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이제 교회는 온라인 서비스나 온라인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발상을 전환하여 온라인 교회 개척이라는 새로운 시도 추구해야 한다고 본다. 물론 온라인 교회가 새 시대 교회의 유일한 대안이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급변하는 미디어 변혁의 시대에 사이버스페이스가 새로운 선교지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일단, 이번 코로나 사태로 교회 안에서 온라인 예배와 활동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줄어들었다. 더욱이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던 교회와 성도들이 온라인 접속이란 장벽을 본의 아니게 극복할 수 있었다.(본문 중)

윤영훈(성결대학교 신학부)

 

이른 아침, 핸드폰 예배 알림이 옛 교회의 새벽 종소리처럼 들려온다. 희미한 SNS 알림 소리가 신기하게도 나의 단잠을 깨운다. 온라인에 접속하고 경건하게 무릎 꿇는다. 코로나 이전에는 한동안 잊고 지낸 새벽 기도가 다시 시작된 것이다.

수요일 저녁, 바쁜 일이 있어 예배 시간을 한참 넘겨 집에 돌아왔다. 그러나 핸드폰에 남겨져 있는 예배 알림을 따라 뒤늦게 온라인에 접속해 예배에 참여했다. 예배 시간에 늦었지만 예배의 감동은 여전하다. 신기하게도 목사님의 말씀이 한 구절 한 구절이 또렷하게 들린다. 동시성을 넘어 비동시적 예배 참여가 가능해진 것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한동안 부담 없이 제쳐 놓았던 수요 말씀 사경회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주일에 온 가족이 거실에 모여 온라인에 접속해 예배를 본다. 처음엔 키득거리던 아이들도 이내 함께 찬송하며 예배한다. 어른들 예배를 지루해 하던 녀석이 불평 없이 아빠와 함께 정성스레 예배를 본다. 예배 직후엔 헌금도 온라인으로 이체하며 어려움을 당한 이웃을 위해 함께 기도했다. 코로나 사태 이전, 주일마다 몸은 교회에 다녔지만 습관적 종교 행위에 머물러 있던 나의 영성이 다시 되살아나는 기분이다.

온라인 예배의 장점과 유익함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것 역시 익숙해지면 다시 매너리즘에 빠지게 될 테니까. 브라이언 맥클라렌(Brian McLaren)은 자신의 저서 『저 건너편의 교회』(The Church on the Other Side)에서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교회가 필요하다”고 역설하며, 포스트모던 시대에 지금껏 개신교회가 이루어 온 조직화된 교리, 형식, 목회 방식과 “불연속성을 극대화”하는 급진적 패러다임 전환을 요청한다.1) 그는 특히 선교에서도 공간적 개념을 넘어 시간적 개념을 끌어와 새로운 시대의 사람들을 향한 선교적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이 새로운 상황을 어쩔 수 없이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기대감을 표명한다. “나는 지금껏 보아온 새로운 세계가 마음에 든다. 그것은 때로 나를 불안하게 하지만 나는 구세계로 돌아가길 원치 않는다. 어쩌면 내가 구세계에 싫증을 느꼈는지 모르겠다. 나에게 새로운 세계는 기회로 가득한 것처럼 보인다.”2)

 

미국 모 감리교회의 유튜브 실시간 중계 예배. ⓒflickr.

 

온라인 예배의 경험이 오히려 나의 신앙과 교회를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던 것은, 나도 현 교회와 예배에 대해 맥클라렌이 고백한 ‘싫증’을 느꼈기 때문은 아닐까? 이번 코로나 사태가 나에게 습관적 신앙생활을 넘어서는 계기가 된 것처럼, 마찬가지로, 한국교회에 대해서도 이 사태는 위기가 아닌 새로운 전환을 위한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와 한국기독교언론포럼이 실시한 ‘코로나19가 한국교회에 미친 영향’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90%의 개신교인들이 현장 예배 중단과 온라인 예배 진행에 찬성하였다.3) 온라인 예배는 코로나19 상황이 종료되더라도 한국교회의 생태에 상당한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것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이제 교회는 온라인 서비스나 온라인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발상을 전환하여 온라인 교회 개척이라는 새로운 시도 추구해야 한다고 본다. 물론 온라인 교회가 새 시대 교회의 유일한 대안이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급변하는 미디어 변혁의 시대에 사이버스페이스가 새로운 선교지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일단, 이번 코로나 사태로 교회 안에서 온라인 예배와 활동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줄어들었다. 더욱이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던 교회와 성도들이 온라인 접속이란 장벽을 본의 아니게 극복할 수 있었다. 마치 인터넷 뱅킹같이, 처음 접속은 어렵지만 한번 편리함을 경험하면 되돌아가기가 어렵다.

