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에서 일어나는 가장 중요한 변화는 ‘지금이 어떤 때인가?’라는 인식과 관련이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 복음은 하나님이 펼쳐나가시는 거대한 역사 이야기 안에서 오늘 우리가 속한 시대가 어느 때인지를 말해줍니다. 이러한 ‘때’에 대한 인식에 따라 기도의 방향과 내용이 바뀌는 것입니다.(본문 중)

노종문(좋은나무 편집주간)

 

하나님 나라 복음의 관점에서 기도를 어떻게 이해하고 실천해야 할까요? 하나님 나라 복음을 온전히 이해하게 된다면 우리의 기도는 어떻게 달라지게 될까요?

첫째로, 기도에서 일어나는 가장 중요한 변화는 ‘지금이 어떤 때인가?’라는 인식과 관련이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 복음은 하나님이 펼쳐나가시는 거대한 역사 이야기 안에서 오늘 우리가 속한 시대가 어느 때인지를 말해줍니다. 이러한 ‘때’에 대한 인식에 따라 기도의 방향과 내용이 바뀌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씨 뿌리는 자의 비유로써 하나님 나라가 ‘말씀의 씨 뿌림’을 통해 도래한다고 가르치셨습니다(마 13:1-23).[1] 그리고 첫 세대 제자들인 사도에게 땅끝까지 나아가며 복음의 씨를 뿌리라는 명령을 주셨습니다(마 28:18-20). 이 명령을 물려받은 교회의 복음 전파는 주님이 다시 오실 때까지 진행되고 확산되어 나갑니다(마 24:14). 그러므로 지금은 어떤 때입니까? 바로 복음이 전파되는 때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하나님의 은혜와 용서가 선포되는 기간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 그동안 사람들을 속박했던 죄와 사탄으로부터의 근본적 해방, 거듭남과 성령의 선물, 새로운 창조가 시작되었다는 소식이 전파됩니다. 이런 ‘때’의 인식은 전형적으로 사도 바울의 다음과 같은 말에 나타납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헛되이 받지 말라. 이르시되, ‘내가 은혜 베풀 때에 너에게 듣고, 구원의 날에 너를 도왔다’ 하셨으니, 보라, 지금은 은혜 받을 만한 때요, 보라, 지금은 구원의 날이로다”(고후 6:1-2).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 사건은 하나님의 세계사에서 옛 시대와 새 시대를 갈라놓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 나라 복음 선포 이후에 사는 성도의 기도는 그 모습이 완전히 바뀝니다. 이 차이를 분명히 느껴보기 위해 다니엘의 기도(단 9장)와 바울의 기도(에베소서 1장, 3장)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의인 다니엘은 하나님의 나라 도래를 기다리며 다음과 같은 기도를 올렸습니다.

우리 주 하나님이여, 우리는 범죄하였고 악을 행하였나이다. 주여 구하옵나니 주는 주의 공의를 따라 주의 분노를 주의 성 예루살렘, 주의 거룩한 산에서 떠나게 하옵소서. 이는 우리의 죄와 우리 조상들의 죄악으로 말미암아 예루살렘과 주의 백성이 사면에 있는 자들에게 수치를 당함이니이다. 그러하온즉 우리 하나님이여, 지금 주의 종의 기도와 간구를 들으시고 주를 위하여 주의 얼굴 빛을 주의 황폐한 성소에 비추시옵소서. … 우리가 주의 앞에 간구하옵는 것은 우리의 공의를 의지하여 하는 것이 아니요 주의 큰 긍휼을 의지하여 함이니이다. 주여 들으소서, 주여 용서하소서, 주여 귀를 기울이시고 행하소서, 지체하지 마옵소서. 나의 하나님이여, 주 자신을 위하여 하시옵소서. 이는 주의 성과 주의 백성이 주의 이름으로 일컫는 바 됨이니이다. (다니엘 9:15-19)[2]

 

영화 ‘선 오브 갓’ 스틸컷.

