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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육하고 번성하기 어려운 교회 엄마-아빠 이야기1)

 

청년 세대는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성평등과 개인의 권리, 다양성에 대한 가치를 중요시합니다. 또한 소속된 공동체의 성장이나 발전보다는 개인의 역량 성장과 성숙에 더 많은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회는 여전히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청년 세대가 사회와 교회의 괴리감을 느끼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입니다. (본문 중)

 

윤신일(전 기윤실 간사)

 

교회 내 세대 갈등과 젠더 갈등, 그리고 이로 인한 청년 세대의 탈교회 현상은 오랫동안 중요한 이슈로 다뤄져 왔습니다. 이와 더불어 기성세대와 청년 세대 간의 가치관 차이, 전통적인 성 역할을 둘러싼 성별 간 갈등 또한 한국 교회의 중요한 화두가 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는 주로 여성과 비혼 청년들의 관점에 집중된 반면, 기혼 유자녀 청년들이 교회에서 겪는 현실적 문제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교회가 강조하는 전통적 가족 구조와 현대 가족생활에서 발생하는 여러 요구 사이에서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예컨대, 여성에게는 헌신적인 어머니와 아내의 역할을, 남성에게는 가정의 리더이면서 자애로운 하나님의 이미지가 투영된 역할을 요구하는 ‘신가부장주의적 사고’가 여전히 교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는 아이를 키우는 젊은 부부들이 신앙생활을 지속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일부 교회는 신앙과 가족의 가치와 중요성은 강조하면서도, 육아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리적, 정신적 부담과 부모의 필요를 충분히 돌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기혼 유자녀 청년들은 신앙생활-가족생활-사회생활 사이에서 갈등을 겪고 교회를 떠나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 이들이 교회 내에서 겪는 구체적인 어려움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육아 부담과 교회의 무관심

 

기혼 유자녀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육아의 현실적 부담입니다. 청년 부부들은 아이를 돌보는 데 막대한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며, 부모로서의 책임을 수행합니다. 하지만 교회는 여전히 예배와 교회 내 모임을 최우선시하고, 육아와 관련된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충분한 이해나 배려가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결혼하기 전에는 성경적 양육 방식 이런 거에 관심이 많아서 아이를 그렇게 키워보고 싶었는데, 육아를 해보면 머리가 하얘지죠. 배운 내용들이 전혀 생각나지 않고 일단은 나부터 살고 보자는 생각이 들죠. 이게 몇 차례 반복되다 보면 저도 모르게 여러 가지로 원망이 생겨요. 나는 이렇게 힘들어 죽겠는데, 왜 자꾸 주변에서는 ‘성경적 교육 방식’이라고 하면서 이래라 저래라 하면 그런 얘기 듣느라 힘들고, 그 와중에 또 애 칭얼대는 거 달래느라 더 힘들죠.” (최지민, 여, 38세)

 

특히, 교회는 아이를 키우는 청년 부모들이 겪는 일상의 어려움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육아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도 부족합니다. 예를 들어, 부모들이 아이를 데리고 교회에 오더라도 예배에 집중하기가 어렵고, 아이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시설이나 교회 내 프로그램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 부모들은 교회 참석 자체를 주저하게 되고, 결국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교회 출석을 줄이거나 육아에 친화적인 교회로 옮기게 됩니다.

 

젊은 세대의 인원 감소가 확연한 한국 교회는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출산과 육아를 위한 지원과 함께 교회 내 시설과 교육 프로그램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재정 형편이 어려운 교회나 근본주의 성향을 보이는 교회는 이러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성별 역할 구분과 갈등

 

기혼 유자녀 청년들이 교회에서 멀어지는 또 다른 이유는, 교회가 여전히 전통적인 성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성별에 관계없이 평등하게 가사와 육아를 분담하는 것이 점차 일반화되고 있으며, 젊은 부부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평등한 관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대다수의 교회는 여전히 남성은 가정의 리더로, 여성은 헌신적인 아내와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옛날의 가부장제와는 다르게 약간 소프트해진 느낌이죠. 남자가 강압적으로 가족을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많고, 인자하고, 자비한 그런 모습이요. … 남성에 대한 좋은 상이 이런 거고 꼭 이런 거 설명할 때, 하나님이나 예수님을 대입시키죠. … 결국에 이 말은 하나님, 예수님 섬기듯 남편을 섬겨라 이런 말인데, 남편한테는 아내를 그렇게 섬기라고 하지 않잖아요.” (신용욱, 남, 37세)