역사를 돌아보면 기독교는 새로운 기술 문명과 미디어의 발전과 만날 때 이를 활용하며 영적 순례와 선교 활동을 지속해 왔다. 오늘날 뉴 미디어 시대를 맞이하며 교회는 또 다른 미디어 순례의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 온라인 교회의 가능성은 이미 오래전에 기획되고 실행되고 있는데, 인터넷이 본격화된 1990년대 중반부터 미국에서 등장하기 시작했다. 1994년 장로교 목회자 찰스 헨더슨이 온라인 교회를 설립했고, 1998년에는 감리교회에서도 알파교회(Alpha Church)가 창립되었다. 가장 크게 성장한 교회는 라이프닷처치(Life.Church)이다. 1996년 차고에서 시작해 현재 매주 약 7만 명의 성도가 온라인으로 예배에 참석한다. 구역 모임에 해당하는 ‘인터넷 캠퍼스’도 활성화되어 있다. 2006년부터는 미국 전역에 지역 센터들을 개설하여 성도들에게 ‘오프라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4)

브랜다 브래셔(Brenda Brasher)는 자신의 저서에서 ‘온라인 종교’(online religion)는 우리가 “지원하고 보호할 글로벌 미래의 동반자”라고 역설한다.5) 그녀는 ‘온라인 쇼핑’과 ‘온라인 데이팅’이 활성화된 바로 그 시점부터 수많은 영적이며 종교적인 소통과 체험이 온라인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참여의 이유와 형식도 매우 다양하다고 분석한다. 그녀는 온라인 시대에 사람들은 여전히 ‘영적인 필요’를 강하게 느끼며, 그들은 기존 교회가 아닌 사이버 공간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구도하고 있다고 말한다.6) 따라서 온라인 교회의 기본 전제는 기존 교회와 동일한 형식의 목회 프로그램을 온라인 공간에 제공하는 것 이상이어야 한다. 온라인 세계의 특수한 성격을 반영하고, 새로운 접근과 새로운 프로그램들이 창조될 때에만 그 가능성과 효용성을 지닐 수 있다.

 

ⓒonline-tech-tips.

 

온라인 교회의 성패는 그 콘텐츠의 차별화에 달려 있다. 단지 오프라인에서 진행되는 예배와 프로그램을 중계하는 것을 넘어서는 새로운 콘텐츠 구성이 요청된다. 굳이 실시간일 필요는 없다. ‘동시성’(live)을 넘어 언제 어디서나 접속이 가능한 ‘비동시성’이야 말로 온라인 콘텐츠의 가장 중요한 변혁 요소이기 때문이다. 정교한 구성과 촬영과 편집을 통해 불필요한 요소들은 덜어내고 필요한 부분을 더 강조하고 보정하는 후반 작업이 미디어 콘텐츠의 미덕이다. 또한 예배뿐 아니라, 강연, 상담, 코이노니아, 예능, 여행 등 다양한 콘텐츠가 서로 연결되고 데이터베이스로 구축될 때 온라인 교회는 더욱 풍성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다.

하나님과 신자들의 인격적 만남, 성스러운 상호작용을 전제로 하는 전통적 교회를 온라인 교회가 완전히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 교회는 기본적으로 교인들에게 소속감을 제공하는데, 온라인 교회도 그런 소속감을 줄 수 있을까? 일시적이거나 보완적이라면 몰라도 온라인 예배만으로도 건강한 신앙생활이 지속 가능할까? 세례와 성만찬과 같은 성례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 과거 미국의 TV 전도자들(televangelist) 경우처럼 상업적 세속주의로 함몰되는 문제들은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과 비판은 계속해서 제기될 것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한국의 교회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예배가 공포가 되는 상황에서 교회와 성도는 신학적으로, 또한 목회적으로 당황했다. 외부 사람들의 서늘한 눈초리에 주눅이 들기도 했다. 이것은 진정한 예배와 교회가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묵상의 계기가 되고 있다. 예수님은 사마리아 여인과의 만남에서, 참된 예배자는 “이 산에서도 말고 예루살렘에서도 말고” “신령과 진정으로” 하나님을 찾는 자라고 말씀하신다(요 4:20-25). 하나님이 찾으시는 것은 ‘예배’라는 형식보다 ‘예배자’라는 말씀이다. 온라인 교회의 가능성은 바로 이 중심에서 시작될 수 있다. 온라인 교회의 위험 또한 이런 중심의 함몰로 인한 실용주의와 상업주의에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1) 브라이언 맥클라렌, 『저 건너편의 교회』(낮은울타리, 2002), 19-30.

2) 앞의 책, 14.

3) 김승환, “코로나19가 끝나면 온라인 예배는 사라져야 할까?” 「한국일보」 (2020년 4월 22일).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2004221430364900.

4) 라이프닷처치 홈페이지를 참조. https://www.life.church/

5) Brenda E. Brasher, Give Me That Online Religion (San Francisco: Jossey-Bass, 2001), 11.

6) 앞의 책, 6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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