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나라 복음에 따라 제자도를 형성하는 패턴은, 예수님의 말씀을 읽고 경청하고, 성령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고, 실천을 위해 능력과 지혜를 간구하고, 담대하게 실행하고 관찰해보고, 그 결과를 성찰해보는 것입니다. (중략) 산상수훈은 예수님의 가르침 중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말씀이며, 예수님의 제자 공동체가 어떤 모습으로 형성되어갈 것인지에 대한 예수님의 비전을 제시하는 말씀입니다.(본문 중)

노종문(좋은나무 편집주간)

 

예수님이 선포하신 하나님 나라 복음의 결과로 교회가 출현하게 되었습니다. 그 복음이 가리키는 바에 따르면, 교회는 하나님의 직접 통치를 받는 갱신된 이스라엘로서 예수님의 말씀을, 성령의 도우심을 힘입어 순종하는 제자들의 공동체입니다. 예수님은 지상사역 가운데 제자들에게 하나님 나라 백성의 삶을 가르치셨고, 승천하신 후에는 그 가르침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령을 보내셔서 각 사람에게 내주하게 하셨습니다. 성령님은 예수님의 말씀이 성취되도록 도우시려고 오셨으며(요 14:26), 제자들은 성령의 도우심으로 예수님의 말씀을 살아냄으로써 하나님의 백성으로 빚어져 가게 됩니다. 그러므로 오늘날 교회가 의도적으로 초점을 맞추어야 할 부분은 ‘예수님의 말씀’과 ‘성령님’입니다.

먼저, 예수님의 말씀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은 예수님의 사상(가르침의 전체 내용)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복음서에 나타난 각 말씀의 의미를 이해하며, 예수님이 행하라고 명령하신 것을 그 의도대로 하나하나 실천하는 일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입니다. 또한, 성령님께 초점을 맞춘다는 것은 참된 그리스도인 안에 성령님이 내주하신다는 놀라운 사실을 자각하고(롬 8:9), 성령님과 대화하며 그분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고, 성령님의 도우심으로 예수님의 명령에 순종하는 삶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말씀과 성령님, 이 둘은 분리되지 않고 단단히 결합된 하나입니다. 예수님 말씀을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은 성령님으로부터 오며, 성령의 음성이 가장 뚜렷이 들리는 장소는 예수님의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성령님의 음성을 허공이 아닌 예수님의 말씀 안에서 그것을 통해 들으려고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묵상하고 실천하려고 하면서 성령님과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성령님을 경험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17세기 네덜란드의 화가 렘브란트(1606~1669)가 그린 산상수훈. (출처: Getty Image 갈무리)

 

그러므로 하나님 나라 복음에 따라 제자도를 형성하는 패턴은, 예수님의 말씀을 읽고 경청하고, 성령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고, 실천을 위해 능력과 지혜를 간구하고, 담대하게 실행하고 관찰해 보고, 그 결과를 성찰해 보는 것입니다. 앞으로 산상수훈(마태복음 5-7장) 말씀을 살펴보면서 함께 이 패턴을 실천해 보고자 합니다. 산상수훈은 예수님의 가르침 중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말씀이며, 예수님의 제자 공동체가 어떤 모습으로 형성되어갈 것인지에 대한 예수님의 비전을 제시하는 말씀입니다. 이 말씀을 몇 부분으로 나누어 읽고 묵상하면서 실제로 성령의 음성을 듣고 순종해 보는 연습을 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이를 위해 산상수훈의 각 부분을 간략히 해설하고 실천을 위한 도움 말씀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마태복음 5:1-16[1]

 

5:1 무리를 보시고 산으로 올라가셨다. 그가 앉으시자 그의 제자들이 그에게로 나아왔다. 2 그의 입을 열어 그들을 가르치셨다. 말씀하시기를,

 

3 복 있도다, 영이 가난한 자들이!

하늘나라[2]가 그들의 것이다.

4 복 있도다, 울고 있는 자들이![3]

그들이 위로받을 것이다.[4]

5 복 있도다, 온유한 자들이!

그들이 땅을 물려받을 것이다.[5]

 

6 복 있도다,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들이!

그들이 배불리 먹게 될 것이다.[6]

7 복 있도다, 긍휼을 베푸는 자들이!

그들이 긍휼 베풂을 받을 것이다.

8 복 있도다, 마음이 깨끗한 자들이![7]

그들이 하나님을 볼 것이다.

9 복 있도다, 화해를 중재하는 자들이!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들이라 불릴 것이다.

10 복 있도다, 의 때문에 핍박을 받고 있는 자들이!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산상수훈의 첫 부분에서 예수님은 갈릴리의 한 산에 올라 제자들과 무리들에게 새로운 강령을 선언하십니다(1절). 이 장면은 출애굽 이야기 속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시내산에서 모세를 통해 하나님의 율법을 부여받는 장면을 연상하게 합니다.[8] 그 율법은 하나님과 언약을 맺은 이스라엘이 장차 어떤 백성이 되어야 할지를 제시하는 명령들이었습니다. 이와 유사하게 예수님은 산상수훈의 말씀을 통해 새로운 하나님의 백성, 새 이스라엘이 되도록 부름받은 제자들이 장차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야 할지를 명시하십니다.