 

교회의 이러한 가르침은 특히 청년 부모들에게는 비현실적인 것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육아는 단순히 어머니의 몫이 아니라 부부가 함께 협력해야 하는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교회가 전통적 성 역할을 강조하는 것 때문에 부부 간 견해의 차이가 발생하면, 이것이 갈등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청년 여성들은 교회에서 요구하는 헌신적인 어머니 역할과 성장 과정에서 배우고 겪은 성평등 개념 사이에서 혼란을 겪으며, 이는 종종 교회와의 불화를 낳습니다.

 

이러한 전통적인 성 역할에 대한 강조는 특히 남편과 함께 육아와 가사를 나누고자 하는 청년 부부들에게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많은 젊은 부부들은 교회의 가르침을 따르기보다는 자신들의 방식으로 가정을 꾸리며, 교회의 영향력에서 점차 벗어나고자 합니다.

 

교회와 가정생활의 균형 문제

 

기혼 유자녀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는 또 다른 이유는 교회와 가정생활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가족에게 주말은 천금 같은 시간입니다. 그만큼 가족 간 관계 유지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시간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교회 내 의무적인 모임이나 헌신에 대한 요구가 많다면 이는 청년 부모들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주중에는 직장 생활과 육아로 인해 서로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못한 부부들이나 부모와 자녀들이 주말에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자 하지만, 교회의 모임이나 헌신에 대한 요구는 가족 간의 시간을 침해하는 것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교회에 대한 부담감은 점차 커지며, 결국 청년 부모들은 교회 활동에서 멀어지거나 아예 출석을 중단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됩니다.

 

더불어, 교회의 활동이 지나치게 주일에 집중되면서 가족의 필요와 균형을 맞추기 위한 유연성이 부족한 점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비슷한 연령이 모인 예배나 의무적인 그룹 모임보다는, 육아로 지친 부모의 심리 치유 프로그램도 좋고, 과거에 비해 친구 사귀기를 어려워하는 현대 어린이들의 친구 간 관계 형성과 갈등 해결을 돕는 방법을 교육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처럼 교회는 청년 부모들이 신앙과 가족생활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도록 더 유연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사회에서는 일-가정 양립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이게 부모가 자기 아이를 잘 돌볼 수 있도록 돕는 거잖아요. 같은 차원에서 교회도 부부간 커뮤니티를 만들어서 … 그 안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중보기도 할 수 있도록 돕는 모임이 얼마나 잘 조직되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 그 외에도 이런 부부들 여럿이 모여 듣기 좋은 심리치유 프로그램이나 아이들 대상으로 하는 의사소통 교육 같은 것도 진행하면 좋겠죠.” (강동현, 남, 39세)

 

교회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

 

청년 세대는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성평등과 개인의 권리, 다양성에 대한 가치를 중요시합니다. 또한 소속된 공동체의 성장이나 발전보다는 개인의 역량 성장과 성숙에 더 많은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회는 여전히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청년 세대가 사회와 교회의 괴리감을 느끼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입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은 더 이상 전통적 가르침을 수동적으로 따르지 않고, 자신의 삶과 맞지 않는 종교적 가르침을 비판적으로 수용하거나 거부하며 살아갑니다.

 

일부 보수적인 교회는 창세기 1장 28절의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말씀을 자주 인용하며, 자녀를 많이 낳고 기르는 것이 신앙적 사명이라고 가르칩니다. 그러나 현대를 살아가는 부모들에게는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일이 되었습니다. 육아의 현실적 어려움과 사회적 지원의 부족 속에서 자녀를 많이 낳으라고만 강조하는 것, 그리고 고정된 모성 역할 부여는 시대착오적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여, 기혼 유자녀 청년들이 겪는 육아의 현실을 이해하고 공감한다면, 교회는 다시금 기혼 유자녀 청년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1) 이 글은 글쓴이의 석사학위 논문 “한국 개신교 기혼 청년 신자들의 결혼가족관에 관한 사회학적 연구: 결혼예비학교 사례를 중심으로”(서강대학교 일반대학원, 2024)의 내용 중 일부를 요약·발췌하여 재구성한 것이다. 이 글에 인용한 인터뷰의 대상자는 모두 ‘기혼 유자녀 청년 신자’이며 글에서는 가명으로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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