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대와 합동 교단에서 여성에 대한 문제 발언들이 계속되고 있는 이유는 학교와 교단이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시대의 변화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략) 합동 교단은 남성만 목사 안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목사도 교수도 남성들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단과 신학교는 지금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성들의 의식 변화나, 성희롱이나 성차별적 발언 등 성 인지 감수성과 관련된 문제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인식하더라도 그 변화에 적응하는 속도가 매우 느리다. 이것은 남성들만 존재하는 영역의 문화가 가질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이다.(본문 중)

박유미(안양대학교 교수, 구약학)

 

지난 11월 18일 총신대 총학생회는 성명서를 통해 그동안 교수들이 수업 시간과 채플 시간에 한 성희롱 혹은 성차별 발언 중 심각한 문제가 된다고 판단한 발언들을 공개하고, 학교 측에 해당 교수들에 대한 징계와 이런 성희롱 성차별적 발언들이 교내에서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총신대에서는 지난 10월에도 한 교수가 수업 중에, 여학생들이 헤어롤이나 화장을 하는 등의 행동은 매춘부나 하는 짓이라는 막말을 해 큰 파문을 일으킨 적이 있다. 2003년에도 당시 합동[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교단의 총회장이 채플 시간에 ‘기저귀 찬 여성은 강대상에 오를 수 없다’는 역사에 길이 남을(?) 여성 혐오 발언을 하여 크게 논란이 된 적도 있다. 이렇게 총신대에서 일어나는 성희롱 성차별 발언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거듭된 질문에 대답하지 않으며 조용히 하라는 제스쳐만 취하는 발언 당사자.(출처: 뉴스앤조이)

 

현재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총신대와 합동 교단의 여성 차별, 여성 혐오, 성희롱 발언은 지각없고 몰상식한 몇몇 개인 교수나 목사의 일탈이 아니다. 실제로 이런 발언을 한 교수들은 학생들 사이에서 그다지 평판이 나쁜 사람들이 아니며, 심지어 몇 명은 작년에 있었던 총신대 사태에서 개혁적인 입장에 서 있던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발언이 왜 문제가 되는지 아직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 학내에서는 이런 종류의 발언이 교수들과 학생들에 의해 빈번하게 이루어져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심지어 ‘기저귀 발언’을 한 전 총회장 목사도 사적 모임에서 ‘목사들이 모여서 여상하게 하던 말이 왜 이렇게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며 하소연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렇게 예나 지금이나 총신대와 합동 교단은 자신들의 발언이 여성 차별, 여성 혐오, 성희롱 발언인지도 인식하지 못하고 누군가 지적해도 그것이 왜 지적받아야 할 문제인지를 인식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렇게 총신대와 합동 교단에서 여성에 대한 문제 발언들이 계속되고 있는 이유는 학교와 교단이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시대의 변화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5월에 발생했던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 한국 사회의 여성들은 여성 혐오 문화를 없애고 여성과 남성이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목소리를 내며 행동하기 시작했다. 또한 2018년 1월 서지연 검사로부터 촉발된 #MeeToo 운동은 여성에 대한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을 심각한 범죄로 인식하게 만들었고, 그동안 감추어졌던 사회 곳곳의 남성 권력에 의해 일어난 성범죄들을 드러냈다. 이런 일들로 말미암아 일반에서는 여성에 대해 부적절한 발언을 하면 비난을 받고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는 것이 사회적인 통념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변화는 짧은 시간 동안에 급격하게 빨리 일어났다.

그런데 합동 교단과 총신대가 이런 변화를 읽지 못하는 이유는 교단과 학교가 남성들만의 세상이기 때문이다. 합동 교단과 신학교는 남성 목사들과 남성 교수들로만 이루어져 있다. 합동 교단은 남성만 목사 안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목사도 교수도 남성들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단과 신학교는 지금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성들의 의식 변화나, 성희롱이나 성차별적 발언 등 성 인지 감수성과 관련된 문제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인식하더라도 그 변화에 적응하는 속도가 매우 느리다. 이것은 남성들만 존재하는 영역의 문화가 가질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이다. 또한 이런 남성 문화 속에서 여성은 남성과 동등한 인격체로 인정받거나 존중받지 못하고 종종 열등한 존재나 성적대상으로 여겨진다. 그러므로 여성에 대한 차별 발언이나 외모 평가, 혹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적 농담이 아무렇지도 않게 이루어지게 된다. 특별히 악의가 있거나 비상식적이어서가 아니라, 남성 문화에 익숙해진 나머지 이런 말이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아예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총신대 학부에서 성희롱 발언 문제가 불거졌을 때, 일부 교수는 신대원에서는 문제가 안 되었는데 왜 학부에서는 이를 문제 삼느냐며 항의를 하기도 하였다. 여학생이 절반 이상 되는 학부와는 달리 신대원은 남학생이 95%이며 여성 교수도 전무한 남성 세계다. 그러니 교수나 학생이 함께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하지 않고 넘어간 것이다. 이 문제가 심각한 이유는, 이렇게 여성을 차별하고 비하하는 남성 문화에 익숙해진 남성 사역자들이 여성들이 다수인 교회에서 문제를 일으키기가 쉽다는 것이다. 실제로 여성 차별에 예민한 요즘 여학생들과 여성 청년들이 이런 문제 발언에 항의를 하거나 상처받고 교회를 떠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지난 9월 23일부터 4일간 진행된 예장합동 총회.(출처: 뉴스앤조이 갈무리)

