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어떤 죽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가? 기독교는 바로 살고 바로 죽는 것을 가르친다. 1919년 3월 1일 평양 숭덕남학교 교정에서 장로교인들은 예수의 남은 고난을 채우기 위해, “나의 형제 곧 골육의 친척을 위하여 내 자신이 저주를 받아 그리스도에게서 끊어질지라도 원하는 바로라”(롬 9:3)라는 말씀을 읽고 만세 시위에 참여했다. 목사 장로의 10% 이상이 감옥에 갔다. 백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면 선한 죽음이요, 고난을 받으면 선한 고생이다. 그들은 “너희가 열심으로 선을 행하면 누가 너희를 해하리요”(벧전 3:13)라는 주의 말씀을 신뢰했다.(본문 중)

옥성득(UCLA 한국기독교 석좌교수)

 

삶은 결국 죽음의 문제이다. 내가 어떻게 죽을지를 만들어가는 것은, 내가 누구의 어떤 죽음을 기억하고, 그것을 어떻게 기념하는가에 달려 있다.

 

2018년의 죽음

죽음으로 얼룩진 2018년이 저문다. 이 땅에서는 고등학생도 대학생도 어이없이 죽는다. 9월에는 김천에서 무대 장치 일을 하던 알바생 박아무개(22세)가, 11월에는 태안 화력발전소 하청 노동자 김용균(24세)이, 12월에는 강릉의 한 펜션에서 고3 학생 세 명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졌다. 책임지는 사람이 없고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안타까운 죽음이 계속된다. 한편 정치인의 자살도 이어졌다. 7월에는 노회찬 의원이, 12월에는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이 자결했다. 이들은 명예가 목숨보다 귀했다. 그러나 조사 중에 자살이라 석연치 않은 점도 있었다.

 

고 김용균씨가 ‘문재인 대통령과 비정규직 100인의 대화’에 참가 신청을 하려고 촬영한 인증사진. (출처: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110년 전의 죽음

이들에 비해 110년 전 나라를 구하기 위해 희생한 인물들이 돋보인다. 이준 검사와 안중근 장군을 보자. 1907년 헤이그만국평화회의 때 분사한 이준 열사는 상동감리교회 교인으로 대한제국의 첫 검사의 한 명이었다. 그는 헤이그로 가면서 나라를 위해 죽기로 각오하고, 아래에 있는 한문시를 남겼다. 그 일부를 보자.

그릇 살면 죽음만도 못하고

제대로 죽으면 도리어 영생한다.

살고 죽는 게 모두 나에게 달렸으니

모름지기 죽음과 삶을 힘써 알지어다.

이준 열사가 헤이그로 가기 전, 나라를 위해 죽기로 각오하고 남긴 한문시.

 

1909년 10월 26일 만주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 통감을 처단하고, 5개월 후인 1910년 3월 26일 교수형에 처해진 안중근 의사는 천주교인이었다. 안중근은 대한 독립군의 장군으로서, 자기방어와 의전론 입장에 서서 한국의 독립 약속을 저버리고 동양 평화를 해치는 적장을 처결했다. 마치 독일의 본회퍼가 히틀러를 제거하려다가 체포되어 1945년 4월 5일 교수형에 처해진 것과 유사했다. 비록 당시 친일적 천주교회와 뮈텔 주교가 안중근을 출교했으나, 해방 이후 출교는 철회되었고 이제는 그의 시성까지 추진하는 중이다.

 

100년 전의 죽음

내년에는 어떤 죽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가? 2019년은 삼일운동이 일어난 지 100주년이다. 기독교는 바로 살고 바로 죽는 것을 가르친다. 1919년 3월 1일 평양 숭덕남학교 교정에서 장로교인들은 예수의 남은 고난을 채우기 위해, “나의 형제 곧 골육의 친척을 위하여 내 자신이 저주를 받아 그리스도에게서 끊어질지라도 원하는 바로라”(로마서 9:3)라는 말씀을 읽고 만세 시위에 참여했다. 목사 장로의 10% 이상이 감옥에 갔다. 백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면 선한 죽음(善死)이요, 고난을 받으면 선한 고생이다. 그들은 “너희가 열심으로 선을 행하면 누가 너희를 해하리요”(베드로전서 3:13)라는 주의 말씀을 신뢰했다.

1919년 조선총독부가 발간한 『조선 소요사건 일람표』(朝鮮 騷擾事件 一覽表)를 보면 3~4월 두 달 간 조선인 시위 참여자는 587,641명(50명 이하 참여의 경우는 제외), 검거 26,713명(당일 13,517명, 추가 검거 13,196 명), 시위 참가자의 사망 553명, 부상 1,409명으로 집계했다(아래의 표 참조). 일본군과 헌병, 경찰은 사망 9명, 부상 156명에 불과했다. 민간인 대량 학살이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서북 지역 기독교인들이었다. 두 달 간 전부 파괴된 교회당 수가 17동, 일부 파괴된 것이 24동, 그 외에 피해를 당한 교회당이 41동이었다. 독립 시위가 계속되고 만주 지역까지 확대되면서 사망자는 더 늘었다.

 

《조선 소요사건 일람표》 첫 페이지. 자세한 내용은 http://db.history.go.kr/id/haf_120_0510 참조

 

2019년에 몇 십 주년 기일이 돌아오는 기독교인

3.1운동 희생자 외에 내년에 기념할 개신교인의 죽음을 간단히 정리해 보자. 100주기부터 20주기까지 선택적으로 기록했다. 누구의 삶을 기억하고 기념할지는 각자의 몫이다. 아무도 기념하지 않으면 내 삶도 잊혀진다.

 

하란사 (김란사, 1872-1919: 이화학교 교사) 1919. 4. 10 = 100주기

김창식 (북감리회 목사) 1929. 1. 9 = 90주기

James E. Adams (대구 북장 선교사) 1929. 6. 25 = 90주기

남궁억 (서울/홍천 장로) 1939. 4. 5 = 80주기

한석진 (평양/서울 장로회 목사) 1939. 8. 20 = 80주기

Samuel A. Moffett (평양 북장 선교사) 1939. 10. 24 = 80주기

George O. Engel (부산 호장 선교사) 1939. 5. 24 = 80주기

Robert A. Hardie (원산 남감 선교사) 1949. 6. 30 = 70주기

Elmer M. Cable (인천/서울 북감 선교사) 1949. 12. 2 = 70주기

Homer B. Hulbert (서울 북감 선교사) 1949. 8. 5 = 70주기

김 구 (임정 주석, 북감 교인) 1949. 6. 26 = 70주기

신흥우 (YMCA 총무, 북감 교인) 1959. 3. 15 = 60주기

Henry M. Bruen (대구 북장 선교사)1959. 3. 26 = 60주기

Willard G. Cram (철원 남감 선교사, 남감해외선교부 총무) 1969. 10. 29 = 50주기

Herbert Welch (감리회 감독 1915-28) 1969. 4. 4 = 50주기

함석헌 (사상가) 1989. 2. 4 = 30주기

이연호 (장로회 목사, 화가, 장신대 박물관장) 1999. 2. 5 = 20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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