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에는 이렇게 많은 빛이 있고 우리 인간은 그중 아주 적은 범위의 빛만을 볼 수 있다. (중략) 빛에 관한 지식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결코 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고 오히려 우리가 볼 수 없는 것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배운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 눈에 보이는 것만 믿고 그것으로 이 세상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인정하며 하나님의 창조의 깊고 다양하심 앞에서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본문 중)

성영은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현대 과학이 우리에게 가져다 준 큰 선물 중 하나가 빛에 대한 이해이다. 과학은 빛의 원리를 이해했고 빛을 만드는 방법을 찾아냈으며 빛을 유익하게 활용하게 해 주었다. 우리는 빛으로 밤을 낮같이 밝혔고 시간을 아껴 밤에도 필요한 일을 하면서 살고 있다. 각종 정보를 TV, 컴퓨터, 휴대폰의 디스플레이 화면을 통해 쉽게 얻을 수 있는 것도, 이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것도 다 이 빛 때문이다. 우리를 따뜻하게 해 주는 열도 적외선, 즉 빛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밝고 따뜻한 빛은 이처럼 우리로 하여금 풍성한 삶을 살 수 있게 해 준다.

 

ⓒUnsplash

 

빛은 그 크기가 아주 작을 뿐 아니라 움직이는 속도도 너무 빨라 정체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과학이 현재까지 밝힌 바로는, 빛은 광자(혹은 광양자, photon)라는 알갱이(입자) 같이 생겼으면서 동시에 소리와 같은 파동처럼 생겼다. 이 말은 빛이라는 물질 입자가 파동처럼 흔들리면서 움직인다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빛은 입자도 아니고 파동도 아닌 존재라는 말이다. 즉, 빛은 작은 알갱이(입자)처럼 보이지만 실은 물질 알갱이가 아니다. 또한 소리와 같은 파동처럼 보이지만 그렇다고 순수한 현상도 아니다. 소리는 공기나 물질의 진동이라는 현상인데, 빛은 그런 것이 아니다. 이처럼 빛은 물질도 아니고 현상도 아닌 정말 신비한 하나님의 창조물이다. 물질 같은 현상이라고 불러야 할까?

빛은 물질과 물질 아닌 것의 경계에 있다. 물질처럼 보이지만 물질이 아니고 또 물질이 아닌 현상처럼 보이지만 그것도 아닌 그 경계에 있는 어떤 것이다. 우리가 만지고 보는 물질을 계속 쪼개어 나가면, 원자에 도달하고, 더 쪼개어 나가면 소립자, 그보다 더 쪼개어 나가면 물질과 물질 아닌 것의 경계에 도달하게 되는데 빛이 바로 그런 존재이다. 이 경계에서는 물질이 에너지가 되고 에너지가 물질이 되는, 즉, 물질이 생기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따라서 빛은 비물질과 물질을 연결하는 매개체라 할 수 있다. 빛이 물질의 원천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빛에서 물질이 나오고 물질에서 빛이 나온다.

또 빛은 소리와 같은 진동하는 현상의 성질을 띤다. 소리가 진동수(주파수)에 따라 높고 낮은 각종 소리가 되듯이 빛도 진동수에 따라 각종 다른 빛이 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빛으로 알고 있는 우리 눈에 보이는 빛은 가시광선(visible light)이라는 아주 특수한 빛이다. 가시광선이라는 빛이 더 많이 진동하면 보라색을 띠고 더 적게 진동하면 붉은색을 띤다. 우리가 보는 다양한 색들은 다 이 가시광선이라는 빛의 진동 때문에 생긴다. 이 말은 물질 자체는 색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말이다. 다소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과학적인 개념에서 보면 붉은 장미가 붉은색을 품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붉은색의 빛을 잘 반사하는 물질을 품고 있을 뿐이다. 장미 자체에서는 붉은색이 나올 수 없다. 즉, 물질에는 색이 없다. 모든 색은 빛에서 나온다. 빛이 없으면 아름다운 색깔도 없다. 그런 점에서 색은 빛에 의해 생기는 실체가 없는 현상에 불과하다.

 

빛의 스펙트럼(출처: wikimedia commons)

 

사람은 빛 중에서 이 가시광선이라는 아주 좁은 범위의 빛만 볼 수 있다. 동물 중에는 사람보다 더 넓은 범위의 빛을 보는 종들이 많이 있다. 고양이는 열(적외선)을 눈으로 볼 수 있다. 우리는 열을 몸으로 느낄 뿐 볼 수는 없는데 동물들은 열을 눈으로 보고 행동한다. 그래서 밤에도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볼 수 없는 빛 중에서 자외선(UV)이라는 빛도 있다. 자외선은 가시광선보다 에너지가 더 강해 작은 미생물을 죽이거나 피부를 태운다. 그보다 더 많이 진동을 하는 빛으로는 X선(X-ray)이나 감마선(방사선)이 있다. 이 빛들은 너무 에너지가 강해 우리 몸을 뚫고 나가거나 우리 몸의 DNA를 변형시킬 수도 있다. 그래서 사람의 눈으로는 도저히 볼 수 없고 특수한 기계로만 볼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아주 느린 진동의 빛에는 방송이나 통신 등에서 사용하는 마이크로파나 라디오파 등이 있다. 이 역시 우리는 볼 수 없고 라디오나 휴대폰과 같은 기계로만 그 빛의 존재를 알 수 있다.

빛에는 이렇게 많은 빛이 있고 우리 인간은 그중 아주 적은 범위의 빛만을 볼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빛을 창조하신 하나님께서 왜 우리에게는 아주 좁은 범위의 빛만 보게 하셨을까? 빛에 관한 지식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결코 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고 오히려 우리가 볼 수 없는 것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배운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 눈에 보이는 것만 믿고 그것으로 이 세상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인정하며 하나님의 창조의 깊고 다양하심 앞에서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

성경은 하나님의 영광이나 예수님을 빛에 비유한다. 진리도 빛과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하나님이나 진리를 창조물인 빛으로 결코 다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현대 과학이 밝힌 빛을 알면 알수록 하나님이 왜 첫째 날 시간과 공간과 함께 빛을 만드셨을까 어렴풋이 짐작해 볼 수는 있다. 빛이 둘째 날부터 시간과 공간을 채워나갈 물질이나 현상의 원천이기 때문일 것이다. 2019년 새해가 밝았다. 여느 해처럼 올해도 역시 많은 사람들이 새해에 떠오르는 빛을 보기 위해 동해나 산 위로 몰려갔다. 필자도 태백산을 오르면서 눈에 보이는 이 빛을 넘어 이 빛을 만드신 참 빛이신 예수님을 더 잘 알아가는 한 해가 되기를 소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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