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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접어들면서 세계적으로 극우 선풍이 불고 있다. 경제 사정이 열악했던 제3세계 국가는 말할 것도 없지만, 그나마도 사정이 나았던 서구 국가에서도 극우 정당들이 정권을 장악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그 틈을 타서 세계대전의 책임을 지고 사라졌던 파시스트 정당들조차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극우 선풍이 부는 배경이 경제적 양극화, 다민족 이민자, 혐오주의 선동, 정치 테러라면, 자유민주주의의 미래는 이 과제들의 해소 여부에 달려 있다. (본문 중)

백종국(경상국립대 명예교수, 기윤실 이사장)

 

극우의 도전

 

최근 국제 사회에서 극우(極右: radical right, far right, 혹은 extreme right) 정치가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프랑스의 르 펭, 아르헨티나의 밀레이 등을 들 수 있다. 파시즘이나 나치즘 혹은 일본 제국주의와는 달리 이들은 제도적 폭력이나 노골적인 독재자 찬양은 삼가고 있다. 그러나 전체주의 숭배나 인종주의 찬양 혹은 특정 이데올로기에 기초를 둔 혐오와 폭력을 일삼는다는 점에서 이전의 패배자들과 매우 유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진보와 보수의 사회적 협약을 통해 유지되는 자유민주주의를 기득권 부패 카르텔이라 매도한다는 점에서도 공통점이 발견되고 있다.

 

경제적 양극화 문제

 

경제 위기는 언제나 극단적 정치 선동을 불러일으키는 직접적인 원인이다. 이는 1930년대의 대공황이 극우 파시즘과 극좌 공산주의를 초래했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21세기의 경제적 양극화는 더욱 미묘하고 파악이 힘든 정치 선동의 배경이다. 세계 경제는 나름 착실히 성장하고 있으나 그 과실은 고르게 분배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산업의 국제화와 자동화로 인해 발생하는 산업 구조 조정으로 인해 과거의 중산층은 점차 약해지고 있다. 이로 인한 불만과 불안은 이미 성인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미래를 꿈꾸고 있는 젊은이들에게도 깊이 파고들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논리로 보면, 이러한 실업과 고통은 시장 메커니즘이 시간을 두고 자동 조정해야 하는 현상이다. 그러나 시장의 자동 조정을 기다리기에는 다수 대중의 고통 문제가 너무 긴박하다.

 

다민족 이민자 문제

 

경제적 양극화로 발생한 고통은 빈번히 다민족 이민자 혐오로 전이되고 있다. 세계화와 수송 수단의 발달로 인구의 이동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산업의 구조 조정을 늦추기 위한 저임금노동력의 확보, 그리고 세계 각지의 분쟁 지역에서 발생한 난민의 수용으로 인해, 노동력의 국제적 이동이 더욱 빨리 진행되고 있다. 국제 이주 통계에 따르면 1970년 8천4백만 명 수준이었던 국제 이주자 수가 2020년에는 2억 8천만 명으로 급증하였다. 이로 인해 1995-2020년간 외국 국적 인구의 비율이 독일은 8%대에서 13%로, 스페인은 2%대에서 11%대로, 영국은 3%대에서 8%대로 증가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이민자는 저임금 노동력으로서 해당 국가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낮은 출산율을 극복하는 수단이 된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실업의 위기에 처한 기존 노동자들이 가지는 박탈감과 함께 다문화 환경의 생성으로 인한 심리적 당혹감은 극우파 선동의 좋은 기초가 되고 있다.

 

 

혐오주의 선동 문제

 

