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교권 보호 4법의 통과는 지난 7월 서이초 교사의 죽음 이후 매주 토요일마다 이어진 10여 회의 교사들의 대규모 집회와 호소에 대다수의 국민들이 호응한 결과로 나온 것이다. 하지만 이 법의 통과는 교권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긴급 조치일 뿐, 교실 회복을 위한 충분한 조처는 되지 못한다. 당연히 아직 학교 현장에서 체감할 만한 변화는 없다. (본문 중)

정병오(기윤실 공동대표, 오디세이학교 교사)

 

지난 9월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권 보호 4법’이라고 불리는 “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및 “교육기본법” 일부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이 개정안에는 “교원의 정당한 생활 지도는 아동복지법에 따른 신체적 학대·정서적 학대·방임 등의 아동 학대 금지 행위로 보지 않는다.” “목적이 정당하지 않은 민원을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행위, 교원의 법적 의무가 아닌 일을 지속적으로 강요하는 행위 등 학부모의 악성 민원을 교육 활동 침해 유형으로 신설한다.” “학부모가 교육 활동을 침해할 경우 ‘서면 사과 및 재발 방지 서약’, ‘특별 교육·심리 치료 행위’를 조치토록 하고 미이수할 경우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된다.” “교육 활동 침해 학생과 교원은 즉시 분리하고 분리 조처된 학생에 대해서는 별도의 교육 방법을 마련해 운영한다” 등이 주요 내용으로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교권 보호 4법의 통과는 지난 7월 서이초 교사의 죽음 이후 매주 토요일마다 이어진 10여 회의 교사들의 대규모 집회와 호소에 대다수의 국민들이 호응한 결과로 나온 것이다. 하지만 이 법의 통과는 교권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긴급 조치일 뿐, 교실 회복을 위한 충분한 조처는 되지 못한다. 당연히 아직 학교 현장에서 체감할 만한 변화는 없다. 그동안 수십 명의 교사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교실에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게 했던 상황이 개선되려면 다음과 같은 조치가 추가로 있어야 한다.

 

 

첫째, 법률간 충돌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이번 국회가 ‘교권 보호 4법’을 통해 “교원의 정당한 생활 지도는 아동복지법에 따른 신체적 학대·정서적 학대·방임 등의 아동 학대 금지 행위로 보지 않는다”라고 규정했지만,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은 아직 개정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교사의 생활 지도에 대해 아동이나 학부모가 정서적 학대라고 주장하면 수사를 받게 되는 상황은 변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교사들은 아동 학대 처벌 대상에서 교사를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특정 직군에 예외를 허용할 수 없다는 반론도 있고 이 법이 교육위가 아닌 복지위 소속이라 아직 법안 발의만 되었을 뿐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아동복지법이 아동들을 모든 학대로부터 보호하는 원래 취지를 살리면서도 교사들의 정당한 교육 활동을 침해하는 데 악용되지 않도록 어떻게 보완할지에 대한 해법 마련이 절실하다.

 

둘째, 이번에 개정된 법률들이 학교 현장에 실효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관련 예산과 인력의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일례로 이번 법률 개정안에는 교육 활동 침해 학생에 대해 분리하여 별도의 교육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교육 활동 침해로 인해 분리된 학생을 지도할 수 있는 인력과 재정을 전혀 배정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정부는 내년도 교육 예산을 30% 삭감하라고 전국 교육청에 지시했을 뿐 아니라 인력도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예산과 인력의 뒷받침되지 않음으로 인해 어렵게 통과된 교권 보호 법률 개정안이 사문서가 될 상황에 처해 있다. 교권 및 교육 활동 보호에 대해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공감하고 있지만, 예산과 인력의 투입 없는 목소리는 공허할 뿐이고 학교에 또 다른 혼란만 줄 뿐임을 기억해야 한다.

 

셋째, 현재 교실 위기의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인 정서·행동 위기 학생 지원을 위한 논의와 대책 마련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최근 10년 사이에 정서 및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교실 상황에서 괴롭힘의 피해자가 되는 경우도 있고 혹은 교사의 교육권과 다수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이 학생들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교사가 아동 학대 신고와 악성 민원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 정서·행동 위기 학생들에 대해서는 더 많은 관심과 세심한 돌봄이 필요하기 때문에 더 많은 교육 인력이 투입되어야 한다. 조금이라도 어릴 때 이들의 정서와 행동을 교정하고 건강한 사회성을 길러 주는 것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하는 것임을 생각할 때 이는 긴급한 사회적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교권 보호 4법 통과와 추석 연휴로 인해 잠시 쉬었던 교사들의 교권 보호 및 공교육 회복 집회가 다시 시작된다. 지난여름 서이초 교사의 죽음 이후 10여 회에 걸친 매 주말 교사들의 집회와 외침이 있었기에 교권 보호 4법이 통과되었다. 하지만 그러한 집회가 이어지는 동안에도 10여 명의 교사가 악성 민원을 견디다 못해 죽음을 선택했다. 더 이상 교사와 학교에 부과된 부당한 짐으로 인해 죽음을 선택하는 교사가 없도록, 교사들이 교육을 위한 재충전에 집중할 시간에 집회에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이제 남은 과제, 더 어려운 과제에 온 사회가 마음을 함께 하고 공동의 지혜를 모아 가야 한다. 지금 교실의 위기, 교육의 붕괴는 교사들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아이들의 문제, 우리 사회의 미래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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