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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마을이 밀려 나가고, 생태계 파괴로 생명들이 사라지며, 노동자들이 피해를 입고, 전국에 원자력 발전소와 송전탑들이 세워지는 현실을 직시하고 반도체 호황 뒤에 숨은 폭력의 얼굴을 인식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AI 산업과 반도체 산업을 바라볼 때 그리스도인들이 가장 먼저 성찰해야 할 일이 아닐까. (본문 중)

 

문형욱(기후위기기독인연대 공동대표)

 

삼성 반도체 성과급, 치솟는 반도체주 가격, 반도체 호황에 힘입은 세수 500조 시대, 반도체 산업을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모습이다.

 

반도체 산업은 최근 AI 산업이 급격하게 부상하며 함께 떠오르고 있다. 우리는 AI를 온라인에서만 접하고 있지만 AI는 온라인상이 아닌 데이터 센터를 통해 가동되고 있다. AI가 더 복잡한 연산을 하게 될수록, 더 많은 사람에게 공급될수록, 더 큰 규모의 데이터 센터가 필요해진다. 그리고 AI 데이터 센터 작동을 위해 수많은 반도체가 필요하다.

 

지금 반도체 산업은 슈퍼사이클(super cycle)을 지나는 중이다. 슈퍼사이클이라는 말은 본래는 원유나 곡물 가격의 장기 가격 상승 추이를 표현하는 용어였다. 반도체 산업 슈퍼사이클이라는 이름이 생겨난 것은 2010년대 반도체의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자 가격이 상승해 반도체 산업 호황이 왔을 때부터였다. 최근에는 AI 열풍으로 또 한 번의 슈퍼사이클을 맞이했다.

 

다시 말하면 AI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자 AI 데이터 센터를 만드는 데 필요한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고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반도체 산업 성장세가 주목받는 가운데, 반도체 산업을 주도하는 삼성, SK의 수출이 증가하면서 10대 기업의 수출액이 국가 전체 수출액의 50%를 넘어섰다. 한편, 중소기업의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아 전체 기업들의 수출이 증가한 것이라기보다는 반도체 쏠림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사이, 취업난은 더욱 악화되고, 지역 상권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두 대기업이 국가 경제를 끌어올리는 듯한 환상 같은 수치가 나오고 있지만, 대기업의 그늘 바깥에 있는 다수의 국민은 호황을 체감하기 어렵다.

 

 

올해 1월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반도체 특별법) 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의 주요 내용을 보면, ‘정부와 지방 자치 단체가 반도체 산업의 기반 조성에 필요한 행정적, 재정적, 기술적 지원 시책을 마련’, ‘인허가를 60일 이내에 신속하게 처리하거나 기한 내 사업자에게 통보하지 않을 시 처리가 된 것으로 보는 것’, ‘반도체 기업에 대한 조세 감면 등 각종 세제 지원’,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 등의 특혜들이 가득하다.

 

반도체 기업에게 특혜를 주는 이 법이 주로 겨냥하고 있는 곳이 바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다. 용인시 처인구에 산 하나를 사이에 두고 SK가 주도하는 415만 제곱미터의 일반 산업단지와 국가가 주도하고 삼성이 들어오는 710만 제곱미터의 국가 산업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두 면적을 합치면 여의도 면적의 4배에 가깝다.

 

반도체 산업에 치우친 경제 정책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바로 생명의 문제다. 기후 위기 시대에 재생 에너지 전환만 이룬다고 해서 전력 소비를 계속 늘려도 되는 것은 아니다. 재생 에너지도 발전 시설 건설과 에너지 생산 과정에서 자원을 채굴하여 사용하고 어떤 공간을 점유하는데, 전력을 만들기 위해 무한히 자원과 공간을 사용할 수는 없다. 2025년 2월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2038년까지 10GW 이상의 전력을 추가로 생산한다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확정되었다. 1GW는 원자력 발전소 1기 생산량에 해당하는 막대한 양이다.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전력 공급을 위해서는 대형 원자력 발전소 2기와 소형 SMR 1기를 추가로 건설하고 LNG 발전소를 동서, 남부, 서부 발전이 각 1GW씩 총 3GW 규모로 건설하게 된다.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호남-용인, 동해안-용인 송전선로를 건설하는 초대형 에너지 공급 계획이 있다. 반도체 특별법에 따르면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발전소와 전력망은 상당 부분을 국가가 부담해 건설하게 된다. 1)