 

신학적으로도 합동 교단의 신학은 남성들에 의해서만 만들어지다 보니 필연적으로 남성 중심적이고 여성을 차별하는 가부장적인 관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런 한계에 대해선 침묵하고 남성적 관점을 ‘성경적 관점’이라고 가르쳐왔다. 이런 남성 중심의 구조와 신학 속에서 남성은 규정하는 우월한 존재로, 여성은 규정받는 열등한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여성의 고유한 신체적 사회적 경험과 생각과 감정을 무시하고 남성의 관점에서 함부로 여성은 이렇다 저렇다, 혹은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남성 교수나 목사가 여성들이 자신의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어떻게 느낄지, 그리고 여성의 경험이 실제로 어떠한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신학적, 성경적 권위를 내세워 여성의 몸을 마음대로 규정하고 여성에 대한 민망한 말이나 받아들이기 힘든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이다. 그러니 ‘여성은 남성을 유혹한 유혹자이자 죄인’이며 ‘여성은 늘 남편을 사모하고 남편의 다스림을 받아야 하는 존재’이며 ‘여성의 생리는 부정하기 때문에 여성은 부정한 존재’라거나 ‘여성은 감정적’이라거나 ‘여성의 본래 소명은 가정에서 남편에게 순종하고 아이들을 잘 키우는 현모양처가 되는 것’이라는 등의 여성 차별적 발언들이 학교와 교단 안에서 심심찮게 튀어나오는 것이다.

 

지난 9월 23일,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104회 총회가 열리는 충현교회 앞에서 여성 안수 시행을 촉구하는 퍼포먼스가 진행되었다.(출처: 뉴스앤조이)

 

이런 남성 중심적 신학에서 여성을 가장 심하게 왜곡하고 차별한 잘못된 성경 해석은 여성에게 유혹자 프레임을 씌우는 것이다. 야곱의 딸 디나가 성폭행당하는 사건(창 34장)도 디나가 외출한 것이 문제라고 말하거나, 다윗의 위계에 의한 성폭행 사건(삼하 11장)도 밧세바의 유혹 때문이라고 주장하거나, 솔로몬과 아합의 불신앙도 모두 이방 아내의 유혹 때문이라며 잘못을 여성에게 돌리는 식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성경 해석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데, 첫째는,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인격으로 보지 않고 남성을 유혹하는 존재로 보며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것이다. 이런 인식은 여성의 모든 행동을 성적인 행동으로 판단하여, 화장하는 것도, 옷 입는 것도, 말하는 것도, 심지어 나이의 많고 적음까지도 성적인 것과 연결하여 농담하고, 여성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손쉽게 유혹자, 혹은 문제 있는 여성이라는 낙인을 찍는 것으로 이어진다. 둘째는, 남성의 성범죄를 여성의 잘못으로 돌리는 것이다. 이런 사고방식으로, 남성 목사는 성범죄를 일으켜도 유혹을 받아 잠시 탈선한 것으로 여기고 감싸려 하는 반면, 피해 여성에게는 꽃뱀, 처신을 잘못한 여성이라 비난하며 2차, 3차 가해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렇게 총신대와 합동 교단의 성희롱 성차별 발언은 여성을 차별하는 남성 중심의 문화와 신학의 필연적인 결과이며, 교회 내에서 남성 권력이 어떻게 맹위를 떨치고 있는지를 보여준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합동 교단과 총신은 사회의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고, 여성도 하나님의 형상을 가진 남성과 동등한 존재임을 인정하고, 여성 목사와 여성 교수를 세워 남성 중심의 문화와 신학을 타파하고, 성경이 지향하는 남녀평등의 방향으로 입장을 고쳐야 한다. 만일 이런 변화를 거절하고 계속 남성 중심의 문화와 신학을 주장하며 여성을 차별하고 함부로 말한다면 총신과 합동 교단의 미래는 없다. 여성을 존중하지 않는 교회에 더 이상 여성이 없을 것이고, 여성이 없는 교회는 더 이상 교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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