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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열악했던 국내 동물보호 인식은 ‘길고양이가 불편하면 없애면 된다’는 생각으로 이어져 많은 사람들이 영역 동물인 길고양이를 억지로 쫓아내려고 했고, 쫓아내지지 않으면 죽이려 드는 일도 자주 일어났다. 또한 길고양이를 보호하는 캣맘들은 주로 혼자 활동하는 여성이기 때문에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으로부터 종종 물리적, 심리적 위협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2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정부가 법과 조례를 통해 길고양이를 공적 영역에서 보호하고 사람과 공존할 수 있도록 예산을 들여 관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들에게도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역할과 책임이 요구되고 있다. (본문 중)

 

김영환1)

 

2021년 국립국어원은 ‘길고양이’를 표준국어대사전에 추가했다. 길고양이란 ‘주택가 따위에서 주인 없이 자생적으로 살아가는 고양이’라는 뜻인데, 이전의 표준어였던 ‘도둑고양이’는 ‘길고양이를 낮잡아 이르는 말’로 그 뜻이 바뀌었다. 고양이는 사람이 거주하는 지역이면 어김없이 근처를 서성이면서 작은 동물을 잡거나 먹이를 얻어먹으며 도시 생태계의 일원이 된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대표적인 나라는 고양이를 행운의 상징으로 여기는 일본이나 허우통 길고양이 관광마을로 유명한 대만, 길고양이의 천국이라 불리는 튀르키예 등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행정적으로는 이들 못지않은 고양이의 나라다. 2024년 현재 길고양이 보호를 포함하는 지자체 동물보호 조례만 200개가 넘으며, 조례의 대부분은 지자체가 예산을 들여 길고양이 개체 수 조절을 위한 중성화 수술을 시행하고 일부는 길고양이 공공 급식소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한다.

 

길고양이 보호 정책이 전국적으로 시행되기까지는 캣맘들과 동물보호 활동가들의 많은 노력이 있었다. 원래 산과 들에 살던 고양이들은 급속한 도시화에 맞춰 아파트 단지와 골목에 자신들의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사람과 고양이의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고양이를 불편해하는 사람도 점점 많아졌다. 도심의 고양이들은 끈끈이 덫에 잡혀 죽고, 차에 깔려 죽고, 불길하다며 쫓겨나기도 했지만, 계속해서 도시 한편에 자신의 자리를 잡고 살아갔다. 한편, 이런 길고양이들을 측은지심으로 돌보는 사람들이 생겨났는데 이들은 스스로를 고양이들의 엄마, 캣맘이라고 불렀다. 캣맘들은 길고양이들에게 사료와 물을 주고, 해코지하는 사람이 주변에 없는지 지켜보고, 아프면 동물병원에 데려가 치료하는 등 고양이의 생존을 도왔다.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과 불편해하는 사람들의 의견 대립은 2006년 소위 ‘한강맨션 사건’으로 사회에 널리 알려졌다.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운영위원회에서 추위를 피해 지하실에 들어간 길고양이들을 없애려고 지하실 문을 용접해 감금한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갈등이 커지자 용산구청은 주민 간에 해결해야 할 일이라며 한 발 뒤로 물러섰고, 길고양이를 굶어 죽게 둘 수 없었던 캣맘들은 논란 끝에 철문을 뜯고 고양이들을 구조했다. 2000년대 이후 전국 곳곳에서 도심의 길고양이를 둘러싼 의견 대립이 이어지면서 지자체들은 주민 갈등을 중재할 방법을 찾아 나섰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미국 등 해외 선진국에서 시행하는 TNR 프로그램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TNR이란, Trap(포획), Neuter(중성화), Release(방사)의 약자로, 길고양이를 포획하여 중성화 수술을 한 뒤 제자리에 방사하는 프로그램을 뜻한다. 가장 처음 길고양이 TNR을 도입한 경기도 과천시가 TNR 시행 후 길고양이 개체 수가 줄어들고 주민 간 갈등 민원이 감소함을 확인하자 전국적으로 TNR 프로그램이 확산되었다.