 

이뿐만이 아니다. 반도체 클러스터는 막대한 양의 물을 사용한다. 반도체의 화학 잔류물을 씻어내기 위해서, 또 공정의 발열을 낮추고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냉각수, 유독 가스와 오염물질을 씻어내는 대기오염 방지 시설에 많은 물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 산업 단지와 국가 산업 단지가 모두 가동될 경우 하루 170만 톤의 물이 필요하다. 한강권역의 남는 물을 끌어온다고 해도 하루 100만 톤의 물이 부족하다. 정부는 화천댐에서 60만 톤을 공급하고 나머지 부족분은 지하수나 재활용을 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하지만 한강과 먼 화천댐부터 물을 끌어온다고 해도 각 댐의 여유분을 모두 사용하는 것이므로, 물 생태계에 큰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공급되는 물뿐만 아니라 폐수 또한 문제다. 화학 잔류물, 유독 가스를 처리한 물을 아무리 정화한다고 해도 100% 깨끗한 물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방류된 폐수는 지역 하천을 오염시킨다.

 

반도체 산업의 노동 문제도 심각하다. 2019년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역학조사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포함한 6개 반도체 회사에서 암에 걸린 노동자가 3,442명이고, 이 중 1,178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여성 노동자의 혈액암 발생 및 사망 위험이 더욱 크게 나타났다. 2020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 실시한 암 이외 질환 역학조사에서는 여성 생식계, 혈액, 정신질환 위험이 크게 나타났다. 또한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이하 반올림)이 2023년 진행한 건강 실태 조사 결과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우울증과 수면 장애가 일반 인구에 비해 자살 충동 7배, 자살 시도는 10배 높게 나타났다.2)

 

위 문제들은 반도체 산업이 안고 있는 폭력을 그대로 보여 준다. 국가가 균형 있게 산업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 중심으로, 특히 반도체 산업에 특혜를 주고 있고, 그 과정에서 여의도 면적의 4배에 가까운 면적이 그대로 밀려 나가고, 원자력 발전소, LNG 발전소, 송전탑이 줄줄이 건설되며, 어마어마한 양의 물을 끌어와 산업 용수로 사용하고 버린다. 그 전 과정에서 생태 학살이 벌어진다. 인간 노동자는 과로나 유해 물질 노출로 병들고 사망해도 산재 인정을 받기가 어려운 상황에 놓인다. 이것이 반도체 호황 뒤에 가려진 모습들이다.

 

평화로운 마을이 밀려 나가고, 생태계 파괴로 생명들이 사라지며, 노동자들이 피해를 입고, 전국에 원자력 발전소와 송전탑들이 세워지는 현실을 직시하고 반도체 호황 뒤에 숨은 폭력의 얼굴을 인식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AI 산업과 반도체 산업을 바라볼 때 그리스도인들이 가장 먼저 성찰해야 할 일이 아닐까.

 


 

1) 반도체 특별법상 기반 시설 구축은 국비 지원 최소 50%를 기본 원칙으로 삼고, 용인 클러스터 전력망 지중화 등 특수 인프라는 약 70%, 비수도권 신규 산단으로서 중소‧중견 기업 비중 30% 이상일 경우 최대 100% 전액까지 국가가 지원한다.

2) 김남희, “반도체 초호황 뒤엔 수많은 질병과 죽음’…반올림, 직업병 피해 보상 확대 요구”, 「경향신문」, 2026. 5. 18. 반올림, “[반올림 성명] 반도체 초호황 뒤 수많은 질병과 죽음, 삼성은 성과를 정의롭게 배분하고, 질병과 죽음을 막을 대책을 마련하라”.

 

※ 함께 참고할 자료(동영상)

구준모, “기후정의로 본 반도체 클러스터”, 「기후 위기 기독인 연대」, 2026.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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