산상수훈을 열어주는 예수님의 첫 번째 말씀은 8복 말씀, 즉, 여덟 가지 복의 선언입니다. 이 말씀들은 앞의 세 가지 복과 뒤의 다섯 가지 복으로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8복 말씀의 처음 세 가지 복에서는 ‘가난한 자’(3절)와 ‘온유한 자’(5절)가 히브리어로 동일한 단어인 ‘아나브’(가난한, 겸손한, 온유한)에서 나온 단어이므로 서로 괄호를 이루고 그 가운데 ‘울고 있는 자’(4절)가 들어가 셋이 한 그룹을 이룹니다(A-B-A’).

이 세 가지 복 선언 말씀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복을 얻게 될 사람이 누구인지를 언급합니다. 즉, 하나님을 바라보기에 하나님을 향해 영이 가난하고, 사람들을 향해 마음이 온유하며, 지금 눈물로써 하나님의 개입과 돌보심을 기다리는 자들이 바로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갈 사람들입니다. 하늘나라는 뜻밖에도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는 경쟁력이 없는 루저 같은 사람들에게 선물로 주어집니다. 그들은 모두 연약해 보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하나님을 바라본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사람이 자기 힘으로 성취해내야 할 대의가 아니며, 겸손히 받아야 하는 선물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하나님이 성취하시는 나라이며 우리는 모두 자격이 없지만 그 나라에 초대받은 손님들입니다. 그리고 그 나라에는 세상의 부자와 강자가 아니라 영이 가난하고 온유한 자들이 들어가게 됩니다.

8복의 다음 다섯 가지 복은 4번째 복(의에 주리고 목마름)과 8번째 복(의 때문에 핍박받음)에 ‘의’에 대한 언급이 나와 구조상 괄호를 이루는 것 같습니다(C-D-E-D’-C’). 이런 배열의 경우 강조되는 부분은 중심(‘마음이 깨끗함’)과 바깥쪽(‘의’)입니다. 그리고 8번째 복에 대한 약속과 첫 번째 복에 따르는 선물이 똑같이 ‘하늘나라’가 되어 8가지 복 선언 전체를 하나로 묶는 괄호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특별한 건축학적인 구조를 기억하면 이 8복 말씀을 더 잘 암송할 수 있습니다.

이 후반의 다섯 가지 복은 하나님 나라 백성이 장차 어떤 삶의 모습을 나타내게 될지를 보여줍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의가 나타나기를 갈망하고, 이웃을 긍휼히 여기며, 깨끗한 마음으로 하나님 앞에 나가 기도하며, 불화한 곳에서 화해를 중재하며(peacemaking), 의를 위해서 자기희생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모습은 예수님이 그 제자들을 빚어나가실 목표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8복은 모두 ‘~해야 한다’라는 명령문이 아니라 복을 선언하는 축복문임을 기억하십시오. 이 목록은 구원에 이르는 조건이라기보다는 참된 제자와 가짜 제자를 구별하는 표지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서 성령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면 성령님이 우리를 점차 이런 모습으로 형성해 가십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시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복의 선언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겸손히 경청하는 제자 공동체는 부지불식간에 그렇게 변화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오늘 우리는 이 8복 말씀을 어떻게 묵상해야 할까요? 한동안은 매일 20분 정도 시간을 내어 이 말씀을 반복해서 묵상하며 내 마음과 기억이 이 말씀으로 촉촉이 젖어 들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말씀들을 하나씩 조용히 읊조리며 궁극적으로 빚어져 가야 할 나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그러는 중에 특히 마음에 의미 있게 느껴지는 한 가지 말씀을 가지고 성령님과 대화를 나눕니다. 나에게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것을 간구하고, 마음에서 생겨나는 소원이 있다면 아룁니다. 성령님이 이 말씀들을 통해 오늘 나에게 명령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귀 기울이며 생각해 보고 그 부분을 가지고 더 구체적인 실천 방안에 대해 성령님과 대화를 나누어 봅니다. 예수님이 당신의 말씀을 실천할 때에만 반석 위에 집을 지을 수 있다고 하셨음을(마 7:24) 기억하십시오. 오늘 성령님과 함께 실천해 볼 일을 생각해 내고, 실천을 위해 성령님의 능력과 도우심을 간구하며 기도를 마칩니다. 그리고 기도를 마치자마자 그 말씀을 신속히 실천하며 성령님이 어떻게 함께 일하시는지를 살펴봅니다.


[1] 해설의 편의를 위해 앞으로 성경 본문은 직역에 가까운 필자의 번역으로 제시합니다.

[2] ‘하늘나라’는 ‘하나님의 나라’와 같은 말이며 ‘하나님의 다스림’을 의미합니다.

[3] 사 61:2-3.

[4] 8복 말씀에 나온 수동형 표현들(5, 6, 7, 9절)은 ‘신적수동태’라고도 하는 예수님의 특징적인 어법인데(요아킴 예레미아스), “너희가 위로를 받을 것이다”는 “하나님이 너희를 위로하실 것이다”로 이해하면 됩니다.

[5] 시 37:11.

[6] 헬, 코르타조: 꼴을 먹다(요 6:35; 시 23편).

[7] 시 24:3-4.

[8] 출 19-2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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