 

한편, 바울은 다음과 같은 기도를 드렸습니다.

찬송하리로다. 하나님 곧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하늘에 속한 모든 신령한 복을 우리에게 주시되, 곧 창세 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택하사 우리로 사랑 안에서 그 앞에 거룩하고 흠이 없게 하시려고, 그 기쁘신 뜻대로 우리를 예정하사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자기의 아들들이 되게 하셨으니, 이는 그가 사랑하시는 자 안에서 우리에게 거저 주시는 바 그의 은혜의 영광을 찬송하게 하려는 것이라. …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 영광의 아버지께서 지혜와 계시의 영을 너희에게 주사 하나님을 알게 하시고, 너희 마음의 눈을 밝히사 그의 부르심의 소망이 무엇이며, 성도 안에서 그 기업의 영광의 풍성함이 무엇이며, 그의 힘의 위력으로 역사하심을 따라 믿는 우리에게 베푸신 능력의 지극히 크심이 어떠한 것을 너희로 알게 하시기를 구하노라. (에베소서 1:3-6, 17)

이러므로 내가 하늘과 땅에 있는 각 족속에게 이름을 주신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고 비노니, 그의 영광의 풍성함을 따라 그의 성령으로 말미암아 너의 속사람을 능력으로 강건하게 하시오며, 믿음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께서 너희 마음에 계시게 하시옵고, 너희가 사랑 가운데서 뿌리가 박히고 터가 굳어져서, 능히 모든 성도와 함께 지식에 넘치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고, 그 너비와 길이와 높이와 깊이가 어떠함을 깨달아 하나님의 모든 충만하신 것으로 너희에게 충만하게 하시기를 구하노라. 우리 가운데서 역사하시는 능력대로 우리가 구하거나 생각하는 모든 것에 더 넘치도록 능히 하실 이에게, 교회 안에서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영광이 대대로 영원무궁하기를 원하노라. 아멘. (에베소서 3:14-21)

예수님 이전의 성도의 기도와 예수님 이후의 성도의 기도가 어떻게 다른지 이 기도들이 잘 보여줍니다. 이런 변화는 ‘때’에 대한 인식 때문입니다. 만약 우리의 기도가 이런 변화된 ‘때’를 반영하지 않는다면 그 기도는 ‘시대착오적인’ 기도가 됩니다. 예수님이 가져오신 하나님 나라와 십자가와 부활 이후 본격적으로 개시된 새 창조의 시대에 걸맞은 기도를 드려야만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하나님 나라 복음이 가져온 이 변화가 얼마나 놀랍고 근본적인 것인지를 깊이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저는 이런 관점에서 신약성경의 모든 기도문들을 다시 읽어보면서, 그 기도와 간구들이 구약 시대 성도의 기도들과 얼마나 다른지를 새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3] 신약의 기도들에는 하나님의 죄 사함과 구원에 대한 감사, 아버지로서 베푸시는 은혜와 사랑에 대한 신뢰가 넘쳐흐릅니다. 이것은 구약의 성도들이 그토록 찾고 경험하고자 했던, 그러나 간헐적으로만 맛볼 수 있었던 복입니다. 물론 예수님과 사도들의 모범을 따라 우리는 지금도 시편과 구약 성경의 기도들을 암송하고 그 말씀들로 기도할 수 있지만, 그 모든 기도의 언어는 변화된 시대에 걸맞게 적절히 개정하여 사용해야만 합니다. 우리의 기도가 과연 복음의 시대에 속한 기도인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1] 앞의 글 [하나님 나라⑥] “예수님의 하나님 나라 가르침: 씨 뿌리는 자의 비유” 참조.

[2] 이와 유사한 기도로서 다음 기도들도 참조: 에스라 9:6-15; 느 1:5-11; 9:6-37.

[3] 신약 성경에 나오는 모든 중요한 기도들을 뽑아서 해설한 자료로서, 톰 라이트, 『신약의 모든 기도』, 백지윤 옮김(IVP, 2015)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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