아이러니하게도 소통의 지구화(globalization)를 위해 추진된 국제 사이버 공간이 국제적 규모의 극우 선풍이 가능한 물리적 기반이 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체제가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 아래 기존의 제도권 언론들은 나름의 절제와 자정의 체계를 가지고 있었다. 새로이 등장한 국제 사이버 공간은 거의 무한한 개인적 자유를 제공하고 있다. 새로운 소통의 자유를 악용하여 극우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논쟁과 같은 자유민주주의체제에 대한 냉소와 이민자들에게 대한 무분별한 혐오, 정치적 리더십에 대한 음모론 등을 그들만의 근거와 논리로 섞어서 퍼뜨리고 있다. 이성적 논쟁보다는 감성을 건드리는 왜곡・혐오・조롱을 통해 조회 수를 늘림으로써 정치적 영향력과 금전적 보상을 함께 증대시키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이정은의 분석처럼, 무조건적 부정과 부정의 연속만 부각시키는 부유하는 주체로서의 “제3세대 개인주의”가 극우의 사상적 배경이 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극우의 사이버 혐오주의 선동이 극좌의 자유민주주의체제 약화 세계 전략과 맞물려 매우 조직적으로 진행되는 현상이 발견된다는 점이다. 트럼프 당선을 위한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스캔들이 그러한 사례 중 하나이다. 이러한 점에서 극우와 극좌는 사촌이 아니라 친형제 사이라 할 수 있다.

 

정치 테러 문제

 

극우 선풍과 관련하여 가장 우려되는 바는, 극우 정치의 테러리즘 선호 현상이다. 윤민우와 김은영의 극우 테러리즘 경로 연구에 따르면, 극우 테러리즘은 극우 선풍의 원인이자 결과이다. 온라인의 밈(memes) 호기심을 시작으로, 극우적 포럼 혹은 커뮤니티 참여 후에, 자신의 극단주의 콘텐츠를 개발하고, 점차 폭력 행위의 실천과 정당화에 이른다고 한다. 폭력적 우파 리더십은 이들에게 영웅이 되고 있으며, 이들은 폭력적 시도를 정권 장악의 이유로 사용하고 있다. 2020년 미국 국회의사당 점거 사태가 대표적이다. 대통령 선거에서 낙선하자마자 트럼프는 자신의 부정 선거 음모론에 입각하여 선거 결과 불복을 선언했고 여기에 호응한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회를 점거하였다. 이 사태로 경찰을 포함한 5명이 죽는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극우의 폭력 성향은 미국의 테러 통계에 잘 나타나고 있다. Statista 통계에 따르면 2011년에서 2022년 사이 미국에서 발생한 살인의 23.1%가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테러 때문이었는 데 반하여 61.5%는 극우의 테러 때문이었다.

 

극우파들이 자신을 대안 우파(Alt-right)라 부르기도 하나 이는 정치 선전에 불과하다. 이들이 지금까지 주장한 것은 거부와 파괴가 대부분이었고, 대안으로 제시한 것은 이미 나온 신자유주의 정책의 반복이거나 웃음거리에 불과하다. 지난해 말에 아르헨티나의 대통령으로 당선된 하비에르 밀레이가 대표적 사례이다.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라는 별명에 걸맞게 밀레이는 거침없는 욕설과 체인소(전기톱) 이벤트를 통해 유권자들의 마음을 일시적으로 시원하게 해주었다. 그러나 막상 정책은 세금 인상, 공기업 민영화, 규제 철폐, 노동자 권리 축소 등 신자유주의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의 또 다른 공약인 아르헨티나 중앙은행 폐쇄나 미국 달러의 법정 통화 도입, 총기 보유 허용, 장기와 신생아 매매 합법화는 여당이 하원의 15%, 상원의 10%에 불과한 여소야대 국면에서 실현될지는 미지수이다.

 

극우 선풍의 미래는 자유민주주의를 보존하려는 민중적 의지에 달려 있다. 자유와 민주에 대한 민중적 의지가 강하면 극우 선풍은 지나는 바람에 불과할 것이다. 극우 선풍에 다수 민중이 굴복하면 세계는 다시 헛된 전쟁의 소문으로 들끓게 될 것이다. 에리히 프롬이 잘 설파한 바와 같이, 민주 시민은 자유가 초래하는 고독과 불안을 스스로 극복할 수 있어야만 허망한 권력 놀음에 개인을 복종시키려는 모든 시도를 이겨낼 수 있다. 자유를 거부할 자유를 부르짖거나, 민주적으로 독재를 선택하자는 선전 선동, 혹은 자신의 이익을 해치는 선택을 지지하는 계급 배반 투표는 일루미나티의 세계 정복이나 지구 평면설을 신봉하는 것만큼이나 어리석고 허망한 일이다. 혹시나 우리 주위에 이러한 헛된 음모론을 신앙적으로 정당화하려는 자들이 없는지 엄히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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