 

 

과거 열악했던 국내 동물보호 인식은 ‘길고양이가 불편하면 없애면 된다’는 생각으로 이어져 많은 사람들이 영역 동물인 길고양이를 억지로 쫓아내려고 했고, 쫓아내지지 않으면 죽이려 드는 일도 자주 일어났다. 또한 길고양이를 보호하는 캣맘들은 주로 혼자 활동하는 여성이기 때문에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으로부터 종종 물리적, 심리적 위협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2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정부가 법과 조례를 통해 길고양이를 공적 영역에서 보호하고 사람과 공존할 수 있도록 예산을 들여 관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들에게도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역할과 책임이 요구되고 있다.

 

첫째, 캣맘의 사회적 역할을 인식해야 한다. 「동물보호법」과 대부분의 조례는 길고양이의 ‘보호와 관리’를 국가 및 지자체의 의무로 할 뿐, 사료를 정기적으로 급여하거나, 아픈 길고양이를 구조 치료하거나, 길에서 살아남기 힘든 개체를 입양 보내는 등의 적극적인 ‘돌봄’은 민간의 영역으로 남겨 두고 있다. 따라서 사람과 길고양이의 건강한 공존을 위해서는 캣맘의 중간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다. 길고양이를 돌볼 때는 밥과 물을 주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TNR 프로그램 참여로 고양이들을 중성화하고 공공 급식소를 깨끗하게 청소하는 등 길고양이 관리를 위한 공적 자원을 잘 활용해야 한다.

 

둘째, 올바른 길고양이 돌봄 규범을 세우고 지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도시에 사람만 살고 있는 것이 아니듯, 도시에 길고양이만 사는 것은 아니다. 길고양이가 도시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적절히 살아갈 수 있도록 원칙에 따라 돌봄을 제공해야 한다. 도심을 벗어나 야생 동물이 많은 산에 올라가 고양이 밥을 주는 일은 가급적 하지 말아야 하며, 사료를 급식소에 24시간 놓아두거나, 로드킬과 주민 갈등의 위험이 있는 지하 주차장에서 사료를 주는 일 역시 지양하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 이러한 돌봄 원칙은 도시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할 뿐만 아니라 길고양이를 둘러싼 사람 간의 갈등을 줄이고 결과적으로 고양이들의 안전과 건강을 지켜준다.

 

셋째, 국가와 지자체는 공공 안전을 위해 길고양이 학대를 적극적으로 예방해야 한다. 최근 길고양이 돌봄 확산에 따라 온라인을 중심으로 길고양이와 캣맘을 혐오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과거의 길고양이를 둘러싼 갈등이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과 보호하려는 사람,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과 길고양이 간의 1:1 갈등 양상이었다면, 최근엔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단체로 익명 채팅방에 모여 고양이 학대 방법을 공유하고 조직화하는 양상을 보인다. 그리고 일부는 실제로 고양이를 죽여 급식소 근처에 매달거나, 사료에 몰래 독극물을 타는 등 충격적인 동물 학대를 자행하기도 한다. 많은 범죄학자들은 동물 학대와 반사회적 강력 범죄의 높은 상관관계에 주목하고 있으며, 사람과 동물의 안전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도심의 길고양이는 그 영향이 크든 작든 우리 사회의 구성원 중 하나다. 어떤 사람들은 길고양이를 관리할 예산으로 고양이를 일거에 포획해 살처분하자고 주장하지만, 이는 물리적·윤리적으로 어려울 뿐만 아니라 마치 판자촌을 철거해 빈곤을 없애자는 말과 같은 비합리적인 주장이다. 덮고 가리는 방식으로는 공존할 수 없다. 최근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과 기후 위기를 경험하면서 인간 중심적인 윤리를 벗어나 환경과 동물에 대한 윤리도 함께 중심에 두자는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우리는 길고양이를 포함한 다양한 동물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1) 숭실대학교 일반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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