기 전까지의 세대를 묶은 ‘청년부’에서 20대후반, 30대 이상의 자매들은 ‘얼른 결혼해서 떠나줘야 다른 동생들도 (시집)가지 않겠느냐는 압박을 받으며 지냅니다. 청년들이 결혼하지 않겠다는 선택을 했을 때, 혹은 자신의 선택과 무관하게 결혼하지 못했을 때, 이들은 교회에서 갈 곳을 잃는다고 지적했습니다. 폴짝 활동가는 이러한 교회 안의 구조적 구멍을 교회가 선택하는 ‘보편’의 언어가 만들었다고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교회와 비혼이 만날 수 없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결혼을 선택한 이들의 삶의 모습이 다 다르듯 비혼을 선택한 이들의 이유나 삶의 모습 또한 하나로 정의할수 없다고 했습니다. 청년들이 왜 비혼을 선택했고 선택할수 밖에 없었는지, 교회가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비혼의 상태를 받아들이고,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허물기를 기대한다며, 그것이 예수님의 방법이자 교회가 안전한 곳이 되는 시작이며 존재와 존재로의 인격적 만남이 가능한 진정한 교회된 교회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이후 청중과의 대화에서는 교회 공동체에서 기혼장년층과 비혼청년층과의 차이를 줄이고 함께 살아가기 위한 노력의 방법들, 결혼이 행복의 필요충분조건이 된 이유는 무엇인지, 교회 안에서 비혼으로 외롭지 않게 지낼수 있을지, 한국사회의 여성/가족 정책이 정형화 된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과 외국의 사례들에 대한 이야기가 다루어졌습니다.

전문적이지는 않지만, 그리고 정답은 아니지만, ‘결혼’과 ‘비혼’에 대한 관심과 고민, 질문들을 가지고 모인 세대들이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교회에 가지는 기대를 나누는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후 행사 평가지를 통해 미처 못다한 이야기를 남겨주셨습니다.

  • “기윤실에서 이런 자리를 만들어 비혼에 대해 다루어주어서 감사합니다.”
  • “유익하고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기윤실이 더 다양한 청년운동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 “비혼의 사회적 관점을 들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성경적 관점도 균형있게 제시해주면 좋겠습니다.”
  •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자리를 준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교회, 청년사역자, 그리고 기성세대들은 청년 세대의 삶을 존중하고 그들의 상태를 인정해주는 것, 삼가야할것과 지향해야할 것의 분별이 필요하겠습니다. ^^

다음 청년포럼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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